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곡결서>
이재익
한 초인(超人)* 최후에 갑옷 위 관복 덮어 입고
북향 4배하고 의연히 앉아 시 한 수 쓰고,
적의 칼날 받았음이여.
창창한 마흔둘에 충을 쫓아 효를 밀쳤구나.
연년세세 5월 25일* 충렬사에 와서
92위 동지들 제일 윗자리에 앉고
본전 한 단 아래 의열각의 연인도 만나보리라.
임진년 음력 4월 15일 그 피 얼룩진
천곡결서(泉谷決書)* 결연함을
후세인은 소줄당(昭崒堂)* 당호로 칭송하였다.
백합나무꽃과 송악덩굴 힘찬 햇순이
어찌 옛날의 장엄한 슬픔을 알리오.
끝내 꺾이지 않은,
전사이가도난(戰死易假道亂)* 그 정신에
부산동래와 만고(萬古)의 역사가 빛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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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6.12.
* 초인 ; 송상현(1551~1592) ; 임진왜란시 동래부사, 본관 여산, 호 천곡, 시호 충렬, 묘는 청주.
* 제향일 5월 25일 ; 전사한 음력 4월 15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
* 의열각 ; 금섬(송상현 부사 시녀), 애향(정발 장군 애첩), 수영 두 의녀를 모심.
* 천곡결서 ; 孤城月暈(훈) 列鎭高枕 君臣義重 父子恩輕
(외로운 성에 달빛이 흐린데, 여러 진은 깊이 잠들고 있도다. 군신의 의는 무겁고 부모의 은혜는 가볍도다.) 송상현 부사가 전사 직전에 부모에게 남긴 한시.
* 소줄당 ; 충렬사가 겸하는 안락서원 강당. ‘일월보다 밝고 태산보다 높다’ 는 한유의 시구 의미 내포함.
* 戰死易假道亂 ; 왜적이 “싸우려면 싸우고, 길을 빌려달라”는 요구에 응대한 말 “싸워서 죽기는 쉽고 길을 빌리기는 어렵다.”
1592년 5월 14일 왜적이 정발 장군의 부산진성을 함락시키고 그날로 동래읍성에 도달하여 협박했다.
"싸울 테면 싸우고 싸우지 않으려면 길을 빌려달라."
이에 송상현 부사는 결연히 대답했다. "싸워서 죽기는 쉬워도 길울 빌려 주기는 어렵다.(전사이가도난)"
물론 이 의사소통은 팻말을 통해서 였다.
이튿날 5월 15일 전투가 시작됐다. 송부사는 있는 힘을 다해 싸다 장렬하게 전사했다.
이 시기에 경상도 육군사령관(경상좌병사) 이각은 미리 겁을 먹고 방위의 의무를 다 팽개치고 임진강까지 도망을 치다가 결국 체포되어 처형을 당했다. 그런 비겁한 자에 비하면 얼마나 충성스러운가.
충렬사 제일 아랫마당에 있는 [전사이가도난비]
2021.6.12. 이 시를 창작하던 순간
이 시는 2021. 종합문예지 《시선》 가을호에 실릴 예정임.
충렬사 전경
충렬사 백합나무꽃
충렬사 송악 햇순
충렬사 매화
충렬사 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