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8. 기독교보
베리칩과 짐승의 표
변종길 교수(고려신학대학원 신약학)
요즈음 인터넷상에서 ‘베리칩’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베리칩(VeriChip)’은 ‘베리피케이션 칩(Verification Chip)’의 약자인데 ‘확인 칩’이란 뜻이다. 이것은 곧 사람의 몸속에 이식한 각자의 정보를 담은 좁쌀만한 칩을 말한다. 이 칩에는 각자의 정보를 담은 메모리와 안테나, 배터리가 들어 있다. 배터리는 사람의 체온에 의해 충전된다고 한다. 이 ‘베리칩’은 1990년대 후반에 잃어버린 애완동물을 찾기 위해 동물 피부 속에 넣기 시작했는데, 2001년에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람에게 이식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여 통과된 의료보험법에 의하면, 2013년 3월까지 모든 미국 시민이 ‘베리칩’을 받아야 한다고 되어 있다고 한다.
이 주장의 진위 여부는 좀 더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어떤 이들은 이 ‘베리칩’은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짐승의 표’라고 주장하면서 이것을 받으면 지옥에 간다고 하면서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 이 베리칩을 받고 안 받고에 따라 사람의 구원이 결정되는 듯이 야단이다. 그리하여 미국 오렌지카운티기독교교회협의회(OC교협)에서는 최근에 “베리칩은 짐승의 표가 아니며 구원과 상관없다”는 요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구원은 베리칩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느냐 안 믿느냐로 결정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도 인터넷상에서는 계속해서 이 성명서를 반박하고 비방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면 과연 ‘베리칩’은 계시록에서 말하는 ‘짐승의 표’인가? 이 ‘베리칩’을 받는 자는 다 멸망하게 되는 것인가? 요한계시록에서 말하는 ‘짐승의 표’는 무엇인가?
계시록 13장에는 두 짐승이 나온다. 첫째 짐승은 바다에서 나오는데 성도들을 핍박하는 세상 권세, 나라, 제국을 의미한다(1-10절). 요한 당시에는 로마 제국이었으며 그 정점에 로마 황제가 있다. 둘째 짐승은 땅에서 올라오는데 성도들을 미혹하는 거짓 선지자 곧 거짓 종교 세력을 의미한다(11-18절). 이 거짓 선지자는 이적으로 온 세상 사람들을 꾀어서 첫째 짐승을 경배하게 하고(15절), 또 오른손에나 이마에 표를 받게 하며(16절), 누구든지 이 표를 가진 자 외에는 매매를 못하게 한다(16절). 이 표는 곧 짐승의 이름이나 그 이름의 수인데(17절), 666이라고 한다(18절).
여기서 ‘표(카라그마)’는 ‘짐승’에게 속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짐승의 표를 받은 것’은 짐승에게 속한 자 곧 마귀에게 속한 자라는 것을 나타낸다(계 14:9-12 참조). 하나님의 종들의 이마에 인침을 받은 것(계 7:3)은 하나님께 속했다는 것, 곧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래서 “짐승과 그의 우상에게 경배하지도 아니하고 이마와 손에 그의 표를 받지도 아니한 자들”은 살아서 천년 동안 왕노릇한다고 했다(계 20:4). 여기서 ‘짐승의 표를 받지 아니한 자들’은 핍박과 환난 가운데서도 우상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들, 곧 마귀에게 경배하지 아니하고 끝까지 믿음을 지킨 자들을 가리킨다.
그리고 “누구든지 이 표를 가진 자 외에는 매매를 못하게 한다”는 것은 황제 숭배에 참여하지 않는 자들은 영업과 경제활동에 막대한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미이다. 초대교회 시대에 로마 제국 안에는 각종 직능, 직업 조합(길드)들이 있어서 그들의 수호신에게 제사 드리고 제사 음식을 나눠먹었다(계 2:14,20 참조). 따라서 이들 우상 숭배와 제물을 거부하는 그리스도인들은 경제활동에 막대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 세상은 참 믿음을 가진 성도들이 점점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해 가고 있다.
따라서 ‘짐승의 표’란 것은 무슨 ‘신용카드’나 ‘바코드’나 ‘베리칩’ 같은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을 소유하거나 받았다고 해서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구원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구원(救援)’이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느냐 믿지 않느냐에 달린 것이지(행 4:12, 16:31, 요 1:12, 3:16, 요일 5:12), 한낱 무생물에 불과한 무슨 물체를 받느냐 받지 않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다. ‘신용카드’나 ‘바코드’나 ‘베리칩’은 다 인간이 만든 것이요 인간을 위한 물건에 불과하다. 그런 것은 하나님의 자녀가 사용할 수도 있고 세상 사람들이 사용할 수도 있다. 버스와 지하철은 하나님의 자녀들과 세상 자녀들이 함께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바코드’나 ‘베리칩’ 같은 것이 ‘짐승의 표’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짐승의 표를 받았다’는 것은 짐승에게 속했다는 것, 곧 우상에게 속했다는 것, 마귀에게 속했다는 것을 상징한다. 우상에게 절하고 마귀를 섬기는 자는 구원에 참여하지 못하고 영생을 누리지 못한다. ‘베리칩’을 소유하고 안 하고 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베리칩’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야 한다. 곧, 인체에의 유해성 여부, 개인정보 유출 문제, 사생활 보호, 편리성 등의 관점에서 접근할 문제이지 구원과는 상관없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신체에 금속성 물질이나 이물질을 붙이는 것을 생래적으로 싫어한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의 성향 문제이고 개개인의 자유 문제이지 구원과는 상관없는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외에 다른 요소를 구원에 연결시키면 잘못이며 이단이 된다. 유대주의자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 외에 ‘할례’와 ‘절기들’을 구원에 필수적인 요소들로 첨가했을 때에 사도 바울은 그들을 ‘그리스도 십자가의 원수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하였던 것이다(빌 3:18). 왜냐하면 그들은 구원받는 길을 흐리며 복음의 진리를 왜곡하였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이런 미혹이 많이 있어서 복음의 진리를 왜곡하며 구원의 길을 흐리고 있다. 세상의 종말이 다가올수록, 주의 재림이 다가올수록 이런 미혹과 소란함은 더욱 많아질 것이니 성도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굳게 붙들고 깨어서 기도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