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것은 글 욕심을 갖지 않는 것이다
욕심을 갖는 순간 눈이 멀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혹여 보인다 해도 시야가 흐려졌으니 좋은 디카시를 만나기는 하늘에서 별을 따오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힘을 빼라
자연과 사물에 글 욕심이라는 레이저 광선을 쏘는 순간 그들은 녹아내려 시적 감흥은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라지게 될 것이다 강력한 레이저 광선으로 모래밭에서 바늘 찾듯 훑지 말고 그들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레 만났을 때 비로소 그들과의 친교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을 텔레파시가 통하게 되면 먼저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몇 장 얻고 나서 곧바로 글을 써야 한다 글의 문장이 생각나지 않아도 글을 쓰려는 마음만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이미 손가락은 휴대폰 자판의 자음과 모음을 두드려 가며 본능적으로 시를 쓰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음과 모음이 오락실 두더지처럼 튀어나와 누에가 고치를 만들듯 한 편의 문장을 만들어 가게 되는 것이다
어설픈 글일지라도 한 번에 끝내야 하며 그 뒤에 눈에 밟히고 발부리에 걸리는 대목은 읽고 또 읽어 몇 번의 수정을 거쳐 밟히지 않고 걸리지 않게 되면 퇴고한다 만약 시적인 감흥이 튀어나오지 않으면 사진만 얻고 문장은 나중을 기약하면 언제인가는 수그러들었던 시심이 다시 고개를 들고 나오게 되는데 보통은 새벽잠에서 깨어 사진을 들어다 보았을 때이다 디카시는 작가가 머리를 쥐어짜며 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먼저 말을 걸고 다가왔을 때 운명적으로 만나는 것이며 만약 작가가 찾아 나선다면 그들을 만나기도 어렵거니와 만날지라도 서로의 마음 거리가 먼 그저 그렇고 그런 관계로 만나게 될 것이다
사랑하라 그러나 집착하지는 마라
온전히 그들에게 맡겨라
작가는 자연이나 사물과 인간을 연결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옮겨주는 대리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