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한류 콘텐츠를 체험하려고 수천 명이 몇 시간씩 줄을 선다는 기사를 보았다. BTS 노래도 여러 차례 빌보드 1위를 차지하고,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감독과 배우의 연이은 수상 소식에 한류 문화가 전성기를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류의 관심 분야가 넓어지면서 놀이 문화도 세계인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에겐 빠르게 잊히고 있던 터라 새롭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단다. ‘오징어 게임’이 경쟁의 시대에 내몰려 한 번 탈락하면 끝인 어두운 미래를 그린 디스토피아라고 하면, ‘오징어 놀이’는 몇 번을 죽어도 다시 살아나서 이길 수 있는 유토피아의 체험이다. 내가 아는 ‘오징어 놀이’는 이기려면 힘 센 언니들과 한 편이 되어야 했다. 초등학교 때의 겨울방학에는 마른 논바닥에 엄청난 크기의 오징어를 그린 동네 언니들과 함께 놀았다. 그것도 중학년 이상이어야 끼워줘서 함께할 자격이 되고, 저학년은 체구가 작아 힘이 약해서 끼지 못했다. 몇 번을 하다보면 이기고 지는 게 서로 왔다 갔다 했다. 오징어 놀이에서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몇 시간씩 노느라 논바닥이 반질반질 윤이 날 만큼 다져졌던 걸로 기억한다.
2009년에 어린이책을 읽는 어른모임을 하면서 책 읽어주기 활동을 했다. 독서력이 붙은 아이들은 집중을 잘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었다. 그 시기에 만난 책이 편해문의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이다. 관악중앙도서관에서 작가를 만나 뵌 후에는 놀이 진행자로서 아이들에게 얼마큼의 주도권을 줄 것인지, 규칙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유치부와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활동할 때는 그림책 읽어주기와 놀이를 병행했다. 아이들의 자발성을 가늠할 수 있는 적극적인 참여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놀이마다 갖는 특성과 난이도에 따라 만족도는 달랐지만, 놀이도구 없이 몸으로 하거나 규칙이 간단할수록 호응이 좋았다. 거기에 꼭 필요한 건 적당한 ‘공간’이었다.
급격한 도시화로 골목이 사라지면서 놀이도 많이 바뀌었고 온라인 게임으로 대체되었지만, 내가 만난 아이들은 조금만 환경을 조성해주면 금방 놀이에 빠져들었다. 놀이마다 호불호는 있어도 놀이를 싫어하는 아이는 없었다. 어른들의 승부욕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알게 되었다. 지는 걸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놀이를 팀으로 나눠하며 개인의 부담은 덜고 협력의 효과를 터득케 했다. 이 과정이 편안해지면 개별 놀이에서도 승패에 많이 연연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반복하면 다음에 기회가 있다는 걸 알므로 재미있게 놀았다. 이런 경험은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아이 스스로가 어른과의 관계도 발전시킬 수 있다는 믿음의 토대가 되었다.
코로나로 2년 째 대면모임을 못하고 있다. 이제는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바뀌면서 일상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나도 전면 개정판으로 단장한 편해문 작가의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를 새로 만나보려 한다.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듣고, 몸을 부대끼며 놀이했던 친구들!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지더라도 다음에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놀이의 반복인 ‘다시’를 되풀이하기를 바란다.
첫댓글 맞아요. 저도 유년시절에 동네 친구들과
이런저런 놀이를 하면 늘 고학년 언니들과
함께 해서 이긴 편에 들거나 아니면
이쪽 저쪽에 다 들어가서 할 수 있는...
단어는 잊어먹었지만 양다리 걸치는 그런
특혜를 받는 놀이를 하기도 했었답니다.
얼음땡이나 고무줄놀이, 또는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등등 얼마나 즐겁고 재미있는 놀이들이 많았었는데...
유년의 뜰에는 항상 그렇게 유쾌한 기억들이
아직도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는데...
요즈음의 우리 아이들에게 저같은 어른들이
그런 낭만을 전해주지 못했다는 게 너무 미안하고
안타깝습니다.
덕희샘, 생각할수록 놀이 이름도 종류도 많네요.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는 유치원 아이들이 좋아했던 놀이입니다.
술래랑 메기고 받는 노래가 즐겁고, 마지막엔 '죽었니? 살았니?'로 묻고, 술래의 답에 따라 얼음이 되거나, 잡히지 않으려고 힘껏 뛰어가면서 긴장감이 절정에 달하지요.
놀이 방법을 잊어버린 듯해도 놀다보면 몸이 기억한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몸으로 놀았던 그 시절이 많은 추억을 안겨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