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 전6․25전쟁이 있었다. 민족상잔의 전쟁이었고 북이 남을 침략한 전쟁이었고 공산주의의 무서운 적화야욕을 드러낸 전쟁이었다. 남한이 거의 망할 즈음에 하나님의 기적적인 은혜로 유엔 안보리의 회의에 소련이 불참하면서 미국의 주도로 연합군이 파병되어 남한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게 되었다. 공산주의자들은 교회를 무참히 파괴하고 목사나 장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을 짐승처럼 살해하고 납치하였다. 5만 명에 달하는 유엔군이 전사했고, 그 중 대부분이 미군이었기에 미국은 혈맹이 되었고 한미관계는 돈독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에 이런6․25전쟁은 이제 없다. 6․25전쟁이라는 용어는 어느 사이에 한국전쟁이라고 바뀌었고, 공산주의를 무서워하고 경계하면 수구세력으로 몰리게 되었다. 그 참혹한 전쟁은 남침이 아니라 북침이었다는 주장을 백주 대낮에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은 어느 사이에 혈맹이 아닌 반미구호의 대상이 되었고, 그 혈맹의 자리를 오히려 북한이 차지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애써6월25일의 기념이나 그 의미가 강조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상기하자6․25!’ 같은 구호를 감추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이라는 노래는 이미 불러 본지가 참 오래되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점점 멀어지고 미국의 고위층들은 한국에 대한 섭섭한 감정의 표정관리에 실패하고 있다. 69년 전 미국의 애치슨라인이 다시 그려지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미국은 한국에서 몸도 마음도 떠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 대신 북한이라는 새로운 애인과 가까워지려고 하고 있다. 이미 사회의 분위기가 북한에 대하여‘미워도 다시 한 번’의 노래가 불려지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인공기, 평양,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등의 단어들이 우리 귀에 익숙해지는 동안 남한의 한 구석에서는 벌써부터 누가 주체인지도 모르는 구호가 퍼져가고 있다. “적화는 되었다. 통일만 남았다.”는 이 끔찍한 말에 어느덧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으며, “민족통일만 된다면 적화도 상관없다”는 위험한 사고방식이 서서히 퍼져가고 있다.
69년 전의6․25전쟁은 우리의 뇌리에 이미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이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고 기념하고 정리하지 않으면 남북의 진정한 화해는 없으며, 북한의 핵무기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 강남제일교회>
장로신문 [제1647호] 2019년 6월 29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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