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수행 그리고 기도
법사님! 숙제 좀 내어주세요." 간혹 소문 듣고 보살님들이 나에게 하는 말이다.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 난감하다. 학교 선생님도 아닌 내가 무슨 숙제를 내어준단 말인가? 아마도 신통력? 을 자랑하는 사찰에서 소위 친견 비라는 돈을 받고 친견을 해주고 기도숙제를 준단다. 소문을 들은 보살님들이 나에게 숙제를 내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사실 불교에서 기도 종류와 방법은 다양하다. 중생의 근기에 따라 수행방법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출가 승려들은 수도방법이 정립되어 있고 교육기관도 대부분 종단에서는 다 갖추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재가불자들이다. 재가불자들은 출가 승려들의 가르침을 따르기 마련인데 가르치는 승려마다 가르침이 다 다르다. 같은 종파라도 지도하는 스님에 따라 제각기 다르다. 동일인의 스님이라도 돈 되는 일(기도)이라면 그때그때 다르다. 한 마디로 중구난망이다. 이는 조선 5백년 숭유억불정책 몰고 온 뼈아픈 병폐이다. 이 병폐는 불교가 숭유배불을 벗어난 지금에까지도 불교계는 승려들의 호구지책으로 방편(무속. 기복)불교에만 매몰되어 재가불자들의 수행방법 하나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돈 되는 일이라면 혈안이 되어 단물 빨기에 정신을 잃고 허우적대는 적폐가 되고 있다. 재가불교를 수행해온 나는 재가법사로서 나름대로 재가불교의 수행방법을 정립하고 도반들과 함께 수행하고 있다. 우선 출가불교의 정진을 수도(修道,修渡)라고 한다. 닦음을 통해서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건너가는 것이다. 반면 재가불자들의 닦음은 수행이다. 우선 나의 업(業행위)을 닦는 것이다. 재가불자들의 닦음에는 수행(修行)과 함께 기도(祈禱)가 있다. 수행은 장(長)시간을 닦음을 뜻하고 기도는 단(短)시간의 닦음을 뜻하기도 한다. 수행은 10년20년 아닌 평생을 두고 한 가지 화두에 매달리는 닦음 이다. 본성을 찾아가는 닦음이다. 반면 기도는 그때그때 상황과 필요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닦음이다. 기복이 따르는 닦음이다. 닦음을 공양(식사)이라고 본다면 수행은 밥(飯)이 되고 기도는 반찬이 되는 것이다. 헌데 작금의 한국 재가불교에서는 반찬(기도)은 있고 밥(수행)은 없다. 수행은 밥을 평생을 두고 먹는 것처럼 평생을 두고 화두(話頭)를 수행(探究)하는 것이다. 화두는 꼭 참선(參禪)이 아니라도 된다. 독경(讀經), 주력(呪力), 염불(念佛), 사경(寫經) 어느 수행이라도 근기(根器)에 적합하면 된다. 화두는 선지식의 지도를 받아 선택하는 좋다. 수행은 꼭 부처님과의 약속하는 서원(誓願)이 있어야 한다. 서원을 수행해 가면서 짬짬이 필요에 따라 행하는 것이 기도이다. 예로 들어 신묘장구대다라니 100만독 주력을 서원하고 하루에 108독 4분(分회)정근 수행중인데 갑자기 집안에 초상이 발생했다면 신묘장구대다라니 4분(회)정근은 그대로 수행하고 나무아미타불이나 지장보살기도를 하는 것이다. 집안에 입시생이 있다면 관음정근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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