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뼈 │ 정선주
늦가을 나무 둥치 소리 여직 달려 있다
매듭이 뚝뚝 지는 굵고 성긴 매미 울음
그 사이 하늘이 넓다
뿌리들이 보인다.
설익은 나날들도 푸르르게 깊은 고요,
채우지 못한 그리움 낙엽으로 쌓이고
투명한 줄기만 남아
10월을 채운다.
시간의 뼈, 마디마디 성급히 열납하고
집 떠난 낱알갱이 같은 하루가 모여
고요히 굽은 등 너머
먼 길을 나선다.
묵음默音·3
- 늦가을 하나
아마도 밤 사이에 일어난 일인게지.
집 앞 도로 한 복판 고양이 시체 하나.
레미콘 트럭 지날 때 한 번 들썩였을 뿐.
달아난 바퀴 사이로 시커먼 종이 한 장,
청소부 빗자루에 낙엽처럼 쓸려버린,
내각리 47번 도로, 바람만 차가웁다.
외박한 사내들처럼 겸연쩍은 버스정류장,
긴 그림자 희멀겋게 서있던 사람들을
크르릉, 버스 한 대가 삼키고 달아난다.
푸른 새벽 느릿느릿 헐거운 수의囚衣를 입고
철마산 줄기 자락에 서서히 내려선다.
늦가을, 램프빛 미명, 들꽃머리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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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시조
시간의 뼈 외 1편/ 정선주
고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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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2.2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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