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客閑談] 동(東)군과 서(西)군의 전쟁
결전을 대비한 각개전투의 포석이 얼추 마무리되었다. 상대 진영의 절반을 제압하면 무승부, 그 이상을 무너뜨려야 진정한 승리라고 할 수 있겠다. 결전은 254개의 전 지역에서 동시에 펼쳐지며 제각각의 지역에서 각개전투 형태로 싸움은 발발이 될 것이다. 전쟁은 대체로 각 지역을 대표하는 장수의 능력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게 마련이니, 각각의 지역 대표 장수를 선발하는 지휘부의 혜안과 인선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혈연 학연 등의 여러 친소 관계에 따라 선발 기준이 오락가락한다면 전쟁을 치르기도 전에 이미 승패는 결정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작금의 정국을 사실상 분할 통치하고 있는 더불어 민주당(서군)과 국민의힘(동군) 사이의 4월 총선을 한 달쯤 남겨두고 있는 즈음이다. 한반도 남단의 서부지역인 호남을 발판으로 삼은 서(西) 군과 동부지역인 영남을 둥지로 삼은 동(東)군의 승패를 최종 판가름할 지역은 으레 중부권역인 서울과 수도권이다. 대치한 두 진영(동군, 서군)에서 동군은 4년 전(2020년 4월 15일 21대 총선) 전쟁에서 서 군에게 참혹한 패배를 당했다. 그러나 심각한 패배에도 불구하고 동군은 2년 동안의 절치부심 끝에 제20대 대통령으로 윤석열을 당선시킨다. 직전 전쟁에서의 압도적 승리로 자만에 빠진 서 군과 그 진영의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무능이 가져온 어부지리(漁夫之利)다.
동군(국민의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2년여의 임기를 아직도 남겨둔 서 군의 압도적인 입법 권력에 휘둘리며 정권의 초반기를 힘겹게 보낸다. 이번의 총선이 서 군에게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2년을 벗어나려는 결전일 테고, 정권을 내준 서 군에게는 차기 정권을 되찾기 위한 보루로 삼을 기세이다. 결전을 주도하고 있는 동군의 지휘부는 열세의 입법 권력을 정상적으로 회복하기 위하여 '이기는 공천'을 구가한다. 승리가 간절하기 때문이다. 서 군의 입장은 좀 다른 분위기다. 압도적인 입법 권력의 현상 유지보다 정권을 되찾기 위한 지휘부의 심모원려(深謨遠慮)의 의지가 담겨 있다.
22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0.73%의 표차이로 안타깝게 패배한 이재명의 차기 대선 재도전 의지가 확연하다. 지휘부의 그러한 의지 실현을 위하여 이재명 지휘부가 지역 장수 선발전의 막후에서 선발을 쥐락펴락한 증좌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이 이를 증거 한다. 동군과의 전투가 본격적으로 발발이 되기도 전에 아군 진영에서 내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휘부는 본체만체 아랑곳하지 않는다. 지휘부에서는 동군과의 전쟁에서 비록 패배를 당하더라도 이재명 대표가 안전하게 차기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있는 교두보 확보를 더 중하게 여기고 있는 듯하다.
서군(민주당)
승리가 간절한 동군은 안정적인 입법 권력과 윤석열 정부의 든든한 배경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일 테고, 서 군의 전략은 안정적인 입법 권력 현상 유지와 정권 재탈환을 위한 교두보 마련이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투 대진표를 대충 살펴만 봐도 양 진영의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겠다. 동군은 이기는 공천을 위한 선발전이 여실하고, 서 군은 차기 정권 탈환 교두보 확보를 위한, 지휘부에 대한 충성도 점수를 더 높게 평가한 장수 선발전으로 읽힌다. 어쨌든 전쟁은 각개전투 승패 숫자의 합계로 판명이 될 터이다.
나서려는 사람보다 내세우고 싶은 사람이어야 함은 모든 유권자의 바램이다. 그러나 대체로 내세우고 싶은 사람은 선거판에서 드문 게 현실이라 차선의 인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는 그레샴 법칙이 있다.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몰아낸다는 의미를 쉽게 표현한 말이지만, 이 개념을 선거판에 도입하면 '나쁜 사람이 좋은 사람을 몰아낸다'는 의미가 된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온갖 행태의 수단 방법이 난무하는 선거판, 그레샴 법칙이 그대로 들어맞는 선거의 계절이다. 양화가 악화를 맞상대하기 버겁기만 한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2024,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