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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부처님 이야기 묘선 이혜선 개작
오랜 옛날에 부처님은 왕사성(고대 인도의 마가다국의 수도)의 취두산에서 많은 제자들과 함께 계셨습니다.
그 왕국의 재상이 아들을 낳았는데, 몸은 붉은 금빛이고 얼굴이 빼어나게 아름다웠습니다. 재상은 매우 기뻐하여 관상쟁이를 불러 점을 치게 하였습니다. 관상쟁이가 말했습니다.
“기이합니다. 온갖 좋은 모습이 모두 원만하고 공덕을 두루 갖추었으며 지혜와 말을 잘 하는 능력이 통달하여 많은 사람 가운데서 뛰어날 것입니다.”
재상은 더욱 기뻐하여 이름을 지으라 하였습니다. 관상쟁이는 아기 이름을 미륵(彌勒)이라고 지었습니다.
그 아이의 뛰어난 이름은 온 나라에 퍼졌습니다. 바라마달 왕이 그 말을 듣고 생각했습니다.
‘그 어린애의 아름다운 이름과 모습은 높이 드러났다. 만일 높은 덕이 있으면 반드시 내 자리를 빼앗을 것이다. 미리 제거해 버려야겠다.“ 곧 재상에게 분부했습니다.
“그대에게 아들이 있는데 그 상이 특별하다는데 데리고 오시오. 나도 보고 싶소.”
그 아이에게 파바리라는 외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그는 이웃나라 임금의 스승으로서 지혜와 재주가 뛰어났습니다.
재상은 그 아들이 왕의 해를 입을까 두려워서 사람을 시켜 아이를 외할아버지에게 보냈습니다. 아이가 자라 공부를 시키자 하루 배운 것이 다른 아이의 1년 배운 것보다 나아서, 공부한 지 1년이 못 되어 모든 경서(옛 스승들의 사상을 적어놓은 책)에 두루 통달하였습니다.
파바리는 외손자의 총명함을 보고 큰 연회를 베풀어 그 이름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한 제자를 그 재상에게 보내어 아이의 공부를 말하고, 약간의 보물을 청하여 연회를 베풀기로 했습니다.
그 제자는 가는 도중에 어떤 사람에게서 부처님의 한량없는 덕행을 듣고 사모하여 부처님을 뵈러 가다가 중간에도 이르기 전에 호랑이에게 잡아먹혔습니다. 그러나 그 착한 마음으로 말미암아 하늘나라에 태어났습니다.
파바리는 할 수 없이 스스로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많은 사람을 청하여 큰 연회를 베풀었습니다. 연회를 마치고는 한 사람에게 각각 5백 냥씩 주었습니다.
그때 노도차라는 바라문은 가장 뒤에 와서 파바리를 보고 말했습니다.
“나는 뒤늦게 와서 음식은 얻어먹지 못했지만, 내게도 5백냥 돈을 주시오.”
“내 재산이 모두 떨어져 당신의 청을 못 들어주게 되었군요.”
“당신이 보시한다는 말을 듣고 크게 기대하면서 왔는데, 어째서 헛걸음을 시키시오. 끝내 거절하고 주지 않으면 당신은 이레 뒤에 머리가 부서져 일곱 조각이 날 것이오.”
파바리는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했습니다.
‘이 세상에는 모진 주문이 있어 무시할 수 없으니, 혹 이 사람 말대로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재물이 다 없어졌으니 갑자기 어쩔 도리가 없구나.’
하고는 매우 근심하고 두려워했습니다.
그때에 전날 심부름 가다가 죽어 하늘나라에 태어난 제자가 하늘에서 내려와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스승님 무슨 걱정이 있으신지요?”
스승은 그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했습니다. 하늘제자는 곧 스승에게 아뢰었습니다.
“그 노도차란 자는 최상의 법을 알지 못합니다. 그는 어리석고 미욱하며 사악한 사람입니다. 그가 무슨 일을 하겠기에 그처럼 걱정하십니까? 부처님이 계시는데 그 분만이 최상의 법을 아시는 위없는 법왕으로 특히 귀의할 만한 어른이십니다.”
“부처님이란 어떤 사람인가?”
“부처님께서는 가비라국 정반왕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태어나서 이내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천상과 인간에서 제일 높다고 하셨습니다. 그 광명은 천지를 비추었고 서른두 가지 상서로운 일이 천지를 흔들면서 나타났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을 보고는 왕자의 지위를 버리고, 나라를 벗어나 6년 동안 고행한 끝에 보리수 밑에서 18억 마귀의 무리들을 쳐부수었습니다. 이른 새벽에 불법을 두루 성취하시어 깨달은 이가 되었습니다.
그는 바라내로 가시어 처음으로 제자들을 가르쳤는데 아야교진여 등 다섯 사람은 마음의 괴로움과 걱정이 없어졌고, 무수한 수행자들이 큰 도의 뜻을 내었습니다.
다음에 마갈지방으로 가시어 많은 제자들을 제도하시고, 1천 2백50 비구(남자승려)를 만들어 교도로 삼으셨습니다.
공덕과 지혜가 헤아릴 수 없으니, 그 이름을 부처님이라 합니다.”
파바리는 그 말을 듣고 생각했습니다.
‘반드시 부처님이 있다. 우리 책에도 부처별[佛星]이 아래로 나타나 천지가 크게 진동하면 장차 성인이 나시리라 했는데, 지금 그런 징조가 모두 나타났으니, 아마 이 분이 그 분인 것 같다.’
그는 곧 미륵 등 16제자에게 분부했습니다.
“너희들은 가서 구담(석가모니)을 보라. 만일 그 상호에 여러 가지 모습을 갖추었거든 마음으로 물어 보라.
‘우리 스승 파바리는 몇 가지 상이 있는가?’
지금 내 몸에는 두 가지 상이 있다. 첫째는 검푸른 머리털이요, 둘째는 넓고 긴 혀이다.
다시 마음으로 물어 보라. ‘우리 스승 파바리는 지금 나이가 얼마인가?’
지금 내 나이는 120세이다.
다시 마음으로 물어 보라. ‘우리 스승 파바리는 제자가 몇인가?’
지금 내 제자는 5백 명이다.
만일 그가 이 숫자를 알고 대답한다면 그는 틀림없이 부처이니, 너희들은 그의 제자가 되라.”
그때 미륵 등 제자들은 왕사성으로 떠나 취두산에 이르러 차츰 부처님께로 나아가 스승의 분부대로 멀리서 마음으로 물어 보았습니다.
“우리 스승 파바리는 몇 가지 상이 있는가?” 부처님은 곧 멀리서 대답하셨습니다.
“너희들 스승 파바리는 두 가지 상밖에 없다. 첫째는 검푸른 머리털이요, 둘째는 넓고 긴 혀이니라.”
미륵 등은 그들이 마음으로 물어보는 세 가지 물음에 대한 부처님의 대답을 들으니 낱낱이 사실과 같아서 틀림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공경하고 우러르는 마음이 생겨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예배하였습니다. 부처님은 그들을 위하여 설법해주셨습니다. 그들 16인은 모두 법을 관찰하는 눈이 깨끗하게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 출가하기를 청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잘 왔구나” 하시자 그들의 수염과 머리털은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은 몸에 입혀져 이내 수행자가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거듭 방편으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셨습니다. 그들은 모두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정반왕은 아들이신 석가모니가 도를 이루고 돌아다니면서 교화하여 많은 사람을 제도한다는 말을 듣고,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여 우타야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부처님께 가서 내 뜻을 전하여라, ‘너는 본래 도를 얻으면 돌아온다고 약속하였다. 원컨대 약속대로 곧 돌아와 만나자’고 아뢰어라.”
우타야는 부처님께 나아가 왕의 뜻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이레 뒤에 가리라.”
우타야는 기뻐하며 돌아와 그 소식을 전했습니다. 정반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분부했습니다. “성 안을 장엄하되 아주 깨끗이 하고, 더러운 거리를 고치고, 꽃과 향을 많이 쌓아 부처님께서 오실 때를 기다려 공양하라.”
이렇게 준비를 마치고, 왕은 여러 신하들과 40리 밖에까지 나가 부처님을 맞이했습니다.
그때 부처님은 불법을 지켜주는 여러 신들의 호위를 받으며, 여러 제자들을 거느리고 큰 광명 속에서 오셨습니다. 부처님은 대중과 함께 허공을 타고 오시다가, 차츰 왕에게 가까이 가려고 사람 키만큼 내려오셨습니다. 왕은 매우 기뻐하며 얼떨결에 내려가 예배하고, 문안한 뒤에 같이 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부처님은 니구로다의 사원에 머물렀습니다. 그래서 왕과 신민들은 날마다 부처님 법을 들었고, 깨달아 구제되는 이가 많았습니다.
그 뒤에 부처님은 여러 비구들과 함께 나라 안을 돌아다니면서 교화하셨습니다.
그때 미륵은 몸은 단정한데 얼굴빛은 검은 금빛이어서, 안팎이 서로 어울리고 위의는 조용하였습니다. 그는 바라내성에 들어가 음식을 얻으려하다가, 어떤 큰 길 위에서 발우를 들고 서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둘러서서 구경하면서 모두 우러러 공경하였으나 아무도 음식은 주지 않았습니다. 어떤 구슬 꿰는 이가 우연히 그 길에 이르러 미륵을 보고는 매우 공경하고 흠모한 나머지 물었습니다.
“대덕님은 음식을 얻었습니까?”
미륵이 “얻지 못했습니다.”라고 대답하자 그는 미륵을 청하여 같이 집으로 돌아가 음식을 장만하여 공양하였습니다. 미륵은 공양을 마치고 그를 위해 묘법을 연설하셨습니다.
그때 어떤 장자는 그 딸을 시집보내려고, 먼저 그 구슬 꿰는 이에게 구슬 하나를 주어 꿰게 하고, 다 꿰면 돈 10만 냥을 주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장자는 사람을 시켜 구슬을 찾으러 보냈는데, 구슬 꿰는 이는 설법을 들으면서 마음이 흠뻑 도취되어 말했습니다. “우선 가시오. 조금 있다 꿰어 드리리다.”
그 사람이 재촉했습니다. “지금 급히 쓸 것입니다. 생각났을 때 시작하시오.”
이렇게 부탁하고 그 사람은 돌아가 장자에게 자세히 전했습니다. 장자는 조금 있다가 다시 사람을 보냈는데 그는 아직도 법을 듣노라고 구슬을 꿰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돌아가 장자에게 전하니 장자는 화를 내어 말했습니다.
“이미 비싼 삯을 정하였고 그저 청탁한 것이 아닌데, 아직도 뒤로 미루어 내 요구를 듣지 않는구나.”
“만일 아직도 꿰지 않았거든 구슬을 도로 찾아오너라.”하고 다른 사람을 보냈습니다.
사환이 갔으나 그는 아직도 법을 듣고 있었습니다. 아직 구슬을 꿰지 않은 줄을 알고 심부름꾼이 빨리 돌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도 할 수 없어 곧 구슬을 돌려주었습니다.
구슬 꿰는 이는 미륵 앞에서 차례로 법을 들으면서 조금도 싫증을 내지 않았습니다. 그 아내는 성을 내어 남편을 나무랐습니다.
“잠깐만 수고하면 10만 냥 돈을 얻어 집안의 모자라는 의식을 이어갈 것인데, 사문의 그 번지레한 말을 듣느라고, 그런 재물의 이익을 잃고 마는구나.”
그는 이 말을 듣고 후회하고 한탄하였습니다.
미륵은 그 마음을 알고 그에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지금 나와 함께 절에 가 보겠습니까?” “그리하겠습니다.”
미륵은 그와 함께 절에 가서 그를 데리고 스님들 앞에 나아가 스님들에게 물었습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계율을 가지는 청정한 한 사문을 자기 집에 청하여 공양하면,10만 냥 돈을 얻는 것과 그 이익이 어떠한가?”
“가령 어떤 사람이 두 천하 안에 가득 찬 일곱 가지 보배를 얻더라도 청정한 한 사문을 청하여 집에서 공양함으로써 얻는 이익의 아주 많은 것보다는 못합니다.”
사리불과 목건련과 그 밖의 비구들이 이와 같이 비유를 들어 비교하여 그 공덕이 저것(보배)보다 많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밖에서 들어오시다가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 나는 이제 미래 세상일을 말하리라. 이 땅이 고르고 편편하고 넓어 산이나 내가 없고, 땅에는 부드러운 풀이 나서 마치 하늘옷과 같을 것이다. 그때의 사람들은 수명이 8만 4천 살이요, 키는 여덟 길이며 얼굴은 단정하고 묘할 것이다. 사람들 성질은 어질고 고와 열 가지 선행을 두루 닦을 것이다.
그때 어떤 바라문 집에서 한 사내를 낳아 이름을 미륵이라 할 것이다. 그는 몸이 자금색이요,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온갖 좋은 상을 갖추어 광명이 특히 빛날 것이다. 그는 집을 떠나 도를 배워 가장 바른 깨달음을 이루고 널리 중생을 위하여 거룩한 법의 바퀴를 굴릴 것이다. 그 첫째 번 법회에서는 93억 중생을 제도할 것이요, 둘째 번 법회에서는 96억 중생을 제도할 것이며, 셋째 번 법회에서는 99억 중생을 제도할 것이다.
이 세 번의 법회에서 구제를 입은 이들은 모두 내가 끼친 법을 중생들에게 심은 이와 세 가지 보배를 일으킨 이와 집을 떠나거나 집에 있거나 법과 계율을 가진 이와 향을 사르고 등불을 켜고 예배한 이들이다. 그리고 미륵은 그 세 번 법회에서 내가 남긴 중생들을 제도한 뒤에, 인연이 같은 중생들을 교화할 것이다.”
미륵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아뢰었습니다.
“저는 그 미륵부처님이 되기를 원합니다.”
“네 말과 같다. 너는 장래에 미륵부처가 되어 위와 같이 교화할 것이니, 그가 바로 너이니라.”
존자 아난이 곧 일어나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미륵이 부처가 되어도 미륵이라 이름한다 하니, 알 수 없습니다. 그 이름은 어디서 생겼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난이여, 자세히 듣고 명심하라. 지나간 세상, 한량없는 오랜 시간 전에 이 세상에 큰 나라 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담마류지였다. 그는 8만 4천 작은 나라와 6만의 산천과 80억의 촌락과 2만 부인과 궁녀와 1만 대신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 중의 한 작은 나라는 매우 풍족하고 즐거웠고, 그 나라 왕의 이름은 파새기였다. 그때 불사 부처가 처음으로 세상에 나와 그 나라에 있으면서 중생을 교화하였다.
파새기왕은 신하들을 데리고 오로지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을 공양하느라고, 큰 나라 왕에게 가서 조회할 겨를이 없었고, 왕에게 재물 바치기와 문안 편지도 아주 끊었었다. 그래서 대왕은 그 끊어진 것을 이상히 여기고 까닭을 문책하려고 곧 사자를 보냈다. 사자는 가서 왕의 명령을 전했다.
‘근년에 와서 사람과 통신이 모두 끊어졌다. 너는 남의 신하가 되어 왜 법을 어기는가. 어떤 다른 마음을 먹고 장차 반역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
파새기는 대왕의 문책을 받고는 곧 나아가 부처님께 이런 사정을 아뢰었다. 부처님이 왕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근심하지 말고 다만 사신을 돌려보내되 정성으로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우리 나라에 계시어 아침저녁으로 받들어 섬기느라고 대왕을 가서 뵐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라의 재물은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하느라고 대왕께 바칠 만한 나머지가 없습니다〉라고 하라.’
파새기왕은 부처님 분부를 듣고,그대로 일러 사자를 보냈다. 사자는 돌아가 왕을 보고 이 말을 자세히 전했다. 대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화를 내어 곧 신하들을 모으고 이 일을 의논했다. 여러 신하들이 말했다.
‘저 왕은 오만하여 당치 않은 이유를 붙입니다. 군사를 일으켜 가서 치는 것이 좋습니다.’
왕은 옳다 하고, 군사를 모아 몸소 이끌고 나갔다. 파새기는 그것을 알고 몹시 두려워 황급히 부처님께 달려가 아뢰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걱정하지 말라. 그저 스스로 찾아가서 보고 먼저 이른 대로 말하라.’
파새기왕이 신하들을 데리고 국경으로 나아가 대왕을 보고, 예배하고 문안올리니 대왕이 문책했다.
‘너는 무엇을 믿기에 거만스럽게 법을 어기고 조회하러 오지 않는가.’
‘부처님 세상은 만나기 어렵고 부처님을 뵙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요즘 부처님께서는 저희 나라에 계시면서 백성들을 교화하시기에 아침, 저녁으로 받들어 모시느라고 법을 어겼습니다.’
‘그것은 그렇다 하지마는 왜 공물까지 끊었는가?’
‘부처님께는 제자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계행이 청정하여 세상의 좋은 복밭입니다. 그래서 온 나라에 있는 물건을 모두 가져다 공양합니다. 그러므로 조공 바칠 만한 풍족한 물건이 없었습니다.’
담마류지는 이 말을 듣고 말했다.
‘그만두라. 내가 부처를 보리니, 부처를 보고 돌아와서 다시 네 죄를 물으리라’
곧 군사들을 거느리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부처님은 대중에 둘러싸여 모두 고요하고 단정히 앉아 선정에 들어 있었다. 담마류지가 멀리서 부처님을 바라보니 광명이 빛나고 밝아 해보다 더하였고, 대중에 둘러싸인 것은 마치 별 가운데 달과 같았다. 그는 부처님께 문안한 뒤에 어느 비구가 특별히 광명에 싸여 있는 것을 보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 한 비구는 어떤 선정에 들었기에 저처럼 빛납니까?’
부처님이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저 비구는 자삼매(모든 중생들이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것을 알게 되도록 마음이 깊어지는 경지)에 들어 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더욱 흠앙하여 말했다.
‘이 자삼매는 저처럼 거룩합니까? 나도 저 자삼매를 배우겠습니다.’
이렇게 원을 세우고 자삼매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지자, 마음은 아주 부드러워져 다시는 해칠 마음이 없어졌다. 그래서 곧 부처님과 비구들을 청했다.
‘원컨대 마음을 돌리시어 저희 큰 나라로 가시기 바랍니다.’
부처님이 승낙하시고 날을 정하여 가기로 하셨다.
파새기왕은, 부처님께서 큰 나라로 가려 하신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근심하고 한탄하면서 가만히 생각했다.
‘만일 내가 큰 나라 왕이라면 부처님께서는 항상 우리나라에 계실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작은 나라 왕이기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모든 왕 중에 어느 왕이 제일 큽니까?’
‘전륜왕이 제일 크니라.’ 파새기왕은 이내 원을 세웠다.
‘나는 지금까지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하였습니다. 그 공덕으로 오는 세상마다 전륜성왕이 되게 하소서.’
이와 같이 아난이여, 그때의 대왕 담마류지는 지금의 저 미륵이다. 그는 처음으로 그 세상에서 사랑하는 마음을 내었기 때문에 그 뒤로도 항상 미륵이라 이름하였다. 그리고 그 파새기왕은 지금의 저 기타로서, 그는 거기서 전륜왕이 되리라는 원을 세웠기 때문에 그 뒤로는 세상마다 항상 전륜왕이 되어 지금에 이르도록 공덕이 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그것을 청하는 것이다.”
그때 구슬 꿰는 이는 이 말을 듣고, 곧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밖의 많은 사람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수다원*을 얻는 이도 있었고, 사다함*이나 아나함*이나 아라한까지 얻는 이도 있었으며,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는 이도 있었고,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모두 기뻐하여 착한 마음을 내고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였습니다.
* 아라한: 큰 지혜와 광명을 지니고 항상 고요한 해탈의 경지에 있는 성자
*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믿음이 흔들리지 않고 진리의 길에 들어가 깨치려고 하는 수행자의 단계를 이름.
<생각 키우기>
우리들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전생에 자기가 쌓은 복과 행동한 일에 따라 그 인연으로 태어난다고 합니다.
즉 전생에 좋은 일을 하면 그 덕행이 쌓여서 후생에도 모습이 단정하게 잘 생기고, 정신은 총명하고 지혜롭게 태어나서 자기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합니다.
자기 욕심만 채우려고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주위의 어려운 친구들을 위해서 내 힘으로 어떤 일을 도울 수 있는지 어린이 여러분도 잘 생각하고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혜선 약력
*동국대 국문학과, 세종대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1981년『시문학』2회추천.
*시집『흘린 술이 반이다』『운문호일雲門好日』『새소리 택배』 등.
저서『이혜선의 시가 있는 저녁』『문학과 꿈의 변용』 등.
*세종우수도서 선정(2016). 윤동주문학상, 동국문학상, 문학비평가협회상(평론) 외 다수 수상. *동국대 외래 교수역임.
*현재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문체부 문학진흥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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