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언
전교조는 1989년에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의 기치를 들고 힘차게 출범하였다. 분단된 조국의 현실, 독재권력에 순응해야 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 자본의 논리와 개인주의로 물든 사회적 조류에 저항하며 참세상을 만들려는 우리의 염원이 필연적으로 교사 노동조합을 요청했다. 우리의 행로에 고난의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우리는 피하지 아니하고 온몸을 바쳤다. 순천지역에서도 15명의 교사가 해직되었다. 우리는 역할을 분담하며 안팎에서 한마음으로 투쟁하며 참교육을 사수했다. 한편은 냉혹한 사회 현실에서 살얼음판을 걸어가다 된서리를 맞아야했고, 학교 현장에서는 탄압의 칼날을 마주치며 머뭇거리는 동지들을 붙잡고 참교육 이념을 전파하며 조직복원에 나서야 했다. 처음에는 ‘빨갱이’라는 딱지가 붙기도 하였으나 우리를 동조하고 지지하는 시민들이 점차 확대되었다. 권력은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했지만, 우리의 투쟁은 “지식인도 노동자”라는 국민들의 의식의 지평을 넓히고, 노동의 영역을 확대하였다. 지식과 노동의 결합에서 사회발전의 추동력이 생기고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지식이 삶의 방향이라면 노동은 삶의 행위이기 때문에 더욱이 지식과 노동을 분리할 수 없다. 우리의 투쟁은 역사의 정당성을 확보하였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우리의 헌신과 희생이 디딤돌이 되어 사무직노동조합과 공무원노조가 탄생하였다.
현장에서의 교육여건도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다. 교육자치의 시행에 따라 교사와 학부모의 자율권도 신장되고 있다. 상명하달식 학교문화도 점차 수평적으로 바뀌고 있고 학생들의 인격도 존중받는 학교문화의 양태도 차츰 변화하고 있다. 이렇게 전교조 건설 30년이 흘러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괴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민족교육’은 분단현실에 막혀 있고, 기득권층의 힘이 강화되어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민주교육’은 형해화되고 있고, 서구화와 세계화라는 허상 속에서 공동체적 전통사회의 미학이 개인주의(이기주의)로 변질되어 인간존중·인격존중이라는 ‘인간화교육’의 본질은 포장만 그럴 듯하다. 교육여건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학벌과 자본에 의한 사회적 차별은 여전하다.
전교조는 교육의 주체를 교사·학생·학부모(사회)로 영역을 넓힘으로서 교육을 통한 사회변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우리의 많은 제자와 후배들이 이 지역의 발전과 민족·민주의 이념을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또 건설 당시의 동지들도 반백의 나이로 몸을 쇠해졌어도 마음은 변치 않고 일상생활을 통해 또는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 전교조 창립당시의 교사들과 현 조합원들이 힘을 모아 전교조 30년사를 편찬하였다. 자료의 수집과 정리, 편찬의 방향 등 적잖은 힘을 쏟았다. 단순한 역사의 기록이라면 별 의미가 없다. 우리는 본 작업을 통해 우리 자신의 반추의 계기를 삼고 후배들에게는 경계를 하며 지역시민들에게는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고자 한다. 역사는 살아있는 현실이며, 해와 달이 돌며 제자리에 돌아온 것처럼 순환한다. 과거와 현재는 물색(物色)만 다를 뿐, 인간과 세계의 관계는 시대를 떠나 지역을 떠나 동일하다. 인류의 영원한 숙제일 것이다.
참교육의 지향점은 참사회다. 우리의 전진은 세월도 가로막을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참교육은 천년이 가도 변치 않은 우리의 마음이 되어야 하고 실천과제가 되어야 한다. 자신을 항상 갈고 닦지 않으면, 공정사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역사는 퇴행한다. 이것은 반동(反動)이라 부른다. 순리를 거역한다는 뜻이다. 전교조가 어떠한 업적을 남겼는가보다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정신을 어떻게 간직하며 대중과 공감할 것인가이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선배교사들의노력도 쉬엄이 없겠지만, 남은 숙제를 현장에서 후배 교사들이 성취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