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예방 미술공부방
2023년 7월 11일 치매예방 미술공부방(이하 미술방) 제1기 수료식이 있었다. 지난 5월 2일에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미술방을 열었을 때 모두는 낯설어했다. 미지의 세계를 가는 자는 기대와 설렘의 교차점에 서있는 것처럼 반신반의(半信半疑)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첫날 문이 열리자 20여 명의 늙은 학생들이 들어왔다. 무의예술관 김권종 대표, 면사무소 복지팀장도 함께하여 미술방 개강을 축하했다. 이 미술방 운영은 최숙희(崔淑姬) 사모의 전적인 헌신과 수고가 있었으므로 가능했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는 봉평에 온 후 지인의 소개로 대한민국 미술작가연합회가 주관한 제21회 대한민국회화대상전에 출품하여 입상하게 되었다.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기쁨인데 뜻밖에 입선이란 영예를 얻게 되자 그는 주인에게 달란트를 받고도 땅속에 파묻고는 악하고 게으르게 살아온 종의 이야기가 생각나 늦었지만 이 재능으로 주를 위하여 무엇인가 해야 할 것 같았다. 기도 중에 하나님이 주신 감동이 치매예방미술공부방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느새 초고령 시대를 맞이하였다.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여기 산골 마을을 보면 더욱 실감 난다. 늙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지만 항상 동반되는 것이 각종 질병이다. 고혈압, 당뇨와 같은 성인병에 노인성 질환까지 겹쳐서 인생 마지막 때를 슬프게 만든다. 그중에 하나가 치매(癡呆)다.
뇌신경 정신질환의 일종인 치매(Dementia)는 라틴어 ‘Dement’가 어원인데 ‘정상적인 마음에서 멀어지는 것’을 뜻한다. 즉 후천적으로 기억, 언어, 판단력 등의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이 감소하여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임상증후군이다. 흔히 치매의 전 단계가 건망증으로 인식하는데 사실 치매와 건망증은 다르다. 건망증은 기억력의 저하증상일뿐 판단력이나 시간, 상황, 환경 등을 정확하게 분별하는 지남력(指南力)이 정상이어서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대부분의 건망증 환자는 기억력 장애를 지나치게 걱정하나 결국 기억하거나 힌트를 듣고 기억해 낸다. 반면 치매는 기억력 저하, 언어장애, 시․공간 파악 및 계산 능력 저하, 성격과 감정의 변화가 크게 나타난다.
2022년 국립중앙치매센터에서 작성한 「우리나라 치매현황과 미래 보고서」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치매에 관련된 지표가 일본 다음으로 높은 편이다. 총 60세 이상의 인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인데, 2015년 치매환자는 60세 인구 중 6.93%인 641,839명, 경도인지장애는 20.11%인 1,864,551명으로 조사되었다. 2022년에는 863,542명(7.23%)이 치매로, 2,417,970명(20.25%)이 경도인지장애환자로 판명받았다. 이런 추세로 2030년이 되면 치매환자는 8.04%인 138만 명,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20.49%인 290만 명으로 추산된다. 2040년에는 더 늘어나 220만 명(10.42%), 460만 명(22%)으로 총 680만 명의 치매환자와 경도인지장애환자가 생길 전망이다. 여기에 초로기 치매환자까지 합친다면 대략 700만 명 정도가 이 병에 걸려 있다는 것이다. 2040년 예상되는 우리나라의 총인구수 5,019만 명 중의 14% 정도이며 7명 중 1명이 치매나 경도 인지장애 환자라고 볼 수 있다. 머지않아 다가올 우리나라의 상황이다.
치매는 한번 발병되면 치료가 쉽지 않은 못된 병이다. 그래서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로라 미들턴과 크리스틴 야페 박사는 2009년 10월 「신경학 자료집」(Archives of Neurology)에 기억력과 사고력을 유지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다음의 여섯 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첫째는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체중 및 흡연과 같은 심혈관질환 위험요소를 관리한다.
둘째는 공부, 봉사활동, 취미, 게임을 통한 지속적인 두뇌를 사용한다.
셋째는 꾸준히 운동한다.
셋째는 가족, 친구들과 자주 시간을 보낸다.
다섯째는 곡물, 과일, 야채 등 심장에 좋은 음식을 섭취한다.
여섯째는 우울증을 예방한다.
그러고 보니 제1기 치매예방미술공부방은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을 준비하는 데 참 좋은 기회였다. 매주 참석하는 늙은 학생들은 참석 회수가 더할수록 그림 그리는 재미에 푹 빠졌다. 70년 전 소학교 때 이후 처음으로 그림을 그려본 학생들은 저마다 순간 화가가 되어 적당하게 색깔을 배합하며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을지라도 이 그림에는 소녀 시절에 품었던 꿈이 담기고 얼마 남지 않을 인생의 시곗바늘이 다시 옛날로 되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치매는 감히 얼씬거리지 못할 것 같다.
그렇게 10주 동안 9점의 작품들이 완성되었다. 인적이 드문 산자락 자기 집은 화랑(畫廊)이 되었고 모처럼 고향 부모를 찾아온 자녀들은 갤러리(Gallery)의 관람객이 되어 늙은 초보 작가의 전시회를 축하해 주었다. 산골 고향집 칙칙한 공간에 걸린 예쁜 그림들을 보며 초로인생(草露人生) 끝자락을 사는 부모에게서 풍기는 청춘 향기에 오히려 힘을 얻고 간다. 하나님 품에 안기는 그날까지 늙은 작가들은 산골 갤러리를 닫지 않고 1년 내내 전시회를 열 작정이다. 날마다 자신의 작품을 보며 건강한 노년을 꿈꾸어 본다. 이 미술방은 치매예방뿐만 아니라 노인이 되면서 잃어버린 꿈까지 되찾아주었으니 참으로 신비한 방이다. 누구나 세월의 풍상을 비껴갈 수 없다. 그놈이 스치고 남긴 상흔들은 본인도, 그 주변 사람에게도 적지 않은 피해를 끼친다. 특히 치매의 영향은 가공할만하다. 이제 이 분들이 정신도, 기력도 쇠하지 않으며 영원한 나라의 소망을 가지고 항상 꿈을 꾸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기도할 뿐이다. “말세에 내가 내 영을 모든 육체에 부어 주리니 너희의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요 너희의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며 너희의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요엘 2:28 ; 사도행전 2:17).
치매예방미술공부방 개강(2023. 5. 2)
치매예방미술공부방 제2주차 (2023. 5. 9)
치매예방미술공부방 제3주차 (2023. 5. 16)
치매예방미술공부방 제4주차 (2023. 5. 23)
치매예방미술공부방 제5주차 (2023. 5. 30)
치매예방미술공부방 제6주차 (2023. 6. 13)
치매예방미술공부방 제7주차 (2023. 6. 20)
치매예방미술공부방 제8주차 (2023. 6. 27)
치매예방미술공부방 제9주차 (2023. 7. 4) 무의예술관 전시회 관람
치매예방미술공부방 제10주차 종강(2023. 7. 11)
10주 동안 그린 작품들
봉평교회에서 실시한 치매예방미술공부방이 평창군 내 기관지에 실린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