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방 풀 더미에서 장모님이 호박을 딴다
길길이 날뛰던 풀들이 반란을 꿈꾸던,
풀벌레가 살며시 숨어들어 어둠을 갉아먹던,
임자 없는 둑방은 이제 누런 호박이 점령하고 있었다
밭 한뙈기 없어
장모님은 둑방을 슬쩍 제 것으로 만들었다
물 안주고 똥 안줘도 공짜로 잘 크는 호박들,
원래는 혼자 일어설 수 없는 팔자였기에
낮은 포복을 하듯 꾸역꾸역 넝쿨을 깔았다
집에서 둑방까지의 거리만큼 꾸불꾸불 넝쿨을 뻗어
헤 벌어진 꽃과 꽃사이에
대갈통만한 호박 몇 덩이 매달았다
호박이 몸 가볍게 따뱅이 방석처럼 받쳐주었더니
놀고먹고 하는 일 없어 슬슬 배만 불러갔다
찬바람 불자 늘어진 배에서는 벌써 꼭지가 노랬다
꼭지를 따서 탯줄을 끊어내는 장모님,
바닥에 놓아둔 호박들이
이리 흔들 저리 흔들 마구 게으름을 피웠다
호박의 껍질에선 오랫동안 쓸고 만진
장모님의 묵은 손때가 잔뜩 묻어있었다
첫댓글 장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사는 모습이 그려지는군~
잠시 둑방을 거닐며 대갈통만한 호박들 잘 감상하고 가네~ 고마워~~~^^*
그렇지 ...이제 슬슬 수확할때가 돼가지?
이른 아침에 호박 詩 잘보고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