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손을 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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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우리 집을 찾는 손님 하나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 손님을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가운 손님이라고 합니다. 처음 만나면 오랜만이어서 반갑고 하룻밤을 지나면 피곤이 찾아와서 부담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손님이 떠날 때는 올 때보다 더 반가울 때가 있습니다. 손님은 아직 돌이 채 못 된 손자 녀석입니다. 주 중에는 함께 보낼
시간이 적어서 토요일 저녁에서 월요일 아침 까지 그 녀석은 우리와 같이 있게 됩니다. 아이는 현관문을
들어서기가 무섭게 인사 하는 것도 잊고 나의 손을 끌면서 뒷마당으로 향합니다. 연못에 있는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기를 좋아해서입니다. 한 주간을 지내오면서 용케도 잊지 않고 그 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말을 할 수가 없어서 매사에 몸짓(Body language)으로
대신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아이가 물건을 손에 넣으면 절대로 놓지 않는 버릇이 있습니다. 한 번 잡았다하면 잠을 잘 때에도 꼭 쥐고 잡니다. 다니다가 잘못하여
넘어질 경우에도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지를 못하여 약지가 상처를 입어 한동안 고생을 한 적도 있습니다. 물고기에게
먹이를 줄 때도 일단 손에 잡은 먹이를 연 뭇으로 넣으려면 타이밍을 맞추어 손을 펴야 하는데 주먹을 쥔 채로 손만 흔들기 때문에 먹이를 연못 속으로
넣을 수가 없습니다. 낭비만을 거듭할 뿐입니다.
그런데 지난 주 부터 이 아이가 참으로 아름다운 행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들어보았습니다. 집사람이 한 자매님으로부터 빌려 온 “방귀대장 뿡뿡이” 라는 테이프 때문이었습니다. 내용 중에 가위 바위 보에 대한 놀이가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아이가 가위나 바위일 때는 조용이 앉아서 지켜보다가
손을 펴 보이는 보가 나오면 느닷없이 일어나서 두 손을 펴고 TV 화면으로 가서 펼친 브라운관에 나타난
그림에 갔다대고 박수를 치며 좋아하게 된 것이라 합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부터 손을 펴는데 다소 익숙해 져서 요즘은 물고기 먹이를 절반쯤은 잔디밭에도 흘리면서 나머지는
연못 안으로 던지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이 손을 펴고 오므리는데도 원칙이 있습니다. 손가락을 편 채 오므리질 못하면 그것은 온전한 손이 못됩니다. 불구의
손이지요. 그러나 주먹을 꽉 쥐고 있으면서 그것을 펴지 못한다면 그 또한 불구의 손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나는 나의 손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어려서는 내가 차지한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 애를 써온 손입니다. 그러면서 심지어는 남이 가진 것까지 차지하려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던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남보다 앞서려고 때로는 커닝을 하였고 자기 방어가 아닌 남을 해치는데도 이 손을 사용하였습니다. 결혼
후에는 딸린 식구들을 먹여 살리느라 무엇이든 움켜쥐는데 여념이 없었고 때로는 내가 가진 것 이상을 노리느라 정신없이 놀려댔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남에게 베푸는 것 보다는 스스로를 만족케 하느라 정말로 수고를 거듭해 왔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스토리텔링을 회상해봅니다. 인도의 열대림에서는
특이한 방법으로 원숭이 사냥을 한다고 합니다. 작은 나무 상자 속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견과류를 넣은
뒤, 위쪽에 손을 넣을 정도의 작은 구멍을 뚫어 놓습니다. 그러면
견과를 움켜쥔 원숭이는 구멍에서 손을 빼지 못하고 끝내는 사냥꾼들에게 잡히고 맙니다. 손에 들어온 것은
놓지 않는 원숭이의 습성을 이용한 사냥법인 것입니다. 장쓰안의 [평상심] 중에서 인용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움켜진 손으로는 새 것을 가질 수 없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욕심을 움켜진 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펴진
손만이 새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훗날을 위한 일보 후퇴하는 현명한 처세술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마치 우리 손자가 꼭 쥐고 놓치 않던 손을 펼 때에 물고기에게 먹이를 공급하는 일이 가능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흩어 구제하여도 더욱 부하게 되는 일이 있나니 과도히 아껴도 가난하게 될 뿐이니라(잠언11:24)”
San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