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
연중 23주간, 매일복음 묵상: 마태오 1,1-16.18-23(박병규 요한 보스코 신부)
대개 족보는 그 집안의 근본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기능을 합니다.
예수님의 족보는 아브라함과 다윗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집안을 드러내는 듯하나,
동시에 이스라엘 역사와 사회 속에서 용인되기 어려운 다섯 여인(타마르, 라합, 룻, 밧세바, 마리아)을
등장시킴으로써 꽤 복잡하고 심오한 의미를 담아냅니다.
마태오 복음을 가리켜 ‘교회의 복음’이라고들 합니다.
‘교회’라는 용어를 유일하게 사용하는 복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복합체’로서의 교회 공동체를 강조하기 때문이지요.
교회는 특정 기준에 부합하는 이들만의 고결한 모임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낼지언정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이 사랑으로 하나 된 공동체입니다.
그런 이유로 이스라엘 역사 속에 세상 기준으로는
어둡고 불결하다고 여긴 여인들이 족보에 등장한 것이지요.
더욱이 예수님마저 ‘처녀’의 몸을 통하여 탄생하셨다고 기술하고 있는 대목은
보란 듯 우리의 관습과 전통, 그리고 상식을 뛰어넘는 것입니다.
혼인도 하지 않은 딸이 나가서 아이를 배어 들어오는 상황을 맞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떨까요.
어쩌면 복음은 우리의 마음을 찢어 놓고 갈라 놓아 아픔마저 느끼지 못하게 하는
처절한 호소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제아무리 법과 질서를 지키고 윤리적으로 흠이 없다 하더라도 하느님의 초대와 호소는 얼마간
제 삶을 흔들어 놓고 뒤집어 놓는 데서 시작합니다.
성모님께서는 그런 혼란 속에서 당신의 믿음을 지켜 내신 분이십니다.
그분에 대한 기억과 존경은 삶의 익숙함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신앙의 가장 위험한 요소는 ‘이만하면 되었다.’라는 안도감 속에 기생하고 있습니다.
신앙은 늘 새로운 도전입니다.
대구대교구 박병규 요한 보스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