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를 끌어당기다 외 1편 / 김광기
저 산을 보며 주변만 빙빙 돌다가 간다.
한 번 올라가봐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지만
뒷산도 헉헉대다가 중간쯤에서 내려오는 터라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천백고지 정도를 구불구불 자동차로 갔다가
안개 속에 잠긴 휴게소에서 가락국수만 먹고 오면서
언젠가는 저 산 한 번 꼭 오른다고 벼르고만 있다.
산이 뭐 별거라고, 가보면 다 그렇고 그런 걸,
올라가지도 못하면서 저 산만 보면 안달을 한다.
마음만 먹고 이루지 못한 아쉬움 때문만은 아니다.
그렇게 치면 수천 생을 돌이키면서 다시 살아야 한다.
그래도 한반도 남쪽에선 제일 높은 산이고
은하도 잡아당겨 품을 수 있는 여장군이라고 하니까,
거기 가서 살도 좀 비벼보고
소리 와락 지르면서 육성도 좀 섞어보고 싶은 것이다.
작은 산들 모여 큰 산 이루지 못하고,
태산 각혈하는 출산 끝에 오름 같은 작은 산들 이루었다.
좀 자잘한 뒷산의 기억들은 이쪽 한편에 묻어두고
뜨거운 피울음깨나 울었다는 저 산을 보며
전설이 될 별들의 운하를 끌어당기고 있다.
알라존은 아이러니를 낳는다
현대적인 글로벌 무대의 에이론이 옷을 입는다.
허름하고 우스꽝스런 옷이 아닌
탄탄하고 멋진 옷으로 무장되었다.
더 이상 에이로네이아가 아닐 것이다.
알라존이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아이러니하다는 말은 존재하지 않지만
에이론들은 지난 날 자신들이 품고 있던
지혜는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교만해진 기억의 샘이
벌써 말라버렸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살찐 개성이 감춰지는 마스크만이 존재한다.
꽉 찬 포만감에 흐뭇해하고 있는 지혜이다.
거만한 아이러니들을 곳곳에서 만난다.
살찌고 멋진 혹은 날렵하면서도 아주 근사한 아이러니들은
서로의 모습들을 모방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은 에이론이라고 믿는다.
에이론Eiron과 알라존Alazon의 대결구도였던 시절은 갔다.
약자의 대열에서 스스로 현명한 에이론은
강자의 대열에서 자만하고 있는 에이론을 쫓는다.
예상을 뒤엎는 동종의 혈투가 벌어지고
주변의 다른 종들이 개입되면서 대결양상은 혼미해진다.
얽히고설킨 전투는 다시 끝이 나고
이 모든 것을 물리친 승자이면서
강력한 힘을 가진 제 3의 알라존이 등극한다.
-월간 [현대시학] 2013년 6월호
첫댓글 백록담에 가 보신 분~~~
사는 게 '뭐 별거라고,' 한 생 살아'보면 다 그렇고 그런 걸' ... ㅋㅋㅋ
아~ 머리 아프다!
감상 잘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