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정이 2022년 9월 25일(다해) 연중 제26주일 제2626호 <유익한 심리학>
성격과 신앙생활 14 : 부부 대화에서 존경과 연민(2)
존경과 연민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대화는 사랑이고, 사랑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은 과학적 사실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 ‘사랑’을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배우자를 ‘사랑’으로 대한다며 실제로는 자기 욕구와 소망을 투사한다. 순수하게 ‘배우자’를 위한 사랑이라기보다 자기에게 되돌아올 어떤 것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가지고 대한다. 이러한 태도는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사랑’에서도 나타나는데, 어찌 됐든 그것은 ‘조건적인 사랑’이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진솔성이 부족하다’라는 의미다.
많은 사람이 관계의 개선을 위하여 대화의 방법이나 기술을 배우려 하는데, 실제로 중요한 것은 ‘진솔성’이다. 봉사나 희생의 형태를 지녔다 해도 ‘진솔성’이 부족하면 진정한 의미에서 봉사나 희생이라 할 수 없다. 우리의 몸은 그러한 ‘진솔성’에 민감하다. 인지기능이 발달하지 않은 어린아이일수록 더 민감하다. 부부 대화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의 대화에서 ‘진솔성’은 가장 우선되는 조건이다.
부부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결국 나는 이렇게까지 노력했는데 배우자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고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서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내가 이러고 살아야 하느냐고 호소한다. 자신의 태도에서 ‘진솔성’의 부족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진솔성의 특징은 한결같다는 것이다. 진솔성은 어떤 의도나 기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진솔함’ 그 자체가 목적이다. 상대방의 태도 여하와 별개로 그 자체가 목적이다. 많은 사람이 실패하고 실망하는 까닭을 헤아리지 못하여 사랑하는 사람에게 환멸을 느끼기에 이른다.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부모는 자녀에게, 자녀는 부모에게, 가장 소중하고 사랑하는 관계일수록 환멸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먼저 자신의 진솔함에 대하여 잘 알아야 한다. 내가 진솔하지 못하다면 상대방의 태도에서 실망해서는 안 된다. 관계는 상호적이기에 내 진솔함이 부족했다면 그만큼 상대방의 실망스러운 태도도 존중하고 인정해줘야 한다. 이것이 상호호혜적 태도다. 적어도 이렇게 공평하고 정당한 자세라도 갖추고 있으면 어린 아이라 할지라도 따르기 마련이다. 자신이 보인 진솔성보다 더한 대접을 받으려고 할 때 사람들은 부당함을 느낀다.
한편, 내가 진솔하게 대해도 상대가 그다지 변하지 않을 때, 우리는 갈등을 느끼며 내적 확신이 약해진다. 그러나 의기소침해지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사람에게 내적 상처나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있을 때 사람들은 쉽게 변화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의 노력이 허사인 것처럼 보여도 그것은 나의 부족이 아니라 상대방의 문제이다. 평소에는 진솔한 만큼으로 서로 나눌 수 있지만, 내적 문제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우리의 진솔성이 매우 취약해지는 느낌이다. 이때 대등한 관계로서 상호호혜적인 태도는 별 의미가 없다. 건강한 쪽이 내적 문제를 가진 사람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 때다.
그러나 조건 없는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세상이 뭐라 해도 자신의 진솔성 안에서 만족할 수 있는 사람,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진솔함 만으로 충족한 사람, 스스로 자기 안에서 충만하고 자기완성을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특징이 조건 없는 사랑이다. 우리는 아직 그러지 못하다. 다시 말해서 내가 내 배우자를 변화시키겠다는 생각은 무리라는 것이다. “‘잘 생각해 보아라!’ ‘잘 따져보아라!’ ‘내가 조건 없는 사랑을 감당할 수 있을지, 도중에 포기하게 되면 사람들이 비웃을 텐데, 가진 것을 버리고 나를 따를 수 있겠느냐?’”(루카 14,25 이하 참조)
많은 사람이 자신의 진실성을 과대평가한다. 그래서 문제는 ‘너’인 것이다. 이런 태도로는 어떤 누구도 만날 수 없다. 남이 나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고립되는 것이다. 차라리 내가 진솔할 수 있는 만큼만 바라고 거기에 만족하여라.
첫댓글
뇌를쓰게되는
말씀읽고...
난..나를..
배우자가 어떻게느낄까..
생각하게됩니다
너무 현실적이며 감동적인 말씀이어서
울림도 크고.
반성도 되어요.
숲정이 올라온 글 오려서
뭔가 삐거덕 거릴때마다 읽어봅니다.
오늘도
읽어 보고있어요.
오늘 꽂힌 말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진실성을 과대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