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서 산다는 건
한옥에서 산다는 것이 특별할 것은 없습니다.
그저 여느 농촌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한옥이 어떤 위치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따름입니다.
제가 지내고 있는 한옥 모모헌은 제가 나고 자란 고향에 위치해 있습니다.
집 밖으로 보이는 모든 풍경들과 모든 장소들이 저의 유년시절과 학창 시절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묻어 있습니다.
태어나길 산촌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시골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는 누구 못지않게 잘 압니다.
한옥에서 산다는 것에 대한 제목을 달았지만 실상은 시골에서 산다는 것이 맞는 말입니다.
시골풍경은 겉으로 보기엔 참 아름답고 한가로워 보이지요
그러나 실제로 거주할 목적으로 시골에 정착하는 건 또 다른 일입니다.
저의 작은 소견에 불과하지만 시골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잠깐 나누고자 합니다.
1. 환경에 대한 적응
시골은 도시완 전혀 다른 환경입니다.
우선 생활에 도움을 줄만한 것들이 거의 전무합니다.
하다못해 작은 슈퍼 하나 없습니다. 그나마 있는 점방은 마을을 나가 큰 신작로까지 걸어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어쩌다 주전부리를 하고 싶어도 면내로 나가야 원하는 걸 살수가 있습니다
뿐인가요
문 밖을 나서는 동시에 상시로 자연에 그대로 노출되는 곳이어서 항상 자신을 지킬 준비를 하고 살아야 합니다.
요즘 같은 철엔 모기와의 사투를 벌여야 합니다.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에 앉아 차를 마시는 장면을 상상해 보셨나요
실상은 모기 때문에 오분도 채 앉아 있질 못합니다.
찌는 더위와 쏟아지는 소나기와 찬바람과 눈과 태풍 등 자연으로부터 오는 모든 것을 그대로 몸으로 이겨 내야 합니다.
물론 이런 일은 도시라고 별로 다를 것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시골은 도시에 비해 그 강도가 세고 적당히 피할 장소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시골에서 살려면 먼저 이런 주변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또는 순응하며 살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하셔야 합니다.
2. 외로움에 대한 적응
아시다시피 현재 시골은 초고령화로 진입한 지 오래 되었습니다.
앞 집 뒷 집 할 것 없이 모두 고령의 노인들만 사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귀농이나 귀촌을 하여 외지에서 들어온 분들이 간혹 있긴 하지만 그들 역시 적당히 연세가 든 분들이고 도시에서 살던 버릇
그대로 시골에서 살면서 이웃과는 거의 왕래란 걸 모르고 삽니다. 그저 자기들 좋으면 그만이란 식이지요
그들이 먼저 손을 내밀고 친화력을 행세할 거라곤 아예 첨부터 갖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오히려 이쪽에서 그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소소한 물건이라도 주고받으며 살려고 노력하는 게 훨씬 빠릅니다.
그렇다고 외지 사람들을 호도하는 건 아닙니다. 그들이 여태껏 살아온 배경이 도시였다는 걸 알면 이해가 갑니다.
언제나 외로워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러니 어떻게 하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살아갈 것인가에 관심을 갖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냥 혼자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살아갈 수는 있겠지요
역시 사람을 사귀려면 돈이 들어가야 합니다.
시골살림에 작은 보템이 될 만한 물건 하나 사들고 찾아가면 마음을 여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제가 시골에서 살아보니 별것 아니지만 항상 필요한 물품들이 몇 가지 있더군요
예를 들면 작은 양동이, 수돗가에 놓고 쓸 수 있는 자루 달린 플라스틱 바가지, 모기향, 가루세제, 휴지, 마당을 쓸때 쓰는 자루달린 빗자루, 호미, 파리채, 수건, 행주, 치약 등 흔한 생활용품들인데 이게 떨어지면 얼른 사 올만한 곳이 못되다 보니 의외로 생필품이 떨어진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작지만 이런 거 하나 사서 찾아가면 좋아할 것입니다.
3. 혼자 놀거리
시골에서 산다는 건 거의 주변 사람들과의 왕래가 드물어 늘 혼자일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면 부부지간이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놀거릴 준비하는 건 시골생활의 즐거움을 찾는 좋은 방법이 됩니다.
논다는 게 이상하게 들린다면 혼자 지낼 꺼리라 생각하면 되겠네요
작은 텃밭을 가꾼다든지 정원을 가꾸는 건 의외로 손이 많이 가는 일이요 긴 시간을 요하는 것들입니다. 첨부터 이런 것에
달려들기보단 아주 단순한 거리를 찾는 게 좋습니다. 해먹을 걸어놓고 거기에 누워서 시간 보내기, 꽃차를 끓여 마셔보기
책을 꺼내 읽어보기,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기, 마당에 나가 별을 보기 등등 아주 소소한 것부터 시작하다 보면 점차 전문적인
기술이나 기능이 필요한 부분까지 발전해 갈 것입니다. 시골에 들어오자마자 너무 거창한 일을 벌이는 건 자칫해 시골생활이
너무 힘들게 느껴져 회의를 가질 수 있으므로 단계적으로 시도해 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4. 목적이 있는 삶
시골에 들어와 산다는 사람들은 어찌 보면 이전까지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던 분들일 겁니다.
그래서 이젠 느긋하게 하루하루 단순하게 살고 싶어서 시골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시골에서 사는 건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이런 태도는 오히려 시간이 지나가면서 권태로움과
예기치 못한 질병에 걸릴 확률이 많습니다. 비록 단순한 시골살이일지 모르나 거기에도 나름 삶의 목적 또는 목표를 세워놓고
거기에 따라 자신을 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농어촌에서 한평생을 살아온 분들의 노후생활을 들여다보면 대개는 텔레비전을
끼고 삽니다. 그동안 하던 농사일은 이제 힘이 없어 못하니까 다른 일은 생각도 못합니다. 평생을 농사 밖에 모르던 분들이
농사일 그만두었다고 금방 다른 일거릴 찾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 자동적으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줄 텔레비전에
꽂이는 겁니다. 그게 하루 이틀이 아닌 남은 노년의 삶을 거기에서 즐거움을 찾다 보니 방구석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체력이 급격하게 쇠퇴해 건강한 노년을 살지 못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시골에 들어와 산다는 건 누가 뭐래도 나만의 목표가 분명해야 합니다. 그래야 하루하루 생활이 즐거울 수 있습니다
5. 내려놓고 살아야
시골에 들어와서도 도시에서 살듯이 누릴 것을 다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시골에서 적응할 수 없습니다.
술과 담배와 도락에 즐거움을 찾던 도시인이라면 이젠 술과 담배를 절제하고 도락에서 손을 떼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 그런 게 하고 싶다면 한 달에 한두 번 시내로 나가 잠시 즐거움에 몸을 담근다는 생각으로 살면 되겠지요
시골에 들어와서도 매일같이 도시로 나가 놀기를 좋아한다면 그건 진정한 귀농 귀촌이 아닙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던 분들은 시골살이가 징역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시골로 초대해 허구한 날 술파티를 한다면 그게 어디 시골살입니까
처음 한 두 번은 그럴 수 있겠지요
그러나 점차 그런 행동은 내려놓고 고즈넉한 시골살이에 정성을 들여야 합니다
6. 건강관리에 유념
시골은 앞서 말했듯이 병원도 약국도 없습니다. 벌레에 물려도 물파스 하나 살 곳이 없습니다.
항상 상비약을 준비해 두어야 하고 나름 자기만의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시골 살면 거저 건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착각입니다.
주변 사람과 왕래가 줄어들고 혼자일 때가 많다 보니 오히려 더 게을러지고 만사가 귀찮아질 확률이 더 높습니다.
그러므로 자기만의 건강관리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산책을 한다든지 마당에서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다든지 하는 방법들을 강구해야 합니다.
이상 크게 여섯 가지 정도를 추려 얘기해 봤습니다.
아무쪼록 도시를 떠나 시골이나 어촌에서 살고자 한다면 사전에 실전을 대비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하며 그에 따라 안착여부가 결정된다는 걸 기억 하십시오.
사전에 이런 준비 없이 덜컥 시골에 들어갔다가 적응을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사람들 많이 보았습니다.
암튼 당신의 귀촌, 귀농, 귀어가 성공하길 응원합니다.
첫댓글 생각과 사진이 참 잘 어울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