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식 회장, 직원의 노고에 보달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자..

[손영준]

※ 다음은 한주식 회장님이 직원들에게 강의한 내용입니다.

극심한 굴곡의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순국자, 의사자들이 수도 없이 많이 생겨났다. 이들은 각자 국가와 사회를 위한다는 확고한 신념하에 기꺼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치고 이로 인해 신체상의 피해나, 나아가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유공자에 대한 대우는 그 어느 나라보다 우리나라가 인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친일하면 3대가 부자로 살고, 항일하면 대대로 쪽박찬다’고 했던 풍문이 사실로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친일파와 그 후손들이 정계와 재계 및 학계 등에서 떵떵거리며 지도자 행세를 하고 있는 반면, 항일운동했던 유공자들의 후손은 이미 선조가 재산을 항일로 탕진한 가운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국가로부터 대우조차 받지 못하여 경제적으로 괴로운 삶을 이어나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는 분명 후손들에게 잘못된 국가관과 역사관을 심어주게 되며, 당장의 무사안일을 중시하는 그릇된 인생관 속에서 살라고 하는 잘못된 신호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가 선제적으로 나서서 해야 할 이러한 보상이 아직도 미흡한 가운데, 사회 역시 이러한 잘못된 인식이 팽배하여 각종 단체나 기업 등에 만연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구성원이 국민이라면, 회사의 구성원은 직원이다.

국가가 그 구성원의 희생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 또한 국가의 잘못된 인식을 이어받아, 직원에게 희생을 요구하되 그 보상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나는 이러한 폐단을 철폐하고 직원을 회사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수용하여 구성원으로서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대적 약자인 근로자 개개인이 회사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 쟁취해야 하는 권리가 아닌, 사용자 스스로 당연스럽게 인정하는 권리. 이러한 회사야 말로 참으로 이상적인 회사이기 때문이다. 회사를 위해 일하다가 다친 근로자들이 회사의 보상은커녕 산재보험처리를 해주지 않아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회사가 아닌, 진정 회사가 근로자를 걱정하여 보상하고 재활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그러다 잘못된다 할지라도 남겨진 가족을 책임질 수 있는 회사가 되었을 때 진정으로 안심하고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근로자. 믿고 일을 맡기는 회사가 될 것이다.

우리 지산그룹은 진천에 피씨공장을 운영한지 불과 2~3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수십년간 대한민국의 업계 선두자리를 유지 하던 몇몇 업체를 제끼고, 업계 최고의 생산력과 매출을 자랑할 수 있는 요인이 바로 근로자를 회사의 구성원으로 수용하고 그 권리를 인정하여 대우해주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피씨회사는 매 시기 인력이 없어서 설비 생산능력의 7~80% 정도 밖에 생산을 해내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의 피씨공장은 설비능력의 110% 이상의 생산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는 생산근로자들을 소모품이 아닌 회사의 중요 구성원으로 인정하며, 이에 따른 적절한 대우를 해주고 있기에, 혹시 빈자리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즉각적으로 메꿀 수 있는 예비인력(자원대기인력)이 늘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인력들이 우리의 구성원이 되었을 때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일부로 활약하기에 늘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기적적인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원가절감의 큰 부분으로 생각하고 인건비와 복지비용의 삭감을 일삼는 여타 회사들은 단기적으로는 그 절감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려 회사 자체를 좀먹는 무식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내 몸의 일부분을 제거하는 것은 체중은 줄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신체를 훼손하여 생명을 단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지산그룹은 소속된 임직원들이 각종 사고로 인해 신체상의 피해를 당하게 된다면, 회사가 나서서 끝까지 이들에 대한 보호와 보장을 자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