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41 야곱이 벧엘에서 꿈에 본 것은 무엇이었나?
꿈에 본즉 사닥다리가 땅 위에 서 있는데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았고 또본즉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 위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또 본즉 여호와께서 그 위에 서서 이르시되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네가 누워 있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창28:12~13)
형과 부모를 속이고 고향 브엘세바를 떠나 외삼촌의 집이 있는 하란으로 도망 길에 나선 야곱이 벧엘에 이르자 해가 졌다. 죄책감과 외로움에 사로잡힌 그가 돌을 베개 삼고 잠을 청한다. 현제명 작사 작곡의 '고향생각이 마치 그때 야곱의 심정을 묘사한 것처럼 잘 어울린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 내 동무 어디 두고 이 홀로 앉아서 이 일 저 일을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가장 높은 곳에 계신 하나님은 인간이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갔을 때에 더욱 가까이 오는 분이시다. 하나님은 야곱의 꿈속에서 그에게 나타나신다. 야곱은 하늘과 땅이 사닥다리로 이어져 있고 그 위에서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본다. 그리고 그 위에 계신 여호와를 뵙고 그의 말씀을 듣는다. 잠에서 깨어난 야곱은 "두렵도다 이곳이여다른 것이 아니라 이는 하나님의 전이요 이는 하늘의 문이로다"(17절)고 외친다. 그는 과연 무엇을 보았는가?
'사닥다리'로 번역된 히브리어 술람은 구약에서 여기 한 번 나오는 소위 하팍스레고메논(hapaxlehomenon)이다. 그래서 정확한 의미에 대한 논란이 많다. 첫째로 전통적인 번역인 '사닥다리'는 '쌓아 올리다', '쳐올리다'는 의미를 지닌 아카드어 살랄(sallal)에서 왔다고 본다. 둘째로 아카드어 심밀투(simmiltu)를 어원으로 보는 이들은 이것을 '계단'이라고 생각한다. 셋째로 아카드어 술루(sulu)와 연관되었다고 보는 이들은 '길'로 이해한다. 그리고 이 각각의 견해는 나름대로 고대 근동의 역사적 자료들로 뒷받침된다. 그런데 술람이 사닥다리'이든, '계단'이든, '길'이든 핵심은 그것이 하늘과 땅을 연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잠에서 깨어난 야곱은 하나님의 임재를 깨닫는다. 그래서 “두렵도다 이곳이여 이것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집이요 이는 하늘의 문이로다”(17절)라고 외친다. 그런데 그가 말한 '이것이'가 과연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히브리어로 제…우제'인 이 구절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는 둘이 모두 같은 것을 가리키는 경우이다. 출애굽기 3장 15절의 "이는 나의 영원한 이름이요 대대로 기억할 나의 칭호니라"가 그런 용법이다. 히브리어 문장을 직역하면 "이는 나의 영원한 이름이요 또 이는) 대대로 기억할 나의 칭호니라"이다. 이 구절에서 '제…우제'가 모두 스스로 있는 자를 가리키기에 뒤의 지시대명사는 아예 번역하지 않은 것이다. 창세기 28장 17절을 이렇게 보면 '하나님의 집'과 '하늘의 문'은 같은 장소 곧 야곱이 잠을 잔 곳이 된다.
둘째는 이 둘이 각각 다른 것을 가리킨다고 보는 것이다. 욥기 1장 16~17절의 “그(히, 제가 아직 말하는 동안에 또 한 사람(히, 우제)이와서"의 경우나, 열왕기상 22장 20절의 “하나(히, 제)는 이렇게 하겠다 하고 또 하나(히, 우제)는 저렇게 하겠다”의 경우에 사용된 용법이다. 이렇게 보면 '하나님의 집'과 '하늘의 문'은 각각 다른 것을 가리키는 것이 된다.
.그러면 창세기 28장 17절에서는 어느 용법이 사용되었을까? 문맥으로 보면 '이것・・・ 이것이 아니라 '이것저것'이다. 만일 '하나님의 집'과 '하늘의 문'이 같은 장소를 가리킨다면 "이는 하나님의 집이요 이는 하늘의 문이로다"가 아니라 "이는 하나님의 집과 하늘의 문이로다”로 표현하면 된다. 22절도 그런 이해를 뒷받침한다. 야곱은 기념으로 기둥을 세우고 기름을 부은 후 “이 돌이 하나님의 집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주목할 것은 여기에는 '하늘의 문'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땅에 세운 기둥은 단지 하나님의 집'이라고만 불렸다. 이것은 '하늘의 문'이 지상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야곱은 술람의 땅 쪽 끝에 있는 것과 하늘 꼭 끝에 있는 각기 다른 두 가지를 모두 보았다. 그것을 하나님의 집과 하늘의 문'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면 술람의 지상 쪽 끝에서는 '하나님의 집'을 보았는데, 왜 하늘쪽 끝에서는 '하늘의 문만 보았을까? 그게 무슨 뜻일까? 문의 근본적 기능은 출입이다. 열린 문은 '환영'을 의미하고, 닫힌 문은 '금지'를 의미한다. 이 본문에는 문이 열려 있는지 닫혀 있는지가 언급되어 있지 않다. 여하튼 야곱이 하늘 쪽의 끝에서 단지 '문'만 본 것은 그가 하늘에 있는 하나님의 집 안으로는 초대받지 못하였음을 의미한다. 야곱은 그의 꿈에서 지상에 있는 '하나님의 집'을 보았고, 하늘에 있는 '하늘의 문'을 보았으며, 하늘로부터 땅으로 향하여 그 둘을 잇고 있는 술람을 보았고, 그 술람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사자들을 보았고, 그에게 약속의 말씀을 주시는 야훼를 보았다.
예수께서는 나다나엘을 제자로 부르시면서 "하늘이 열리고 하나님의 사자들이 인자 위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보리라”(요 1:51)고 하셨다. 이는 야곱의 꿈에 보인 술람의 실체가 곧 하늘에서 내려와 땅을 연결하는 예수 그리스도 자신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화잇은 "이 이상 가운데서 구속의 경륜이 야곱에게 나타났는데, 완전하지는 않았으나 그 당시 그에게 필요되는 부분만큼만 나타났다”(부조, 183)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