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강화도 효도나들이
![](https://t1.daumcdn.net/cfile/cafe/9919544B5AF83BA837)
목마와 숙녀(동영상)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少女)는
정원(庭園)의 초목(草木) 옆에서 자라고
문학(文學)이 죽고
인생(人生)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木馬)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孤立)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作別)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燈臺)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未來)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木馬) 소리를 기억(記憶)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意識)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靑春)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人生)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낡은 잡지(雜誌)의 표지(表紙)처럼 통속(通俗)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박인환(朴寅煥)
1926년 강원도 인제군 출생의 초절정 미남시인. 1955년 '박인환선시집'을 출간했고, 이듬해인 1956년 소설가 이상의 기일 때 4일 간 폭음한 탓에 급성 알콜중독 성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31세의 짧은 생애였다
■버지니아 울프 <1882~1941> 의식의 흐름에 중점을 둔 내면 묘사의 소설을 주로 발표한 영국 소설가로, 전후의 허무주의적 분위기 속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강박관념에 시달려 결국 템즈강에 투신 자살함.
정 재 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