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세상의 주인이 될 것인가?
1.용감하게 대면하라, 변하기 때문에 운명이다
생년 월일과 태어난 시각이 같은 사람도 변화의 시점에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그들의 삶의 서사는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얼마든지 자신에게 주어지는 변화의 방향을 주도적으로 끌어가느냐에 따라 삶의 변화도 변곡선을 그리면서 나아갈 수 있다. 특히 민담은 민중들의 이야기이며 그들은 운명을 바꾸는 힘을 가진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민담형 인간이기도 하다.(404쪽, 411쪽 정리).
<굶어 죽을 관상을 가진 아이>는 부모를 일찍 여의고 삼촌에게 의지해 사는 소년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년은 ‘....(중략) 굶어 죽을 팔자니까 저런 애를 집에 두면 재수가 없다.’ 라고 지나가던 과객이 삼촌에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이후 삼촌의 박대를 견디지 못해 ‘내가 뭐 굶어 죽을 팔자니까 어데든지 가는 대로 가 보자.’ 라는 마음으로 작별 인사도 안 하고 집을 나섰다(405쪽).
소년은 굶어 죽을 팔자라고 했으니 처음에는 절망했을 것이고,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 하루를 살아도 눈칫밥을 먹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자유롭게 살다가 죽고 싶었을 것이다. 죽음앞에서는 소유욕이나 집착, 두려움이 없어졌다. 돈 보따리를 봐도 욕심이 없었고 보따리를 찾아준 대가로 10분의 1을 주겠다는 말에도 필요 없으니 그냥 가지고 가라고 했다. 두려움 또한 없어졌으니 흉가에서 만난 아가씨가 ” ...(중략)...여기서 자면 당신의 생명이 위험하니까 빨리 가라.“ 는 말에도 ”내 죽어도 좋으니 좀 자고 가자.“(406쪽)라면서 망설이지 않았다. 밤중에 나타난 도깨비가 자신은 오랫동안 땅속에 묻혀서 빛을 보지 못했는 데, 제발 빛을 보게 해달라고 하면서 사라져버리는 일이 생겼다. 그래서 소년이 다음 날 삽과 괭이를 빌려서 장독간 밑을 팠더니 금덩어리가 쏟아져 나온 것(407쪽)에 대해신동흔은 자기 내면 깊숙이 묻혀 두었던 빛나는 가치를 발견한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기꺼이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경험을 통해 삶은 혼자 가는 길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 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신적 성장을 통해 어른이 되어 가고 소년 자신이 삶의 방향을 변혁시키고자 하는 무의식이 작동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캐낸 금을 반씩 나누자는 것 조차 관심이 없다며 거절하다가 아가씨가 이것도 인연이니 부부의 연을 맺자면서 붙잡았을 때 움직인다. 소년은 용기를 얻고 ‘설마 내가 굶어 죽을 팔자라도 이런 아가씨하고 있으면 먹고 안 살겠나.’(407쪽) 하면서 마당에서 찬물 한 사발 떠놓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 어떤 변화의 순간은 예측할수 없이 찾아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찰나의 순간에 어떤 결정을 한다. 소년도 순간적으로 혼자가 아니고 둘이라면 함께 노력해서 살 수 있다는 삶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이 생겼을 수도 있다. 이제 소년은 <굶어 죽을 관상을 가진 아이>가 아니었다. 그들은 혼례를 올린 후 금을 가득 싣고 삼촌에게 찾아가서 잘 살았다고 하는 데, 예전에 돈 보따리를 찾아준 대가로 나라에서 벼슬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데 굶어 죽을 팔자라고 말을 했던 관상쟁이가 수년이 지나 찾아와서는 어른이 된 소년을 보고 ‘그때는 굶어 죽을 팔잔데 지금 보니 아주 인상이 좋다.’ 고 했다는 말이다. 결국은 삶에 대한 자신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인가?
신동흔은 인간은 변하는 존재이므로 관상도 변한다고 이야기한다. 나쁘다고 하는 운명(사주팔자)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도 삶 속에서 만난 시절 인연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있다는 말이다. 결국 자신의 서사를 얼마나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운명의 지도는 새롭게 그려진다는 것이다. 신동흔은 이때 변화의 핵심 동력은 ‘길떠남’과 ‘마음 비움’이라고 했다. 소년이 이왕 굶어 죽을 것이니 대가로 금덩어리를 받아 잘 먹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면 결국 금덩어리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굶어 죽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정해진 운명대로 살 것이라는 굴레에 머물지 않아도 된다니.... 걸어 보자!! 자연 속에 나를 맡기고 움직이는 기운을 느끼자!
2. 세상을 바꾸는 건 권력도 재산도 아닌 감성
며칠 전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공감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느꼈다. 주변에서 봐도 까탈스럽게 보이는 것은 본인의 외로운 감정을 들키기 싫어서인 경우를 볼 수 있다.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먼저 얼굴에 웃음이 돌면서 이거 저것 꺼내서 먹을 것을 내놓기도 한다. 드라마에서도 촬영장소로는 절대 빌려줄 수 없다고 고집하는 할머니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은 자주 찾아가서 말동무도 해주고 고장난 전등도 고쳐 드리고 하면서 진정성을 가지고 대해는 것이었다. 스웨덴 민담 <나그네의 못 죽>도 그런 류의 민담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 속 나그네도 소위 태양의 남쪽, 달의 동쪽에서 왔다는 세상의 곳곳을 발길 닿는 대로 누비고 다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존재이다. 이 나그네는 할머니가 자신을 마루에서라도 자게 해준 것에 ”산속에서 떨면서 헤매는 것 보다 백배 낫습니다. 감사해요.“(417쪽) 라는 인사를 하는 것으로 봐서 할머니의 닫힌 마음 이면의 따뜻함을 이미 느꼈을 것이다. 자신도 배가 고파서 꽤를 낸 것도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할머니와 죽을 끓이는 과정에서 서로 대화도 하고 공감도 하면서 할머니를 음식 만드는 데 참여시켜서 즐거움과 맛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해주고 있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난하다고 생각하여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인색한 할머니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못죽이라니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건가봐. 나도 가르쳐줘.“(417쪽)는 할머니의 말은 못만으로 죽을 끓일 수 있다면 좀 더 많은 것들을 절약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과 궁금증이 함께 작용했으리라~~~!! 나그네의 모든 대화는 할머니로 하여금 자신의 집에 있던 각종 요리 재료와 양념류를 꺼내 놓도록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할머니가 더 즐겁고 적극적인 마음이 된 것처럼 보인다. 이게 변화의 과정이었으리라. 궁극에 가서는 ”...최고급 죽이예요. 왕과 왕비는 ....식탁보를 깔고 술과 샌드위치를 곁들이지요. 없는 사람들은 못 할 일이지만요.“(418쪽) 라면서 할머니의 자존심을 살짝 건드린다. 당연히 할머니는 최상급 식사를 하고 싶은 마음에 격에 맞는 것들을 꺼내서 식탁을 차리고 함께 식사를 했다. 할머니가 먹어본 것 중 가장 우아하고 맛있는 식사였다.
할머니는 너무 기분이 좋아서 고마움의 표시로 침대를 내어주자 나그네는 ”아, 오늘이 성탄절 같아요. 할머니처럼 좋은 분은 처음입니다......“(418쪽)라는말을 하면서 단잠에 빠져들었다. 이 장면은 나그네나 할머니가 서로를 진정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서로의 마음이 통하게 되는 순간이었으리라!! 다음날 할머니는 브랜디를 곁들인 커피와 답례로 금화 한 닢까지 건네면서 못죽을 끓일 수 있으니 편하게 살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나그네를 배웅했다. 나그네가 ”저렇게 훌륭한 사람은 흔치 않지.“ 라는 할머니의 중얼거림을 들으면서 길을 떠났다면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무튼 드라마의 줄거리에서나 이 민담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공감’하고 마음과 마음을 잇는 감성적 교감이라는 것이다. 신동흔 선생도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스토리 중 ”역시 사람은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야 해요.“(420쪽) 라는 말로 일갈하고 있다. 이런 마음은 ‘긍정’에서 출발하며, 할머니와 나그네가 감성적 교감을 할 수 있던 부분도 ‘긍정의 힘’ 이었다(421쪽)(신동흔의 이야기 흐름에 대해 정리)는 데는 이의가 없다.
첫댓글 길떠남과 마음 비움!
‘굶어죽을 관상을 가진 아이’ 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니 무척 재밌어 하더라구요.
아이들은 용기와 욕심없음을 그 아이가 관상이 바뀐 이유로 꼽더라구요. 샘 발제글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이 정신적 성장을 통해 삶의 방향을 변혁시키고자 하는 무의식의 작동이란 말이 다가 왔어요.
길 떠나 맞닥뜨린 새로운 상황에 대면하면서 정신적 성장을 했다는 것이죠?
마음을 비워야 애들이 말하는 용기도 낼 수 있는가 봐요. 내가 꼭 붙들고 있는 것이 진정 지킬 만한 것인지 생각하게 되네요. 아, 애들이 도전이란 말도 뽑았는데, 길떠남이며 상황을 직면하는 태도가 도전이다 싶어요. 오늘 이 부분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 나눠봐야 겠어요.
세상을 바꾸는 힘, 감성(공감) 부분, 공감하며 읽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동화작가, 하이타니 겐지로는 그것을 상냥함으로 봤어요. 상냥함, 덕분에 오늘은 그 단어를 떠올려 봅니다. 상냥해야쥐~~ㅎ
아이들과 함께 이 동화를 읽었다니 또 다른 쓰임이네요~!! 지금 하고 있는 인권 수업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