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안다
예전에는 몰랐었다. 여름도 슬픈 계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초록이 무성한 숲에서 목 놓아 우는 매미의 속내가 그 까닭없어 보이던 울음 뒤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토해내고 있었던가를 미처 짐작도 못했었다. 연두가 지쳐 초록이 되면 아, 또 한 계절이 잠시 소문도 없이 가는 구나 했지만 이제야 알겠다. 그 무성한 숲 사이사이에 아무에게도 보여 줄 수 없는 그리움들이 빼곡히 차 있다는 것을. 늘 눈에 보이는 것들만 보고 살았다. 그것들이 전부 인 줄 알았다. 이제야 안다. 보이는 것 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전부이고 아주 가끔씩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전부 일 수 있다는 것을. 드러 난 상처보다도 속에서 곪는 상처가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나가던 이야기의 뜻을 알아 차렸을 때, 오래동안 내 살 처럼 지녀온 것들이 전부 상처임을 깨달았을 때, 마흔 다섯의 봄이 더디게 떠나고 있다. 웃고 있다고 해서 속으로 까지 웃는 것이 아니라는 그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안다. 왜 꽃이 지면서도 웃는 지 왜 새들이 기뻐도 우는 지 철저한 혼자가 되고서야 이제서야 안다.
글/사진...文貞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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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비온뒤라 싱그러운 산행 길이었겠습니다 ~~연륜을 노래하는 시와 음악에 꼬리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