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중견시인, 시집 '어제 나는 죽었다' 발간
◉출판사 서평
이창희 시인이 새 시집 『어제 나는 죽었다』(작가마을)를 펴냈다. 이창희 시인은 1985년 《월간문학》과 《부산문화방송》 신인문예상으로 등단한 목사 시인이다. 그동안 종교적 세계에 몰두하다 본격적인 시 쓰기에 몰입하면서 2021년 『고맙다』 이후 2년 만에 또다시 신작 시집을 펴낸 것. 이창희 시인의 이번 시집 『어제 나는 죽었다』는 제목이 암시하듯 지나간 시간의 운명보다 앞으로 나아갈 운명을 더욱 중요시하는 시인의 의지가 담겼다. 시인 스스로 ‘생사 간을 가로지르는 운명의 언어’라고 표현하였듯 죽을 고비를 두 번이나 넘긴 시인의 자의식이 시집 전편에 깔려있다. 따라서 시집을 일독하고 나면 새로이 움트는 삶의 역동성을 감지한다. 우리들 삶의 재생과 부활의 의미를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자신이 통관해 온 종교적 배면과 또 그것과는 상관없이 인간의 원론적인 삶의 형태를 차분한 관조적 직관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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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서문
.어제 나는 죽었다
이번 시집에 나타난 이창희의 시 세계는 모두 3부로 구분된 단락의 의미를 따라가 볼 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윤곽으로 드러난다. 제1부에서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환기하면서 지워짐과 그림자, 재생과 부활의 개념을 겹쳐서 전제한다. 제2부에서는 세상살이의 여러 면모를 시의 대상으로 상정하고, 그 가운데서 시를 불러오는 끈기 있는 인식 방법을 확립한다. 이 두 가지의 시적 태도는 전자를 수직적, 후자를 수평적 사고의 발현으로 호명하여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런가 하면 제3부는 인간의 생애가 당착할 수 있는 여러 극한상황을 뒷 그림으로 매설 하고, 그 질곡을 넘어설 수 있는 겸손과 나눔과 섬김의 발현에까지 시의 범주를 확장한다. 이 모든 상황을 통할해 살펴보면, 이 시집이 사뭇 입체적이고 웅숭깊은 의미망을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수긍되는 터이다.
-김종회(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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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죽을 고비를 두 번 넘었다.
죽음은 소멸의 방식일까. 불멸의 과정일까?
다른 곳으로 처소를 옮겨가는 것인가?
생각이 많아졌다. 이런저런 말들에
눈이 뜨이고 마음 귀가 열렸다.
밀란 쿤데라는 불멸의 방식이 두 가지라 한다.
역사로 남는 것, 기억 속에 남는 것.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씨앗으로 남는 것도
자연스러운 방식일 것이다.
생물은 존재의 기억을 씨앗으로 남기지 않나.
삶과 죽음은 동전 양면 같다.
오백 원 동전을 뒤집으면 백학이 날아오른다.
그날이 올 때까지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사랑해야지.
2023. 겨울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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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약력
시인 이창희는 경남 합천에서 출생하였으며 총신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1985년 《월간문학》 신인상과 《부산문화방송》 신인문예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다시 사람이 되려고』, 『다시 별 그리기』, 『사인 탑승』, 『고맙다』가 있다. 현재는 부산 일광에서 독서와 글쓰기 치유센터 ‘신기료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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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목차
시인의 말
목차
제1부 / 그림자를 보내며
목숨의 중량
죽음이 사는 집
한로절 솔 매미가 울어
가을 으스름
순자와 혼자
너를 살리려고
등대 부근
다시 일광 블로그
그림자 이별 1
그림자 이별 2
쑥 캐는 사위
그림자 이별 3
그림자 이별 4
잡초 만세
집착 혹은 애착
첫사랑
오월의 눈물샘을 찾아서
오시는가 봄비
그림자 이별 5
내가 죽어야 꽃이 핀다
그림자 흙에 묻으면
제2부 / 바람이 분다 시가 온다
가을이다 바람이 분다 시가 온다
꽃그늘
다시 꽃그늘
제 눈물 파먹는 동박새처럼
우포늪
저무는 강가에서
다시 청어구이
기적이다
어제 나는 죽었다
가면 우울
라스베가스 탈출
내 돈 갚아라
신세계는 어디에
그 사정 내가 안다
수족관 금붕어
버스를 기다리며
다시 어울리기
놀란 듯 피어난 풀꽃 세상
가면을 벗고
3부 나는 어디로 갔을까
타나토스*의 그림자
다시 휴전선 부근
돌아오지 못할지도 몰라서
망중한
애가
비
비가 내려서
나는 어디로 갔을까
짐승들의 시
흙에서 흙으로
일광 블루스
낮은음에서 높은음자리로
다시 찔레
뱃사공 분도의 아침
다시 양말에게
그는 알고 있다
다시 말뚝
다시 돌멩이처럼
소한의 월광에
신기료네 집
해설: 김종회(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