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라는 말을 떠올리면 우선은 막연해지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신비롭게 보이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막연함과 신비감이 호기심과 결합했을 때
우주를 향해 치닫는 지적 욕구가 일어나는 경우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아주 흔한 것은, 눈으로 본 것을
상상력으로 재구성하거나 해석하는 일들입니다.
수많은 설화와 신화를 비롯한 다양한 문학작품들이 그것이고
여기서 실상(實狀)과는 다른 왜곡이 일어나는데
그것은 인간이 지닌 감각기관의 한계,
즉 시각과 시력의 한계와 관련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상상력으로 재구성하거나 해석하는 또 다른 예로는
우주의 질서로부터 인간 존재의 의미나 운명을 읽어내려는 노력들이었습니다.
이때 왜곡이나 굴절은 더욱 심해지는데
여기에 종교적 시각이 결합하면 문제는 더욱 커집니다.
그야말로 본질로부터 벗어나
사실과는 전혀 다른 진술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데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보편적 의식이라고 하는 것의
많은 내용이 여기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류의 현실이 아직 무지와 결합한 어리석음으로 인해
왜곡된 사실이라는 현상을 이어가고 있고
상식이라고 하는 것들 또한 그런 마당의 한 복판에서
여전히 싱싱하게 자라나고 있다는 점은 안쓰럽고 답답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훌륭한 지침서입니다.
비록 그다지 달착지근하게 혀에 와 닿지는 않을지 몰라도
씹으면 씹을수록 단 맛을 내는
쌀과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주가 ‘왜’ 시작될 수 있었는지
그 우주 중 한 지점에 태양계는 ‘어떻게’ 형성될 수 있었으며
지구의 위치는 어떤 것인지,
그리고 생명의 기원은 또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가르치는
놀랍고도 훌륭한 지침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읽으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고,
무지의 역사에서 존재의 진실을 향한 길을 여는 천체물리학자들의 노력과
그 노력이 마침내 보편적 기준이나 상식의 틀을 바꿀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기대까지 할 수 있게 했고
그래서 읽으면서, 또 읽고 정리하면서 행복했던 책이기도 합니다.
미리 답을 말해준다면 ‘우주는’
‘불균일성’과 ‘비등방성’ 때문에 생겨났다는 것,
거기서 시작되어 그 이유로 우주는 거침없이 자라났고
그 우주의 한 지점에서 우리들도 생겨났다는 것,
인간이 무엇을 해야 ‘우주적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지는
아예 말하지 않았으니
아마도 이것은 읽는 이에게 주는 숙제는 아닐까 싶은데,
얇은 책이지만 제법 길게 정리한 ‘이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궁금증들은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