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어느덧 봄의 한가운데로 가고 있다. 산과 들에는 벚꽃이 활짝 피었다 지고 더불어 개나리까지 만개해 봄이 우리 곁에 와 있음을 실감케 한다. 바다에도 봄이 왔음을 알리는 어종이 있으니 바로 도다리다.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요즈음은 낚시가 몹시 어려운 시기다. 겨울이야 추우면 추운대로 열기나 우럭이라는 겨울 대표 어종이 있어 낚시하러 다닌다고 하지만, 봄이 시작되자 마땅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어종이 그리 흔치 않다. 육지 날씨는 포근해서 그저 집에 있기가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그렇지만 바닷속은 아직 차디찬 겨울이다. 바다 수온은 육지 기온보다 아주 천천히 오르기 때문에 계절은 봄이라고 하더라도 바닷속 수온은 겨울 바다의 수온보다 아주 조금 높을 뿐이다.
이처럼 봄에는 수온이 낮아 낚시 대상 어종이 많지 않다. 어디를 가나 갯바위 낚시터는 어쩌다 한 번씩 얼굴을 비추는 감성돔 낱마리이고, 학공치도 기온이 오르면서 먼바다로 빠져버려 만나기가 쉽지 않다.
■ 조금 물때면 낚싯배 몰려 장관
그러나 봄소식과 함께 꾼들의 이런 근심을 말끔하게 없애주는 어종이 있으니, 다름 아닌 도다리다. 도다리는 봄소식과 함께 가장 먼저 우리 곁에 찾아와 주는 어종이다. 특히 벚꽃이 피는 시기에 잡히는 봄 도다리는 그 맛이 가히 일품이라고 알려졌다. 이 시기에 낚시로 잡히는 봄 도다리는 살이 단단할 뿐만 아니라 회를 만들어 놓으면 살에서 무지갯빛이 날 정도로 색감도 좋다. 특히 향긋한 향까지 나기 때문에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되찾게 해주는 보약과도 같은 존재가 도다리다.
봄에 나는 쑥과 함께 끓여 먹는 도다리쑥국은 전국적으로도 그 명성이 자자할 정도다. 요즘은 도다리도 양식이 가능해져 봄이 되면 출하가 많이 되기 때문에 어느 횟집을 가더라도 도다리를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직접 낚아서 먹는 도다리 회의 맛은 낚시인이 아니면 맛보기 어렵다. 다행스러운 것은 올봄에는 도다리가 많이 잡히고 있어서 어디를 가나 봄 도다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에서 도다리 낚시가 많이 이루어지는 곳은 기장과 일광, 송정과 오륙도 일대, 태종대와 다대포 일원이다. 그 중 태종대 일대에서 잡히는 도다리는 바닷속의 암반 지형에서 잡히기 때문에 그 맛과 손맛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곳에서 잡히는 도다리는 거센 물결과 조류 속에서 살아 꾼들 사이에서는 '돌 도다리'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그만큼 회로 만들었을 때의 육질이 다른 곳에서 잡히는 도다리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 태종대 앞바다에서는 조금 물때만 되면 도다리 낚싯배와 수많은 어선이 몰려 일대 장관을 이룬다. 태종대 일대의 어선뿐만이 아니라 멀리 다대포와 해운대 등지에서도 이곳 도다리를 만나려 몰려들고 있다.
이곳에서 도다리낚시를 하는 요령은 물살이 세기 때문에 조금 때라고 하더라도 봉돌을 최소 70호 이상 사용해야 한다. 수심이 깊고 조류가 빠른 곳에서는 봉돌을 무려 200호 정도 사용하는 어선이나 낚싯배도 많이 있다. 이렇게 무거운 봉돌을 사용하므로 낚시를 하면서 손끝이나 낚싯대 끝에 전해지는 입질 감각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봉돌이 무거울수록 입질 파악이 어려워지지만, 봉돌이 무겁더라도 도다리 입질을 파악하는 요령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물때와 봉돌 무게 잘 조절해야
도다리 낚시는 일반적으로 쉴 틈 없이 부지런히 고패질을 해 주는 것이 좋다. 고패질하면서 봉돌로 바닥을 계속 두드리다 보면 흙탕물이 일어나게 되는데, 호기심 많은 도다리가 이곳에 접근해서 미끼를 보도록 해 입질을 유도하게 된다.
문제는 무거운 봉돌을 사용했을 때다. 따라서 고패질을 하더라도 짧게 짧게 해서 미끼가 가능하면 바닥에 머물게 해 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도다리가 입질하면 감각이 원줄을 통해 전달되므로 입질을 파악하는 데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도다리낚시는 물색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출조를 하더라도 조금 물때 전후를 해서 출조 계획을 잡는 것이 좋다. 사리 때에는 조류가 빠르고 물색이 탁해지기 때문에 조과가 많이 떨어진다. 조금 때라도 조류가 너무 흐르지 않을 때에는 입질이 뜸해진다. 이런 때에는 조류가 약간 빠른 곳부리 근처 포인트나 수심이 다소 깊은 포인트에서 낚시하는 것이 좋다. 조류가 빠를 때에는 굴곡이 진 만 입구라든지 수심이 다소 얕은 지역에서 낚시해야 적당한 조류를 만날 수 있어서 조과가 좋아진다.
흔히 도다리 낚시를 잡어낚시로 치부하는 꾼도 많다. 도다리 낚시가 잡어 낚시임에는 분명하지만, 요즈음 도다리는 '금 도다리'라고 불릴 정도로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횟집에서 도다리회 한 접시를 주문하면 그 적은 양이나 비싼 금액이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만만찮다. 특히 자연산 싱싱한 도다리를 만나기란 정말 쉽지 않다. 따라서 오동통하고 살찐 자연산 도다리를 직접 잡아 싱싱한 횟거리로 만들어 먹는 것은 어쩌면 낚시를 즐기는 낚시인의 특권이 아닌가 싶다.
태종대 앞바다에서 즐기는 도다리 낚시는 또 다른 묘미가 있다. 천혜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과 함께 봄 바다가 주는 향긋한 바다 내음, 그리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쫄깃쫄깃한 봄 도다리의 맛은 이곳 고유의 맛이 된 지 오래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