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동학백일장 입상 작품
2012년 동학백일장 대상
동상(銅像)
김수빈 울산호계고등학교 3-6
용담정 입구 새하얀 벽 같은 뭉게구름
터진 틈 그 사이로 햇살이 건넨 것은
겨울의 끝이던가
봄의 시작이던가
알 수 없는 하늘아래 홀로 선 길목이
구미산을 파고든다
그 곳으로 내딛는 하이얀 걸음걸음
발밑에 서린 무언가가
자꾸만 울컥거린다
고개 들어 바라보니
하늘과 땅 닿을 수 없는 그리움사이
수운의 동상이 곧게 서 있었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 했던 그는
하늘로 갔던가
치켜든 손끝엔 푸른 물이 들었다
가만히 지켜보던 가지 끝에 맺힌 눈물
톡하고 터트린 민중의 소리에,
그 순간 나는 보았다
파아랗게 젖은 동상의 소매가
흐르는 바람에 나부끼는 것을
초등부 저학년
<장원>
새 싹
오시훈 송곡초등 2-1반
오던 길에
네가 활짝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반갑다
새싹아
어제 너무 추워서
못 오는 줄 알았다.
돌아갈 땐 내 손 꼭 쥐고
꽃 흔들며 가자
<우수>
새 싹
김재혁 계림초등 1-1
새싹은 나랑 닮았어요.
나는 밥 먹고 쑥쑥
새싹은 이슬 먹고
햇살 먹고 쑥쑥
나는 민구랑 태웅이랑
하하 호호 딱지치고
새싹은 꼬물꼬물
개미랑 소근 소근
뭐라고 안 들려
애들아 조심조심
밟으면 안 돼
새싹이 엉엉 울고 있어
하 늘
임 경우 나원초등 3-2
하늘은 아빠처럼 포근하다
내가 속상하면 안아주시는 것처럼
하늘도 시원한 바람으로 나를 안아 준다.
하늘은 엄마처럼 따스하다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반겨 주시는 것처럼
하늘도 아침 등굣길에 나를 반겨준다.
하늘은 동생처럼 변덕스럽다
동생이 달 모양처럼 변하 듯
하늘도 소나기를 내린다.
그래도 난 나의 하늘이 좋다.
하 늘
김강민 경주초등 1-5
하늘은 바다지요.
훨훨 헤엄치는 새들이
둥실 떠다니는 하얀 섬에서
놀다 가지요.
초등부 고학년
<장원>
나 비
한영빈 계림초등 5-1
하얀 돛을 달고
바람에 실려 날아간다
넘실넘실 어깨 춤추며
꼬불꼬불 구미산 오솔길 따라
이리 저리 기웃 거린다.
무슨 보물찾기라도 하는 걸까
큰 숨 몰아쉬고 숨 죽여
사뿐 사뿐 나비를 미행해 본다.
드디어 보물을 찾은 것일까
나비는 나에게 너풀너풀
손짓을 한다.
살포시 다가가 나비와
나란히 앉았다
내 코를 찌르는 소나무의 향기
나와 나비는 그 향기에
흠뻑 반해 버렸다.
<우 수>
나 비
김지원 유림초등 5-4
봄이
불을 지폈나 봐요.
빠알간 진달래불 사이로
제 몸 타기 싫어
진달래불 사이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노란 나비 한 마리
힘차게 펄럭거리는
커다란 날개 사이로
봄향기 가득 뿜으면
온 산이 가득 불 타 올라요.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 펴고
산 오르는 사람들 어께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나비는
봄의 전령사
나비가 만들어준
봄길 사이로 걸을 때 마다
사람의 가슴속에
행복의 불씨 담아가요
나 비
김규현 용강초등 4-2
노란나비가 비행기처럼
하늘 향해 춤을 추면
봄이 와요.
봄에게 마술을 부리면
세상은 온통
꽃 냄새가 나지요.
내 손 위해
사뿐히 앉은 나비가
내 마음에
꿈을 주네요.
나 비
김은진 경주초등 4-6
봄이면
날아다니는
나비
나비는
꽃과 꽃을 보면
날개를 활짝 펼쳐요.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내내
펼쳐진 내 날개
오늘 학교에
친 시험,
우와!
100점이네
그래서 펼쳐진
내 날개.
나도 내 목표를 이루면
나의 날개도
활짝 펴지지요.
중등부
<장원>
길
박지수 근화여자중학교 1-4
가끔은 하늘빛이 그리워
너를 찾는다.
둥기당 당당당 크러럭 쿵광
비바체도 되었다가
소나타도 산을 넘고
가려던 길목에서 긴 여운으로
다시 돌아보는
너에게 가는 길은 언제나 혼란하고
또 당차기도 하지
푸른 숲 밝혀주는 전등
가슴을 열어주는 새소리 물소리
돌부리에 감겨오는 바람
이 끝없는 여정은 너를 향한
내 호흡일 거야
산 산을 넘고 땀 그 땀을 닦으며
나는 행진할 거야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그 빗장의 열쇠주인은
나이기 때문에
<우수>
길
권문주 선덕여자중학교 3-2
저 멀리 누군가가 비쳐옵니다
멀리서 비쳐오는 그의 눈빛엔
어둑어둑 한 만이 서려 있습니다.
외로이 홀로이 길 위를
걷고 있는 그의 곁에는
매서운 칼바람만이
옷깃을 핥아 댑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당해 낼 수 없을 듯 한 눈빛의 그 눈
굳건한 표정과 함께
끝없이 걸어 나갑니다.
그 옛날 비참하게 찢겨나갔던
인내천의 얼은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 길의 끝도 모른 채
하염없이 나아가는 그 에게
이제는 내가
등불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캄캄한 어둠만이
흩날리는 그 길에서
이제는 내가
등불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의 뜻을 밝게 비추는
등불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나무
김은비 근화여자중학교 3-5
나무야, 너는
참으로 길게 살았구나
봄 되어 다시금 새싹이 움트고
알이 깨어나 새로운 생명이 필 때
내 그 넓은 몸으로
그들을 아무렇지 않은 듯 받아 주며
또 그들을 보살핀다
아무런 조건도 이유도 없이
그 들이 네 기둥을 집 삼아
기둥을 판다 해도
바람이 불어 내일이 다해도
너는 가만히 그 자리에서
기둥에 생긴 상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들은 오직 비바람에서 지켜준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그들은 너를 떠난다
그래도 너는 아무 말 않고
그들을 보낸다 마음속으로
그들이 안녕을 빈다.
그렇게 계속된다
또 너는 새로운 그들을
맞을 것이며,
떠나보낼 것이다.
나무야, 너는
참으로 모질게 , 그럼에도 길게
살았구나.
길
김경민 서라벌여자중학교 1-5
넓디넓은 하늘도 잠시 숨 돌렸다 가는 길,
힘찬 새싹이 땅을 박차고 힘차게
나오는 길.
용담정 뒷길.
용담정 뒷길은 자연도 맘 편하게 쉬어 가는데
나의 길은 하늘도 바람도 새싹도
불편하게 휙 지나는 길.
지나가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항상 황무지인길
내 길도 용담정 뒷길처럼 맑고 옥구슬 같은
햇빛이 싱그럽게 새싹을 깨우면 새싹은 봄의 시작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길이 되고 싶다.
모든 만물에게 공평한 시간도
내 길만은 잠시 멈추어 갔으면 좋겠다.
내 길도 용담정 뒷길처럼 아름다운
쉼터 같은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등부
<장원>
동상
박월미 안양예술고등학교 3-7
아직 이파리가 돋아나지 않은
나무 아래서
동그랗게 모여 앉은 우리들
하얀 원고지 속으로 그를 불러본다
사람들의 기도로 단단해진 동상
정갈하게 옷을 입은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앙상한 나무 같던 그의 품에서
봉우리를 틔워낸 동학
손끝에서 퍼져 나간 153년의 시간이
지금 여기에 이어지고 있다
죽창을 들고 걸어가던 농민들은 여기에 없고
그가 품어 안은 사람들이 언덕을 오른다
차거운 봄바람이 용담정을 휘감아도
아이들이 헌화한 꽃,
그의 발밑에서 봄이 시작된다.
의자
김미애 안양예술고등학교 3-7
몽유병 걸려 휘청 이는 달을 잡아
하늘에 앉힌 신 새벽
잠들었던 시간들이 눈을 뜬다
엄마가 하늘로 올라간 날
죽어도 죽지 못한 뭍 별이 서성이고
바람이 전깃줄에 목을 맨다
달빛을 잡아 두고 싶어
피멍 번지 가로등 아래
신음하던 들고양이 신음하다
갈라진 늦겨울의 담을 넘고
허공에 걸 터 있던 기러기
깃에 붙은 이슬 털고 날아간다
툭, 투둑 발톱에 걸린 하늘
꾸역꾸역 구름이 미여져 나오고
내 얼굴 위로 빗물이 떨어진다
앉아있을 곳이 없다
의자
이가형 경주여자고등학교 2-5
우리 앞 앞집
슈퍼아줌마 남편이자
동생 친구 아빠인
동네 목수
어느 날
서늘한 바람 길에
인심을 튼튼하게 박아 넣고
결결이 손 때 흠뻑 묻힌
작품 하나 전시 했다
아내와 싸우고
씁쓸한 연기 토해내는
옆집 아저씨도
입이 매서운
윗집 아줌마도
별과 동무하며 하교하는
나도
가끔씩은
바람 옆에 앉아
생각을 걸어두고 돌아간다
노란 햇살
한 아름 피어난 날
먼저 보낸 딸 대신으로
목련 맞으로 나오신
뒷집 할머니의 입가엔
작품에 결따라 묻어 있던
목수의 따슨 손때 같은
봄 햇살이 퍼져있다
동상
김민주 서울현대고등학교 3-4
청동이 벗겨진
낡은 동상
덩그마니 들린 책 한권
그대의 울림
안으로 안으로
소용돌이치며 메아리치네
민중을 깨우치려
시대를 가르치려
앞장 서 봉기를 들었던
그대의 음성
말없는 침묵의 동상
말보다 많은 교훈으로
생을 가르치네
대학일반
<장원>
녹두꽃
박양주 경주시 충효동
교과서 속 녹두꽃은
활짝 피어보지 못한
슬픈 영혼이었다.
불혹의 나이에
용담정을 찾아 생각하니
피지도 못한 꽃이라지만,
누구도 지우지 못한
우리 안에 남아있는 마음이 살아난다.
무엇을 버리고
어떤 것을 남길 건가?
꽃 지고 향기 떠나면
잊혀지는 세상에서
오늘 내 작은 심장이
다시 뛰는 것을 느낀다
다시 녹두꽃이 진다해도
용담정에 앉아 있는
오늘의 나는
내일의 녹두꽃들을 기다린다.
<우수>
녹두꽃
박윤철 경남대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마라”
우리 땅 우리 하늘 우리 바다 아우르며
동쪽의 푸른빛들 불러 모아
초연히 산을 품고
북소리로 개벽의 날개를 펼쳐라
반만년 아라리에
넘어가는 역사의 준령에서
홀로 외롭지 않으리.
붉새로 피어나는 정신
달빛에 불을 당겨
자주국임을
외세에 일격이 된 외침
보랏빛 울음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수수만년 배달민족
서럽도록 모진 핍박 아픔을 견디고
제 살붙이로
조국강산의 잠든 생각 일깨우는
녹두야
술패랭이 박주가리
꽃망울 앞 다투어 피어나는 구미산
자락에서 은은한 향기로 차오르는
너를 보며 나는 가슴이 울었다
비바람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으리.
동쪽의 푸른 힘줄
일편단심 줄이 되어
보듬고 지켜가리
녹두꽃이 지고나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용담정
정현단 경주시 충효동
구미산 지나가는 찬 봄바람이
쉬어가는 용담정
고개 내미는 목련도 봄볕에
잠시 낮잠을 잔다.
생각이 쌓인 구미산 오르는 길
빼곡찬 나무사이 하늘을 따라온 용담정
마음 고쳐 앉는다.
뜬 눈으로 보지 못한 하늘은
용담정 우물 안에서 만나니
봄바람도 나그네도
쉬어가는 용담정 잡초에도
사람이 하늘이라는 넓은 마음이 자라고 있다.
녹두꽃
김동연 포항시 흥해읍
야윈 오솔길이 두런거린다.
족보를 태우고 상놈 손 맞잡은 그이는
녹두꽃이 피면 온다 하였다.
멸시와 착취의 씨는
하염없는 노란 기원에 우주를 깨운다.
울분의 밤은 깊고
혁명의 새벽은 밝았다.
너 나 없는 보국안민 은혜로
상것은 스스러이 허물을 벗는다.
현곡에 내린 피가
용담에 잠겼도다.
끝.
카페 게시글
경주문협 백일장
2012년도 동학문화축제 백일장 입상 작품
경주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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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0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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