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과 겨울연가가 동양3국을 넘어서 미국에 착륙한지도 제법 오래 된 듯 하지만, 우리집에는 얼마전 까지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우리가 사는 실리콘밸리 지역은 한인 인구가 남가주만 같지 않아서 한국어 방송도 매일 1시간정도 나오는데 그나마 본국뉴스, 현지뉴스에다가 그밖에는 내용이 빈약하여 거의 보지를 않고 지내는 터였다.
그러던것이 금년 봄부터이던가 Cable TV에 Asian Channel이란 독립 채널이 생기더니 시도 때도 없이 한국의 드라마가 방송되기 시작했다. 어떤것은 영어자막을 달고 한국어 대사로 나오고, 어떤것은 중국어 더빙을 하여 우리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옥탑방 고양이"라는 재미있는 드라마가 있어서 반은 빼먹으면서도 재미있게 보았는데, 최근에는 말로만 듣던 저 유명한 "대장금"이 영어자막을 달고 한국어로 나오기 시작하여 그 방송시간에 마추어 귀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주위의 중국사람들이 모두 대장금 얘기를 하는데 정작 나는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던 터라 뒤늦게 한글 깨치는 기분으로 열심히 보고 있는데, 외국 나온지 오래 되서 그런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중간중간 빼먹고 봐서 그런지 등장인물도 많고, 특히 무슨 관직이 그리도 많은지 이야기의 줄거리를 거의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큰 흠이다. 보아하니 음모와 중상 모략이 난무하는 듯 한데 누가 누구와 한패가 되어 장금이를 죽이려고 하는지 아직도 전체적인 윤곽이 떠오르지 않으니 난감하다.
지난달에는 전에 하와이 주지사로 무려 13년이나 봉직하고 은퇴한 일본계 거물 정치인이 내가 근무하는 회사와 사업관계로 이곳을 방문하여 꼬박 이틀동안을 같이 지낸 적이 있었는데, 이분 말씀이 자기 부인이 배용준의 열열한 팬이라서 겨울연가 (Winter Sonata)를 여러번 봤는데, 시집간 딸이 잠시 맡겨둔 4살짜리 외손자가 배용준 흉내를 내면서 그 더운 하와이에서 겨울 목도리를 두르고 다닌다니 어찌된 영문인지 알 도리가 없다.
조금 더 기다리면 겨울연가도 방송될지 아니면 이미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까지 비데오를 빌려서 본 적은 한번도 없어서 거기까지는 용기가 나지를 않는다. 하기사 국민학교 1학년때 미국으로 데리고 온 두째아들은 한국말도 깨우치고 한국문화를 배운다면서 부지런히 한국 비데오를 보더니 이제는 한국어 완전 마스터하고 직장에서 휴가만 얻으면 한국으로 내뺀다. 한국은 2세들에게도 끄는 마력이 있는 모양이다. 며느리는 한 살때 미국으로 왔다는데도 완전 韓食派라서 아들네 집에 가서 얻어먹는 매운탕이 제맛이 난다.
첫댓글 드라마,시네마에서 멀어지는 것은 모든 늙은이들의 속성인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