주진우 같은 사람은 이 시대에, 칭송받을만하다. 그같은 기자가 없다면, 국민들은 눈 뜬 장님처럼 살 수밖에 없을테니까 말이다.
아침 일찍부터 일정이 있었고, 할 일이 밀려 있었고, 정신이 어벙벙할 정도로 피곤하고 산만했다. 그래서 주진우 기자가 광주에 온다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갈 수 있을까 싶었고, 못 가면 어쩔 수 없지, 에이 가지 말자 생각했었는데, 강연 시간이 다 되어서야, 하던 일을 멈추고, "가는 게 좋겠다", "가야 한다"면서, 열심히 차를 몰았다.
대강당 문을 열어젖히자 우려와는 달리,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넓은 강당을 그득 채우고 있었다. 주 기자는 물 만난 고기처럼 좌중을 아우르고 있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사람들이 많아서 기념 셀카 찍기는 글러버린 모양이네..." 팬심을 발휘하거나, 줄 서서 사인을 기다리는 일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혼자 지레짐작하고서는 체념하고, 강연장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주 기자는 마이크를 들고 사람들 사이에 서서, 자유로운 질문과 자연스러운 답변으로 강연을 이어갔다. 어떤 대답도 함부로 내치지 않고, 세심하게 대답해주었다. "과연 이명박을 잡을 수 있을까", "과연 이명박이 훔쳐간 돈을 되찾을 수 있을까" ─ 그는 재차 "할 수 있다", "포기하지 말자"며 시민들을 독려했다. '권력'의 속성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깨어 있는 시민"만이 권력과 '날'을 세울 수 있고, 그 만용을 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득 나도 질문을 하고 싶었다. 유튜브에서 매일같이 보던 얼굴이라, 그 친숙함이 나의 소심함을 이겨버린 것이다.
─ "저는 목수인데, 공방에 일하면서 매일같이 주진우 씨 김어준 씨 방송을 듣습니다. 저는 두 분이 해오신 일에 대해 감사와 존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너무 반갑습니다. 오늘 강연회에 사람이 적을까 봐, "나라도 가야겠다"는 심정이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올지 몰랐네요. 그나저나, 김어준 씨 없으니까 주진우 기자님이 말을 참 잘하시네요. 놀랐습니다. (하하)
: 일단 쓰잘데기 없는 소리를 좀 중얼거리다가,
─ 지난 몇 해 우리가 겪은 일은, 아이가 갑자기 넘어져서 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막상 상처를 열어 보니, 몸속에 종양이 발견된 것과도 같습니다. 사소한 상처라고 생각했는데, 당장 없애지 않으면 죽고 마는 '중병'에 걸려 있었던 거지요. 이 사실을 깨달은 후, 수술실로 입장한 의사가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생각하자면 눈물이 나는 순간이 있어요. 절체절명의 대수술을 앞둔 문 대통령의 어깨가 너무 무겁고 외로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 한국은 OECD 중 자살율 1위 국가입니다. 그것도 12년째 1위. 동네에서 누가 죽어도 모르고, 안다 하더라도 먹기 살기 바빠서 관심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일해야 하거든요. 한국인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OECD 2위, 멕시코 다음으로 깁니다. 장시간 근로로 악명 높은 일본 보다 년 평균 356시간을 더 일하고 실질임금은 7백만 원 덜 받습니다. 이렇게 살기 팍팍하니, 아이를 낳지 않아 '인구절벽'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성인 한 사람이 부모 넷을 오롯히 부양해야할지도 모릅니다. 60프로 이상이 비정규직 노동자인데, '사람 노릇' 하기가 쉬울까요. 개선과 개혁을 외치면 '종북'이니 '빨갱이'니 하며 난장판을 만드는 정치인들이 버젓이 살아 있는데요. 한국의 국가청렴도는 세계 52위입니다. 경제규모는 세계 10위인데 부패인식지수는 60점 대로, 국민 절반 이상이 정부가 "부패했다"고 느낍니다.
일제시대 나라를 팔아먹은 자들 중에 누가 그 죄값을 치렀을까요? 놀랍게도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독재자 박정희를 나라의 구세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지만 그가 한때 독립군을 때려잡는 일본 군인이었다는 사실, 그가 남로당 동지들을 배신하면서까지 살아남았다는 사실, 그가 월남 파병들의 '월급'조차 떼먹고 돈을 스위스은행에 산처럼 쌓아두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처럼 매국세력은 그대로 살아남아 이후, 독재정부를 통해 부를 축적했고 그를 기반으로 현재는 가장 큰 수구세력(자유한국당)이 되어 있습니다. 아버지한테 배운대로 대기업을 협박하고 삥 뜯어 사리사욕을 채운 박근혜는 귀여운 축에 속합니다. 이명박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죠.
'자원외교'의 한 예를 들자면, 캐나다에 소재한 한 회사는 매매가 100억 원 정도의 회사였는데, 이명박 정부(광물자원공사)는 그 회사를 4조 원을 주고 구입합니다. 무려 400 배를 뻥튀기 해서 구입하는 게 말이 되는 일일까요. 살 필요도 없는 회사를, 터무니 없이 비싼 금액으로 왜 구입했을까요.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 4조 원 중 2조 원이 깜쪽같이 사라집니다. 돈은 캐나다왕립은행으로 모였다가, 조세 회피국인 '케이만군도'에서 꼬리가 잘립니다.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대통령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나랏돈을 어떻게 그렇게 멋대로 훔쳐갈 수 있는가 의심하겠지만, 이명박은 돈 앞에서는 누구보다 베짱이 두둑하고, 머리가 비상하며,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4대강사업, 자원외교, 방위산업 등 이명박이 추진했던 국가사업은 거의 대부분이 도둑질의 향연이었습니다. 30조 원 넘는 혈세를 도둑질한 것으로 파악되며, 누군가의 호주머니가 불어난 만큼 나라살림은 곤궁해졌습니다. 자원외교 하나에서만 20조 원을 훔쳐간 것으로 추산되는데, 20조 원이라 하면 감이 오지 않아, 김어준 총수가 한 번 계산해 보았다 합니다. 20조 원이 얼마나 큰 돈이냐 하면, 예수 탄생일부터 오늘까지 매일 2천7백만 원씩 써야 다 쓸 수 있는 돈입니다. 참 대단하지 않습니까. 대통령 자리에 앉았으면 세상에 이로운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었을 텐데, 나랏돈을 훔치는 짓밖에 한 것이 없는 이명박. 물증과 정황이 수없이 밝혀지고 있지만 공중파, 조중동, 네이버 같은 주류언론들은 소름 끼칠 정도로 조용합니다. 조용하기만 하면 괜찮지만,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조작하기까지 합니다.
정직한 언론 같은 건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언론사라 해도 '광고주'를 비판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삼성이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십시오. 그리고 언론의 무관심을 보십시오. 올해까지 무려 79명의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인과관계가 뻔한 '산업재해'임에도 산재 적용도 보상도 없었습니다. 이재용은 경영권 세습을 위해 박근혜에게 뇌물을 주고 국민(연금)의 자산을 훔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짜여진 각본"이나 다름없는 가벼운 판결(1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네이버를 가지고 있고, 좋은 언론에 속하는 '한겨레'에도 광고를 합니다. 누가 쉽게 비판을 할 수 있을까요. 이 나라는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삼성공화국'인데요.
세월호 참사는 이 나라가 1세기 동안 쌓아온 모든 부패의 결과이고 축소판입니다. 세월호의 진실은 아직도 어두운 바다 속에 잠겨 있고요. 가슴이 아픕니다. 부패의 암 덩어리를 몸 속에 심고 신음하는 나라가 안쓰럽고 메스를 들고 진땀을 흘리고 있는 '주치의'의 얼굴이 안쓰럽습니다. 살짝 '칼'을 대려하면 복수하는 거냐면서 우는 소리를 합니다. 고통 없는 치유는 없습니다. 그 고통과 책임을 한 사람에게만 전가시킬 수는 없는데요... }
그래서 질문은, 주진우 기자는 어떻게 할 참인가요? 대통령하고 친한(?) 분으로 알고 있는데, 문 대통령을 어떻게 도우실 거예요?
이 질문을 받고 그는 "이명박을 꼭 잡겠다"고 대답했다.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아마 그랬던 것 같다.)
나는 그가 지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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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글.
이명박 일당이 훔쳐간 국민들의 돈은 성인 기준으로 국민 한 사람당 약 2천만 원 정도 될 거라고 그는 추산했다. 한데, 내가 볼 때 그건 너무 적은 금액이다. 이명박이 지난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내치고 얼마나 많은 돈을 훔치고 했는지는 들었지만, 그것은 그래봤자, 돈이며 죽어가는 강이며, 이러저러한 '물질'에 해당하는 것이다. 돈 말고 다른 것, 얼마나 많은 의지들이 실족을 겪었으며, 얼마나 많은 우울과 고통과 스트레스가 있었겠느냐 말이다. 이천만 원? 내가 볼 때 그 보다 다섯 배, 열 배는 된다.
그는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
※ { 괄호 } 부분은 따로 삽입한 내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