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The Economist 2010-9-30 (번역) 크메르의 세계
캄보디아는 이슬람 테러활동의 안전지대인가
Cambodia and Islamism : Courting the Cham
(프놈펜) --- 소위 "테러와의 전쟁"이라 불리는 움직임 가운데 필리핀에서 태국에 이르는 긴장된 동남아시아 전선에서, 캄보디아는 지금까지 잠자는 안전지대처럼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서방 각국 정부들은 이 후방지대에서 문제가 자라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안보전문가들도 대부분 인종적으로는 40만명 정도인 짬족(Cham, 참족)으로 이뤄진 "캄보디아의 무슬림 공동체"가 문화적으로 부활하면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1970년대의 "크메르루즈"(Khmer Rouge) 정권은 짬족 지도자 대부분을 처형했고, 자신들이 건설하고자 했던 "마오이스트의 파라다이스"에서 짬족들과 이슬람교를 말살시키려 했다. "예일대학" 교수인 벤 키어난(Ben Kiernan)은 당시 25만명의 짬족들 중 9만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보아, 다른 인종집단들에 비해 짬족들의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추정했다. "크메르루즈" 이후 캄보디아의 이맘들 113명 중 21명만이 생존했고, 모스크들도 15% 정도만 남아 있었다.
(사진) 캄보디아의 모스크 모습.
인류학자인 브요른 블렝시(Bjorn Blengsi)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가난한 이슬람 공동체들이 전후 복구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모스크를 짓기 위해 외국의 자선기금에 의존하게 되었다고 하며, 현재는 10배로 증가한 약 250곳의 모스크가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 무슬림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모스크뿐만 아니라, 이슬람의 여러 종파들의 교리들도 새롭게 받아들였다. 이러한 새로운 교리들은 기존에 캄보디아의 이슬람교도들이 갖고 있던 신앙체계보다 훨씬 더 엄격성을 요구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또다른 인류학자로 <캄보디아와 베트남의 이슬람교>(L’Islam au Cambodge et au Vietnam)의 저자이기도 한 아그네스 드 페오(Agnès de Féo) 여사는, 현재 이 지역에서는 사우디 아라비아로부터 전래된 와하비즘(Wahhabism)과 인도로부터 전래된 따블리기 제마뜨(Tablighi Jemaat) 종파가 신자들을 불러모으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이러한 것만으는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이슬람 자선단체들은 신앙을 가르치고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만은 아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2002년도에 상당히 공론화된 사건 하나가 발생했는데, 당시 쿠웨이트에 본부를 둔 "이슬람 유산복원협회"(Revival of Islamic Heritage Society: RIHS)의 캄보디아 내 회원 한사람이 일명 "함발리"(Hambali)로 불리며 인도네시아에서 유명한 리두안 이사무딘(Riduan Isamuddin)을 도왔다고 한다. 함발리는 발리의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폭탄테러 사건의 배후인물이었다. 함발리는 현재 관타나모 만(Guantánamo Bay)의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데, 그는 프놈펜 주재 미국대사관과 영국대사관도 폭파하고자 했다고 명백하게 진술했고, 캄보디아를 동남아 테러리스트들의 훈련장소로도 사용코자 했다고 한다.
쿠웨이트 정부가 테러와 연결고리를 제거시킨 RIHS는 현재도 캄보디아에서 활동 중이다. 캄보디아 내의 동조세력인 "쿠웨이트-캄보디아 문화훈련센터"(Kuwait-Cambodia Islamic Cultural Training Centre) 관계자들은 최근에 캄보디아 국회의장을 만나기도 했다.
캄보디아에서 외래 종교단체들의 영향력이 강화된 것은 걸프 지역 국가들로부터 정부의 차관 도입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러한 차관에는 종교시설 재건축에 관한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2008년도에 캄보디아 정부가 승인한 쿠웨이트로부터의 차관을 살펴보면, 이 부유한 산유국은 5억 4,600만 달러를 지원키로 했고, 그 대부분은 에너지 및 농업부문의 차관이지만 이 중 500만 달러는 새로운 모스크와 마드라사(madrassa: 이슬람식 전통학교)를 짓는 데 지원키로 한 금액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이러한 움직임과 함께 새로운 종파들도 함께 유입된다는 것이다. 호주의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Lowy Institute)의 밀턴 오스본(Milton Osborne)에 따르면, 중동국가들로부터 캄보디아로 유입되는 차관지원 계획에는 대부분 이러한 종교적 움직임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공개적으로 발표를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국가간 지원 자체에는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참된 자선 기부금의 흐름을 타고 의혹을 받고 있거나 금지된 단체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그네스 드 페오 역시 "알 하라마인 이슬람재단"(al-Haramain Islamic Foundation)과 "국제 이슬람 구호기구"(International Islamic Relief Organisation)가 캄보디아 내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들은 명칭만 보아서는 마치 유엔(UN)에 등록된 국제기구들처럼 보이지만, "알 카에다"(al-Qaeda)와의 연관성 때문에 금지된 단체들이다. 캄보디아에서 활동 중인 쿠웨이트의 여타 자선단체 몇몇도 미국의 테러자금 지원조직 목록에 등재되어 있는데, 이 목록에는 RIHS의 각국 지부들 중 일부도 포함되어 있다.
안보전문가들의 캄보디아 내 테러활동의 우려는 단순히 기우에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가장 최근의 사건으로 2004년도에 캄보디아에서 발각된 테러 모의가 그 예가 될 것이다. 당시 프놈펜의 한 마드라사와 관련 있는 3명이 각국 대사관들을 폭파시키겠다는 모의를 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기되는 우려는 오히려 짬족 공동체의 부활로 인해 바람직하지 않은 단체들이 그 혜택을 누리는 데 대한 우려라고도 할 수 있다. 비록 짬족들 자신은 극단주의를 포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역사적 과정을 살펴보면 심지어는 캄보디아 정부조차 그들에 대해 아웃사이더라는 의혹을 보내곤 했다.
현재 이 지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참다웁게 알고 있다. 근본주의는 동남아시아에서 하나의 힘으로 남아있고, 무법지대인 캄보디아도 결코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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