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본래 일 없는 것
大丈夫는 見佛見祖를如冤家라 하니,
若着佛求하면 被佛縛이요,
若着祖求하면 被祖之縛이라.
有求皆苦라, 不如無事니라.
대장부는 부처나 조사 보기를 마치 원수를 보듯이 한다.*
부처에 집착하여 구하면 부처에 얽매이고 조사에 집착하여 구하면 조사에 얽매이게 될 것이니,
구하는 것은 무엇이나 괴로움이 되고 말기에 아무 일 없는 것만 못하다.**
* 원오극근(?悟克勤)은 이 구절을 동산(洞山)의 말로 인용한다. 『?悟語錄』 ** 임제의 말에 근거한 구절.
“그대가 만일 부처를 구한다면 부처라는 마구니에 사로잡힐 것이고, 만일 조사를 구한다면 조사라는 마구니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대가 구하는 일이 있기만 하면 무엇이나 괴로움이 되고 말기에 아무 일도 없는 것만 못하다.”(『臨濟語錄』
爾若求佛, 卽被佛魔攝;爾若求祖, 卽被祖魔縛. 爾若有求皆苦, 不如無事.)
評
佛祖如冤者는 結上無風起浪也요,
有求皆苦者는 結上當體便見也요,
不如無事者는 結上動念卽乖也라.
到此하여 坐斷天下人舌頭하고,
生死迅輪을 庶幾停息也라.
扶危定亂은 如丹霞燒木佛과 雲門喫狗子와 老母不見佛이라.
皆是摧邪顯正底手段이나 然이나 畢竟如何오.
부처나 조사 보기를 마치 원수를 보듯이 하라는 구절은 앞에서 ‘바람도 없는데 물결을 일으킨 격[無風起浪]’이라고 한 말을 맺은 것이다.
구하는 것이 있으면 모두 괴로움이 된다는 구절은 앞에서 ‘있는 그대로 옳다[當體便是]’라고 한 말을 맺은 것이다.
아무 일 없는 것만 못하다고 한 구절은 앞에서 ‘생각을 일으켜 분별하는 즉시 어긋나버린다[動念卽乖]’고 한 말을 맺은 말이다.
이러한 경지에 이르면 세상 모든 사람의 혓바닥을 깔고 앉을 수 있고, 생과 사의 빠른 수레바퀴를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를 떠받쳐 살리고 혼란을 평정한 예로서,
단하가 목불을 불태워버린 일,*
운문이 개의 먹이로 주겠다고 한 말,**
한 노파가 부처님을 보지 않겠다고 한 말*** 등을 들 수 있으니,
이 모두가 삿된 주장을 꺾어버리고 바른 도리를 드러내는 수단이었다.
그렇다면 그 궁극적인 뜻은 무엇일까?
* 단하천연(丹霞天然 739~824)이 목불(木佛)을 땔감으로 쓴 인연에서 비롯한 공안. 『五燈會元』 권5 「丹霞天然章」 『禪門拈頌說話』 등 참조.
** 부처님께서 태어나셨을 때 일곱 걸음 걷고서 사방을 둘러본 후 한 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 오직 나만이 존귀할 뿐이다”라고 하신 말씀에 대해 운문문언(雲門文偃)이 “내가 당시에 그 광경을 보았다면, 한 방에 때려죽이고 개에게 먹이로 주어서 천하의 태평을 도모했을 것이다.”(我當時若見, 一棒打殺, 與狗子喫却, ?圖天下大平.)라고 한말을 가리키다. 『禪門拈頌說話』참조.
*** 부처님과 같은 시기에 태어난 한 늙은 여인이 있었는데 부처님을 보지 않으려고 자리를 피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기까지 하였으나 가린 손에 부처님이 나타나셨다고 한다.
『五燈會元』 권1 「釋迦牟尼佛」 『祖庭指南』 권상 등 참조.
頌
常憶江南三月裡에 鷓鴣啼處百花香이라.
항상 강남의 3월 풍경을 기억하노라면, 자고새 우는 곳에 온갖 꽃이 향기롭더라.*
* 자고새의 울음에 꽃이 향기로 화답하고 꽃의 향기에 응하여 자고새가 우는 모습으로써 모든 존재가 차별 그대로 존재하면서도 서로 어울려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말이다.
“사람과 경계를 모두 빼앗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풍혈(風穴)이 말한다. ‘항상 강남의 3월 풍경을 기억하노라면, 자고새 우는 곳에 온갖 꽃이 향기롭더라.’”
(『人天眼目』 권1
如何是人境俱不奪?
穴云, ‘帝憶江南三月裏, ??啼處百花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