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와 나주는 둘 다 공통적으로 고대 고분문화가 집적된 도시입니다. 하지만 몇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를 열거해 보겠습니다.
1. 나주는 3세기에 경주는 5세기에 대형고분문화가 시작한다.
- 나주가 훨씬 빠릅니다. 나주는 3세기에 대형옹관고분이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옹관만 대형이었으나 4세기 중반부터 분구도 대형이 됩니다. 반면에 경주는 4세기말-5세기초부터 대형고분이 나타납니다. 나주에 옹관묘를 축조한 집단이 경주에 적석목곽묘를 축조한 집단보다 한반도에 수백년 먼저 들어왔습니다. 구체적으로 시기를 지적한다면 나주는 마한이 남하할 때 들어왔고, 경주는 전연의 대군이 고구려를 침공한 직후에 들어왔습니다.
2. 나주는 여러명을 집단매장하였고 경주는 한명씩 매장하였다.
- 나주의 옹관묘는 묘 하나에 여러개의 옹관이 발견되어 여러명을 집단적으로 매장하던 형식입니다. 즉, 옹관묘는 공동묘지입니다. 반면에 경주는 묘 하나에 한 명씩 매장하던 방식입니다. 훨씬 더 보편적인 지배층의 매장형식입니다. 따라서 나주의 옹관묘는 왕의 묘로는 적합하지 못합니다. 왕이 10여명과 함께 옹관에 넣어져 같이 묻힐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옹관묘는 고대의 납골당이지 묘제가 아닙니다. 옹관묘를 쓰던 사람은 다른 지역에 가서 그 지역의 묘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3. 나주는 점차 커지나 경주는 처음부터 커져서 시작한다.
- 나주는 옹관묘인데 처음에는 작았으나 시대가 변함에 따라 점차 커집니다. 그러다 5말6초를 경계로 옹관이 석실분으로 변하며 작아지기 시작합니다. 6세기 중반이 넘으면 소규묘 석실로 변합니다. 경주는 4말5초에 거대고분이 갑자가 쾅하고 내려앉습니다. 그러다 점차 작아지며 6세기 중반이 되면 적석목곽분이 사라지고 소규모 석실로 변합니다. 이는 나주는 천천히 권력집단이 성장하였으나 경주는 한꺼번에 권력집단이 나타났다는 뜻입니다.
4. 나주는 흩어져 있고 경주는 집중되어 있다.
- 나주는 고분이 영암, 해남, 무안, 함평, 해남, 광주, 등등에 넓게 흩어져 있습니다. 반면에 경주는 대릉원을 중심으로 좁은 지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는 권력의 중앙집권정도를 의미합니다. 나주는 따로 정복자가 없어서 권력이 한 곳에 모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반면에 경주는 권력이 한 곳에 모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5. 규모는 경주가 크고 숫자로는 나주가 많다.
- 경주 황남대총이 한반도 최대의 고분입니다. 고분 하나의 규모는 경주가 나주보다 큽니다. 반면에 나주를 중심으로 한 영산강유역에는 수백기의 고분이 존재합니다. 전체 고분 숫자는 나주를 비롯한 영산강유역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는 경주는 뚜렷한 소수의 지배층이 있었으나 나주는 지배층이 다수여서 뚜렷한 지배층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6. 경주는 궁궐이 있었으나 나주는 궁궐이 없었다.
- 이게 핵심입니다. 경주는 궁궐이 있어서 왕이 거주하였습니다. 즉 경주는 국가의 수도였습니다. 반면에 나주는 궁궐이 없습니다. 또 경주는 궁궐이 있으니 이를 방어할 도성을 가졌으나 나주에는 궁궐이 없으니 이를 방어할 도성도 없습니다. 나주는 어떤 큰 국가의 핵심세력들의 배후 근거지일 뿐 국가의 수도가 아니었습니다. 옹관묘 집단의 왕은 나주에 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