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말씀
잠언 속에는 이 세상을 오래전에 살다간 사람들의 많은 지혜가 살아 숨 쉬고 있다. 잠언은 한 사람의 지혜이자, 만 사람의 지혜가 모여 있는 창고다. 잠언에 있는 말들은 사람들의 오랜 경험 속에서 증명된 진리들이다. 그러므로 잠언은 변해 가는 세상 가운데 흔들리지 않는 말뚝과 같다. 잠언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자는 흔들리지 않는 인생, 지혜로운 인생을 살게 만들어주는 좋은 길잡이가 된다.
잠언이란 무엇인가? 우선 잠언 하면 “잠 오는 말씀”처럼 들릴 수 있다. 잠언의 내용은 어떻게 보면 아버지가 자식에게 하는 잔소리 같이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잠언은 우리 말이 아닌 중국어에서 온 말이다. 중국인들이 성경을 번역하면서 이 책을 잠언(箴言)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중국 한자로 보면 잠언의 잠(箴)은 ‘바늘 잠’ 자로 바늘을 의미한다. 그래서 잠언이라는 말을 우리 말로 바꾸면 ‘바늘 말씀’이 되는 것이다.
중국에서 성경을 번역하던 사람들이 잠언을 읽으면서 바늘로 찌르듯이 따끔하게 훈계하고 경계하는 말씀이라고 생각해서 잠언이라고 번역한 것 같다. 결국, 잠언이라는 말은 잠 오는 말씀이 아닌, 참 지혜를 몰라 헤매는 삶을 살고 있는 자들을 바늘로 찔러 바른 길을 가게 하는 능력의 말씀인 셈이다.
과거에 부목사로 섬기던 교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내가 맡았던 교구 권사님 아들이 20대 후반의 나이에 술독에 빠져 살고 있었다. 아들의 술을 끊게 하려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인내의 한계를 느낀 권사님은 결단을 내렸다. 술만 마셨지 정신은 멀쩡한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버린 것이다. 견디기 힘든 정신병동 생활로 인해 아들은 권사님에게 애원했다. 정신병원에서 퇴원만 시켜 주면 정말 술을 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아들은 약속한 대로 기적적으로 술을 끊었다. 거의 알코올 중독에 가까웠던 그가 술을 끊었다는 소식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사연을 알고 싶어 그를 만났다. 청년의 대답은 이랬다. “목사님께서 전에 잠언 말씀 많이 읽으라 하셨잖아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알고보니 이 청년이 금주하는 가운데 잠언 말씀을 읽다가 23장29-35절에서 뒤집어 진 것이다.
“.....포도주는 붉고 잔에서 번쩍이며 순하게 내려가나니 너는 그것을 보지도 말지어다 그것이 마침내 뱀같이 물 것이요 독사같이 쏠 것이며.....”
잠언서는 인생의 겉이 아닌 속을 보게 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인생의 본질을 보게하는 통찰력을 가지게 한다. 그러므로 잠언서를 매일 읽고 묵상하는 자는 세상의 허황하고 거짓의 것에 속지 않고, 지혜로운 삶, 똑똑한 삶을 살게 만들어 준다.
하나님에게서 오는 지혜의 가치에 대해 잠언서 3:18에 ‘지혜는 그 얻는 자에게 생명나무’라고 했다. 성경은 전부가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의 샘이지만, 특히 잠언은 우리에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살아있는 지혜를 공급해 주는 좋은 보배 창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