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문득 행복을 느끼는 날들
프랑스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의 ‘그가 사랑한 순간들’
사람의 마음은 예측하기가 무척 어렵다. 불안하고 초조한 날 또는 불행하다고 생각되는 날이 이어지다가도 문득 사소한 일로 갑자기 행복을 느낄 때가 있다. 이건 세속적인 ‘변덕’과는 또 다른 마음의 변화인 것 같다.
벌써 8년 전인 2014년 7월, 홍대앞 갤러리에서 프랑스의 대표적인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Robert Doisneau)의 사진전이 열린 적이 있다. 제목은 ‘그가 사랑한 순간들’. 이 전시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당연히 그의 대표작인 ‘파리 시청앞 광장에서의 키스’였다. 파리 시청 앞의 거리.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남녀가 뜨거운 입맞춤을 나누고 있다.
1950년 6월 미국의 유명 사진 잡지 라이프에 ‘파리의 젊은 연인들’ 시리즈로 실리지만 당시에는 큰 반향이 없었다. 무려 30여년이 지나 포스터로 만들어지고 나서야 전 세계로 수백만 장이 팔려나갔다. 사진이 뒤늦게 유명해지자 사진 속 주인공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속출했고, 소송까지 벌어진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 과정에서 해당 사진이 찰나를 포착한 게 아니라 연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 사진이 유명해지자 2017년에는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라는 제목으로 로베르 두아노의 삶과 사진 세계가 영화화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2017.8월에 방영된 적이 있다. 로베르 두아노(1912-1994)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윌리 로니스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3대 휴머니즘 사진작가로 꼽힌다.
전철안에서도 젊은 남녀가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서로 껴안거나 키스를 하는 요즘 세태에서는 길거리에서 남녀가 키스하는 장면이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1950년경만 해도 르베르 두아노의 ‘파리 시청앞에서의 키스’는 대담하고 놀라운 광경이었던 것 같다.
로베르 두아노는 “이유없이 문득 행복을 느끼는 날들이 있다. 내가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순간들의 행복한 기억이다”라고 말한다. 그렇다. 코로나의 두려움 속에서도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으면 좋겠다.
로베르 두아노의 사진작품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는 한 중년여인, 그녀의 마음은 어떨까?
(글, 사진/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