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경 62품 사미균제품>
하늘눈 샤아리푸트라
眞如心 홍재숙
부처님이 슈라아바스티이국의 제라숲에 머무셨을 때 일이예요. 제라숲은 외롭고 곤궁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부처님의 제자들이 거처하는 숲이에요.
이 숲에 샤아리푸트라 라는 부처님 제자도 있었어요. 샤아리푸트라는 하늘눈을 가진 현자예요. 하늘눈이 뭐냐고요? 바깥세상을 쓱 한번 살펴보기만 해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한 눈에 알아보는 눈이예요.
샤아리푸트라는 하루에 세 번씩 세상을 살펴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했어요. 생로병사에 허덕이는 중생을 거두어 열반에 이르게 도와주었지요.
어느 날이었어요. 세상을 살피던 샤아리푸트라의 하늘눈에 굶주려서 죽어가는 개를 발견하였어요.
“가엾구나. 빨리 뭣을 먹여야겠어.”
샤아리푸트라는 바루를 가지고 급히 성안으로 들어갔어요. 탁발을 해서 개에게로 갔어요.
“자, 이 밥을 먹어라. 부처님의 축원이 담긴 밥이니라.”
허겁지겁 밥을 먹고 겨우 기운을 차린 개가 샤아리푸트라에게 울먹이며 말했어요.
“스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기운이 돌아옵니다. 저의 주인님이 저를 버렸습니다. 저는 억울하게 버림을 받았습니다.”
“네가 너의 주인의 생선을 훔쳐 먹었기 때문에 버림을 받았지 않았느 냐?”
“스님이 그것을 어찌 아십니까?”
“나는 하늘눈을 가졌느니라. 장사꾼이 팔아야할 생선을 훔쳐 먹었으니 그렇지. 그래도 때려서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구나.”
샤아리푸트라 스님의 말에 개는 잘못을 뉘우치며 눈물을 주르르 흘렸어요.
스님이 탁발해온 밥을 먹고 잠시 기운을 차리는듯하던 개는 다시 숨이 가빠졌어요.
“스님, 저는 이제 더 살지 못할 것 같아요,”
“너무 슬퍼하지 마라. 너는 주인에게 버림을 받았어도 오랫동안 충성을 다 하여 착하게 살았으니 다음 세상에서는 좋게 태어 날 것이다.”
샤아리푸트라 스님은 생명이 꺼져가는 개에게 부처님 말씀을 들려주며 따듯하게 위로해 주었어요. 개는 설법을 들으며 편안히 눈을 감았습니다.
그렇게 죽어간 개는 샤이리푸트라 스님의 말대로 슈라아바스티이국의 어느 바라문 집에 아들로 태어났어요. 바라문은 카스트의 네 가지 신분 중 가장 높은 승려 계급이에요.
바라문은 아들 이름을 굴제로 하고 신분에 맞는 교육을 시켰어요. 그때 샤아리푸트라 스님이 탁발을 왔어요. 바라문은 샤아리푸트라에게서 성스러운 후광이 비추는 걸 보고는 부처님의 애제자 인 걸 알아차리고 공손히 합장으로 맞이했어요.
“존자님은 혼자 다니시는데 도와주는 어린 사미가 없는지요?”
“내게는 사미가 없소. 들자니 그대에게 아들이 있다는데 내게 맡겨주면 어 떻겠소?”
“제게 굴제라는 아들이 있지만 아직 어려서 심부름을 시키지 못할 것입니 다. 앞으로 좀 더 자라면 맡기겠습니다.”
샤아리푸트라 스님은 공손히 합장을 하고 제타숲으로 돌아갔어요.
굴제의 나이가 일곱 살이 되었을 때였어요. 샤아리푸트라는 바라문에게 굴제를 제자로 데려가겠다고 했어요.
샤아리푸트라는 굴제를 데리고 제타숲으로 갔어요. 부처님의 말씀과 함께 여러 가지 신묘한 법을 가르쳤어요. 굴제는 사미가 되어 부처님 밑에서 열심히 불도를 닦았어요.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려 모든 일에 통달하게 되었어요. 선한 일을 많이 해서 공을 쌓고 높은 덕을 갖춘 아라한이 되었어요.
아라한이 된 굴제는 처음으로 자신의 전생을 돌아보았어요.
‘나는 전생에 어떤 업을 지었기에 지금 생애에 와서 이 몸을 받았을까? 또 어째서 이렇게 거룩하신 스승님을 만나서 도를 닦게 되었을까?’
굴제는 전생을 돌아보다가 자신이 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아! 나는 전생에 한 마리의 개였구나. 스승님에게 큰 은혜를 입고 지금 이렇게 사람으로 태어나 도까지 얻었구나.’
굴제는 기뻐서 눈물을 흘리면서 생각했어요.
‘이제 나는 내 목숨이 다 할 때까지 스승님의 사미로 있어야겠다.’
그러면서 두 손을 모아 끝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절을 올렸어요.
굴제 사미의 이런 갸륵한 마음씨를 본 부처님은 곁에 있던 제자 샤아리푸트라와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어요.
“굴제는 아득한 전생의 한 때에 어리석은 젊은 비구로써 아라한이 된 나이든 비구를 경솔한 말로 놀렸느니라. 그로 인하여 오백 생애 동안 개의 몸을 받았느니라. 그런데 집을 떠나 도를 닦으며 깨끗한 계율을 가졌기 때문에 지금 나를 만나서 해탈을 얻게 된 것이다.”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들은 샤아리푸트라와 아아난다는 기뻐하며 부처님에게 큰 절을 올렸습니다.
<생각나누기>
입에서 나오는 말은 부처님의 말씀처럼 향기로워야 한다. 불쑥 말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며 말을 해야 한다. 굴제가 전생에서 말 한번 잘못한 죄로 오백 생애를 개로 살았듯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나 SNS로 범람하는 가벼운 말이 오고가는 세상이다. 답 글 하나하나, 문자 하나하나 온화하게 쓰자.
<약력>
홍재숙
수필집『꽃은 길을 불러 모은다』(2010),『연필, 그 사각거리는』(2019)
공저:『독서가 힘이다 』1~5권 출간
제7회 강서문화원 주최 강서문학상 대상 (2019) 송헌수필문학상, 書로多讀 작가상 등
한국문협문인저작권옹호위원,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불교아동문학회 사무처장,
계간문예 이사, 가산문학회 회장.
< 길꽃어린이도서관> 인문철학온라인독서반 강사
첫댓글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참 잘 썼습니다.
모든 회원들이 현우경 개작 작품은 초등 중학년 수준에 맞게
내용을 더 쉽게, 표현은 간결하게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