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야기 : 다시 쓰는 유레카
(1부. 우주 / 9장.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의지)
92. 베텔게우스의 마지막 숨
다시 동굴의 복도이다. 방금 전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던 별이 있는 전시 부스에는 [오리온자리 알파별 베텔게우스]라는 제목이 걸려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72693C57A0608D08)
(오리온 자리 α별이 베텔게우스, β별이 리겔이 1등성 별이고, 가운데 δ,ε,σ별이 오리온의 삼태성이라 불린다. 어렸을때부터 별보기를 좋아했던 나는 오리온 삼태성의 가운데 별인 ε별을 나의 별로 찜해 두었다. 다른 분들은 넘보지 마시길...... 그 때에는 2등성별도 무리없이 보았는데 지금은 아주 맑고 쾌청한 날이나 시골에 가야 겨우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우주 안에서 태어나는 모든 것에는 삶과 죽음이 있다. 생명뿐 아니라 별도 예외가 아니다. 베텔게우스는 지금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다. 차가운 겨울 밤하늘 오리온자리 왼쪽 위 모퉁이, 마술사의 구슬처럼 붉게 빛나는 별이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다.
애드가 앨런 포의 젊은 아내, 24살의 가련한 여인 버지니아의 죽음처럼 그녀의 거친 숨소리가 지구를 헤매다 내팽개쳐진 나의 귓가에도 흐느껴 들려온다. 갈가마귀는 창녀의 거웃처럼 죽음의 유혹을 숨긴 채 창밖에서 물끄러미 마지막 숨을 토해내는 그녀를 관망한다. 거웃을 헤치면 생명으로 통하는 작은 문이 열릴 것이다. 생명이 그렇듯 별도 죽어야 다시 살 수 있다. 그녀의 나이 이제 고작 일천만년. 큰 별일수록 짧은 생애를 산다. 우리 태양은 이미 50억년을 살았고 앞으로도 50억년은 더 살 것이다. 그녀는 그 짧은 생을 뒤로하고 새로 태어나려는 갈망으로 마지막 힘을 다해 온 몸을 부풀린다. 반지름은 태양의 800배, 그녀를 만약 우리 태양계 중심에 놓는다면 그 표면은 목성 궤도를 넘어 토성에까지 미칠 것이다. 질량은 태양의 20배. 그녀는 출산을 앞둔 임산부처럼 온 힘을 다해 초신성(supernova) 폭발을 준비 중이다. 그녀의 폭발은 우리 태양의 평생인 100억년동안 방출할 에너지를 한꺼번에 방출하며 태양 10억 개 밝기로 빛나는 찬란한 최후가 될 것이다.
그녀가 초신성폭발로 최후를 불태우는 마지막 3개월간 지구 하늘에는 두 개의 태양이 뜰 것이다. 밤에도 그 위력은 식지 않아 보름달의 30배의 밝기로 밤을 낮처럼 바꿀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점술가들의 별 점과 타로의 카드 점은 최고 인기를 끌 것이고, 종교의 광신도들은 최후의 심판을 준비하라고 외치며 다닐 것이다. 그러나 그날이 혹시 오늘 시작될지도 모르지만 그때가 오더라도 정작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폭발하는 거대한 초신성을 폭발을 눈으로 확인하는 행운을 얻었을 뿐이다.
그녀와 지구와의 거리는 640광년이다. 어쩌면 그녀는 이미 폭발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죽음을 빛의 전령이 지구에 달려와 알려주기 까지는 640년이 걸린다. 640년 전이면 몇 년 전 인기 TV드라마였던 '기황후'에서 중국 원나라 혜종이 고려의 공녀 기씨(奇皇后, 1315년경 - 1369년)를 황후로 맞이하였던 시기와 비슷하다.
대략 3만일, 80여년을 살 수 있는 인간의 삶은 참으로 짧기 때문에 거대한 별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행운이 드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