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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름대로 두껍게 읽어보았습니다. 선생님.
내 이럴 줄 알았다. 언어학자와 문화연구자의 대담이라기에, 좋았지만 화두가 참 많았던 ‘단단한 영어공부’의 저자와 현실의 지독함에 혀를 내두르다가 결국 읽기를 포기한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의 저자라고 하길래 쉽지 않을 줄 알았다. 요샛말로 “어지럽단 말이에요. 그래서 정답(결론)이 뭐예요. 세 줄 요약해 주세요!” 를 외칠 뻔했다. 하하.
나는 활자 덕후(화장실에서 읽을 거 없어서 샴푸, 치약 뒷면 읽어본 사람 손!)다. 영상을 주면 싫어하고 텍스트는 없느냐고 요청하는 사람이라 영상으로 뭘 배우는 건 도리어 답답하다고 불편하다. 책을 읽을 때 한번 빠르게 읽고, 다시금 깊이 읽고 부분부분 여러 번 읽는다. 이런 읽기를 하는 사람이라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가 보여주는 방식이 도리어 불편했다. 하지만 영상이 더 좋고 편하다는 세대(사람)을 이해하고 싶었고 미디어에 일찌감치 노출되어, 미디어 외의 매체에 대한 접근을 어려워하는 아이들과, 그 부모, 가까이는 나를 텍스트 맹신자라며 본인은 책을 잘 읽지 않지만 영상을 통해, 새로운 매체를 통해 얻은 정보로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며 종종 나를 비웃기까지 하는 남편까지 계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팁을 좀 얻을까 했더니 대화의 범위가 언어학, 사회학, 철학까지 이어가고 있었다. 밑줄을 그어가며 생각했다. 읽지 않아도 이미 텍스트를 좋아하고 이미 텍스트 위주의 매체에 대해 알게 모르게 권위를 부여하고 있을, 사회 경제 문화적 자본을 선득한 사람들만 이 책을 읽을 것만 같았다. 유튜브가 이미 집어 삼켜버린 사람들은 읽지 않을 책 같았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1. 리터러시를 문제 삼는 사람들의 리터러시를 문제 삼아야 한다(P36)
최근 문해력, 어휘력 관련해 ‘사흘 나흘’ ‘명징과 직조’ ‘무운을 빕니다’ ‘심심한 사과라니요.’ 같이사소하게는 단어의 의미, 한자어 사용, 중의적 의미 등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저 논란 뒤에서 조용히 사전을 찾아보며 한자가 어떤 것이었는지 다른 용례는 어떤지 찾아본 사람이 나뿐일까? 한국어가 쉽지 않은 언어라는 걸, 외국에서 영어로 쓰여진 한국어 교재를 보고 공부하는 친구의 질문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던 기억이 났다. 이게 이리 왁자지껄할 일이라고? 논란이 되는 이유, 그것을 확대 재생산하며 가벼운 해석을 내리는 무책임한 언론, 전문가라는 사람들, 그것에 더해 세대간의 갈등 양념까지 뿌려대는 행태가 한편의 촌극 같았다. 사흘, 나흘을 몰랐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몰랐을 때 접근하는 태도, 모르는 사람들의 대하는 이미 그 것을 아는 사람들의 태도가 서로 부딪혔다. 이 소요에 편승해 소음을 만들어 내고 (이익을 누릴)언론이 신나서 거들었고.
2. 개별매체의 성격을 따져보면서 어떤 면에서 강점이 있고 어떤 면에서 약점이 있는지 명확하 알 필요가 있다. (P151)
[허은경식 페다고지]
책을 읽는 게 지루하다는 내 또래와 대화를 나눴다 / 교육계 종사자이며 나와 학력, 연령-사회,문화,경제적 배경의 유사성을 가진 친구다.
- 유튜브를 몇 시간 정도 보나
- 하루 평균 2시간 정도는 본다. 시간 있을 때는 더 본다.
- 재미와 정보습득을 위한 시청을 비율로 보자면?
- 재미70, 정보30 정도
- 정보면에서만 봤을 때, 책보다 유튜브가 좋은 이유는?
- 찾고 싶은 정보를 손쉽게, 빠르게 취사 선택할 수 있다. 도서관 가고, 책 사고 읽는 것에 비해 훨씬 빠르다. 또 정보에 따라서는 시각적 효과를 통해 좀 더 효과적으로 정보 습득이 가능하다.
- 그렇게 얻는 정보가 만족스러운가?
- 요새는 분야별 전문가들이 올리는 영상이 정말 많다. 나는 대체로 만족한다.
- 평균적 영상시간은?
- 5분에서 10분짜리를 본다.
- 짧지 않은가? 아무리 대단한 전문가라 하더라도 깊이 있는 내용의 정보를 5-10분짜리 영상에 담아내기는 힘들지 않는가. 깊이가 만족스러운가?
- 그것만 보는 게 아니라 연관 정보, 연관 영상이 추천되기 때문에 그 알고리즘을 따라가서 다른 영상을 찾는다. 확실의 책을 읽으며 사색에 잠기는 등의 인지작용보다는 훨씬 덜 머리를 쓰게 되는 듯하다.
- 쉽게 주의력이 흩어지지 않는가? 계속 팝업이 뜨고, 옆에 추천 영상이 뜨고, 재미있는 섬네일 넘실거리잖는가
- 맞다. 쉽지 않다. 다른 영상으로 빠져들기 일쑤다. (웃음)
- 아이들에게 이런 방식을 추천할 수 있는가?
- 나로서는 원하는 정보를 쉽게 쏙쏙 빼먹는 다는 느낌으로 활용하지만 아이들에게 추천하진 않는다. 아무래도 문해력, 독해력을 키우는 데 영상이 도움이 된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나는 활자화된 책이 더 낫다는 생각 자체에 반대한다.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하는 게 훨씬 편리하고 유용한데 굳이 예전 방식에만 목맬 것 있나 싶은 마음이다.
- 이렇게 익숙해지면 아예 책 읽는 게 싫어지진 않을까? 언제 책을 읽나?
- 거의 안 읽는다. 일할 때의 문서 외의 텍스트는 안 읽는다고 보면 된다.
-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 필요할 때 읽으면 되지, 이게 왜 문제인가? 나와의 소통에 있어서 불편함이 있나? 우리가 대화를 나눌 때, 영상을 주로 접하는 나와, 책을 읽는 너와 어떤 괴리가 있는가?
3. 리터러시가 개인적 역량이 아니라 사회적 역량이어야 한다 (P191) 배움의 공공성 강화로(P201)
노동운동도, 교육도, 여성운동도 계급을 제외하고 말하기 어렵다. 간단한 예로 서울대 입학생의 출신지역, 부모의 소득수준, 교육수준을 분석하면 한국에서는 그나마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이 그나마 자유롭다는 말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 아닌가(서울대 입학만이 계층의 이동인가에 의문의 논외로 하고)싶다. 이 보이지 않는 계급의 격차는 어느 순간, 어느 문제나 끼어든다. 당장 중학교만 올라가도 독서보다는 국.영.수가 중요하다며, 학원갈 시간도 부족해 독서모임을 그만 두는 세태에, 과연 홍천여고의 ‘특별한’ 선생님들이 만든 ‘특이한’ 사례가 얼마나 더 나올 수 있을까. 교육이 바뀌어야 하고, 입시제도가 바뀌어야 하고 평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고 서열 중심사고가 바뀌어야 하고, 갈 길이 멀다.
4. 리터러시를 앎의 문제가 아니라 다룸의 문제로 생각, 글자, 단어 개념의 이해가 아니라 타자의 세계에 대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P172)
“알잘딱갈센” 누가 나의 글에 선명한 붉은 글씨로 남겨둔 단어였다.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의 줄임말이란다. ‘버.카.충’ 정도는 애교였다. 저렇게도 줄여 쓴다는데, ‘언어가 이리 천박해져서야.’ 라기 보다는 ‘언어를 어쩜 저렇게 잘 가지고 노는지.’ 신기한 마음이었다. 한편으론 너무 어렵다고, 나는 이제 줄임말도 공부해야만 아는 세대가 된 거냐며 한탄했다. 그 메모를 남긴 20대 친구 역시 독서를 꽤나 즐긴다. 하지만 박완서 작가를 잘 모른단다. 내가 책이 꽤 재미있다고 하니 한번 읽어본다고 했다. 옛날 말이 많이 나오면 짜증은 나겠지만 그래도 정세랑을 함께 읽었으니 박완서도 함께 읽어봐야하지 않겠냔다. 말이라도 고마웠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1. 포스토모던적 읽기관에 대해
"리터러시 행위를 정해진 의미의 전달로 보는 반대편에 수용자를 중심에 놓는 관점이 있는데 흔한 오해는 수용자, 독자가 천 명이 있으면 똑같은 텍스트의 의미도 천 개라고 보는 거죠. 이건 극단적인 포스트모던적 읽기관이거든요. 대통령이 담화문을 냈는데 천 명이 읽고 나서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그 담화문이 천 개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는 할 수 없죠 (P59-60)"
신의 뜻이 전부였던 시대에서 인간이 중심적 사고가 집중되던 시대로, 이성의 시대에서 상대주의적 관점으로의 이동. 거대한 시대의 변화, 문화의 변화는 이전 시대의 전복일 수밖에 없잖은가. 이전에 텍스트 읽기가 저자를 중심으로 한 이해였다면 이에 반발하여 나온 시대에서는 다양한 해석, 비록 저자가 의도와 다를지언정 자유로이 해석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엄격하기로는 가장 상위에 있을 법전의 법 문구만 해도 법관의 해석의 영역의 부분이라 하여 얼마나 다른 해석과 판단이 나오는가? 하물며 대통령 담화문이라면 이런 극한의 좌-우, 세대 대립이 극심한 한국사회에서, 내전상태에 준하는 대립의 한국사회에서라면(P61)? 개인적으로 포스트모던적 해석 이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만, 더 시끄럽게 와글와글 말하고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가 원래 소란스러운 거라고 하지 않는가. 또 다른 예로 시를 어려워하게 된 계기로 학창시절의 밑줄 긋고 답 찾기, 의도 찾기 등의 주입식 교육을 꼽는다. 이에 대한 반동으로 더 자유로이 읽기가 생겨나고, 또 반박되고. 더 자유로이 와글와글하는 중에 시의 매력을, 시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거 아닐까.
2. ‘글의 자식들’이 가진 한계/ 씨바와, 졸라를 빼고 내용에 집중해보시면 어떨까요
"텍스트의 자식들’인 40-50대가 천박해 보인다며 젊은 세대를 비난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소위 인터넷 논객이라는 제 아래세대의 글을 못 읽을 때가 많아요. ‘씨바, 졸라’가 너무 많이 나와서요." (P44)
방송인 김어준 씨 대해서 지인과 이야기를 나눈 적 있었다. 나는 그의 시대를 읽는 눈, 권위에 굴하지 않는 기개는 인정할 만하지만, 특유의 거친 말투, 진행자로서 편향성, 공공의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의 진행자로서의 부적절함을 지적했었다.(김어준씨 TBS방송 하차 전 이뤄진 대화) 지인이 반박하길, 왜 공공 방송에서 표준이 항상 아나운서여야 하는가, 일상의 언어와 방송의 언어가 나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차별과 배제가 별 것인가? 소위 품위 있는 말로 진행하는 뉴스를 사람들이 지루해 듣지 않는 것보다 언어의 품격이 떨어질지언정, 그 안에 담긴 문제의식이 분명하다면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허용/용인의 수준을 넓혀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어느 정도 설득 당했다. 나 역시도 과한 접두어(개, 핵, 존)를 글에 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 감정의 정도가 격한 글에서 감정을 제외하고 그 안에 담긴 내용에 집중한다면 읽을 만할 때도 있다. 글의 자식들의 한계를 넘어 다른 방식의 인정하기를 노력하는 중이다.
3. 텍스트를 두껍게 읽어내는 게 뭔가요?
"두껍게 읽어내지 못하는 게 보여요. 독서토론의 핵심은 두껍게 읽어 낼 수 있는 역량을 키워가는 과정이다. 깊이 있는 이해 없이 권수를 늘리는 데 그친다면 리터러시, 읽기의 힘과는 상당히 떨어진 결과로 가는 거죠." (p257)
‘두껍게 읽어낸다’ 의 의미가 뭘까? 무얼 기준으로 판단하는 걸까. 꾸준한 운동 후 근육이 형성되듯이 책 읽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새로운 매체에 비해 접근도도 낮고, 재미와 흥미도도 낮은 매체를 권하면서 두껍게까지 읽어야 한다니. 지레 포기하는 사람들, 학생들이 속출하지 않을까 싶다. 여전한 '글의 자식의 관점' 연구자의 관점만을 강요하고 있는 것 아닌가.
4. 앙코르와트는 문신은 세련된 취향이고, 용은 조직폭력배의 상징인가? (p275)
말꼬투리를 잡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읽으면서 물음표를 세 개나 적어두었다. 만약 조폭인 청년이 독실한 불교인 부모님을 모시고 캄보디아에 다녀와 감명받아 앙코르와트 문신을 어깨에 새겼다면? 민화를 전공한 부모님이 늘 그리던 용과 꽃을 몸에 새긴 청년이었다면 그에게는 다른 행동을 보여야 했을까? 그 구분 짓는 것이 어떻게 저렇게 간단하지? 혹시 선생님도 '선량한 차별주의자' ?!
이 책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함일까, 설명하기 위함일까. 이 책을 들고 독서모임이나 독서토론을 연다면 여러모로 열띤 시간이 될 거라 예상된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부분과 이해할 수 없는, 반박하고 싶은 부분이 나뉘었으니 아마도 풍성한 논의가 가능할 거라고 본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들기 전 기대했던 바를 달성하진 못했다. 하지만 정작 읽어야 할,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을 남편에겐/미디어를 주로 보는 친구에 권하지는 않겠다. 읽지 않을 게 뻔하니까(아마 요약본을 찾아 ‘볼지도’) 다른 책덕후들의 후기가 궁금하다.
첫댓글 ㅎㅎㅎ 솔직한 독후감, 흥미로워요. 은경 샘.
'텍스트 위주의 매체에 대해 알게 모르게 권위를 부여하고 있을, 사회 경제 문화적 자본을 선득한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특히 유튜브에 위협을 느껴서 이 책을 집어들었다에 저 역시 동의합니다. 책 덕후들마저 책을 예전만큼 못(안)보고 있다는 한탄이 많이 나오니까요. 리터러시를 둘러싼 복잡한 의미망을 세세하게 다뤄주는 게 이 책의 매력 같아요. 사실, 이 세상이 알잘딱깔센 정리되지 않는다는 거, 우리 다 알고 있지 않나요? 😉
ㅋㅋㅋ할말이 너무 많은 책이라 글이 길어졌어요 히히힛.
엄청 두껍게 읽은 은경쌤, 계속 고개를 흔드시더니 이번 책이 취향저격이었나 봅니다! ^^ 첫 발제에서 느꼈지만 쌤의 내공은 어디까지일까~~
제 취향을 잘 모르겠어요. 저 말랑콩떡 이야기도 엄청 좋아라 합니다. 이런 게 두껍게 읽는 게 맞을까요. 요새 계속 그 말이 생각나서 다른 책 읽으면서도 고민중입니다. 혜안을 나눠주십쇼 쌤!
저는 부족한 내공 탓이기도 하지만 추천받은 책인 만큼 비판적 시각을 갖지 않고 읽던 도중, 샘의 글을 보고는 아차 하구서 동의하지 않는 점도 찾아보며 읽었답니다! :)
흡; 저는 제가 고르지 않은 책이라 더 비판적으로 읽게 되었;;; 사실 저도 편독하는 편이라서 독서모임등을 통해서 다른 관점들, 시각들 많이 보고 듣거든요. 서로가 서로의 슨생님:)
동의하는 부분과 동의하지 않는 부분을 깔끔하게 잘 설명해주어서 재밌게 잘 읽었어요^^ 저는 책 뒤로 갈수록 동의하지 않는 점이 많아지더라구요ㅎ 선생님처럼 정리는 못하겠어요;;
선생님의 비동의 지점이 너무나 궁금합니다!!! 비동의 부분을 쓰기 휠씬 어렵더라고요. 제 논리가 성긴 게 너무 보여서. ㅎㅎㅎ그래도 함 써보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