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머물던 장마 구름이 남녘 지방으로 올라오던 6월 말
통영 연화도로 한사영 사진가들이 출발합니다.
연화도는 통영항에서 1시간 뱃길입니다.
서울에서는 당일 여행이 어려워서
전날 밤에 출발하는 무박 여행으로 진행합니다.
밤새 내려가는 사진가들의 시간에 맞추어
제주의 장마 구름도 남해를 거슬러 올라와서 통영 하늘에 머뭅니다.
우리가 도착하니 반갑다고 빗물을 살짝 뿌립니다.
일정에 맞추어 통영항 주변 식당에서 아침을 합니다.
새벽 5시 40분입니다.
이렇듯 이른 시각에 항구의 하루는 시작합니다.
바다 안개 자욱한 통영항을 연락선이 빠져나갑니다.
안갯속 주변 섬들이 보일 듯 곧장 사라집니다.
일행 중 한 분이 말합니다.
“비속에 바다 여행이 참 좋다.”
연화도에 도착하니 빗줄기가 굵어지다 멈추고
바다와 섬 사이 안개가 오르내립니다.
승합차 한 대 겨우 다닐 수 있는 섬길 양쪽으로
형형색색 수국이 끝 간 데 없이 이어지면서 낯선 여행자를 환영합니다.
지난주 다녀온 ‘쑥섬수국’이 그러하듯
‘연화도수국’이라는 말도 허언이 아님을 확인합니다.
초여름 연화도는 수국 나라입니다.
맑으면 맑은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여행의 참맛을 연화도와 그 섬의 수국이 음미해 줍니다.
연화도는 트레킹 동호회에서도 많이 찾는 섬입니다.
서너 시간이면 섬 전체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사진을 하는 사람은 트레킹과 달라서 차량으로 이동하며 찰영합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후딱 지나갑니다.
자몽 작 '연화사'
점심메뉴는 해초비빔밥입니다
산채가 아니라 해초입니다.
고추장을 넣지 말고 비벼 먹으라고 식당 주인이 권합니다
고추장에 비비는 산채와는 확연히 다른 해조비밈밥입니다.
식사 후 비 내리는 선착장에서 돌아갈 배를 기디라는데
트레킹온 일행이 스피커 폰으로 음막을 켭니다.
빗소리 장단에 맞추어 트로트가 울려 퍼지니
너나 없이 따라 부르며 춤을 춥니다.
거센 비바람 속에 진풍경입니다.
미소지며 바라보다
열아홉 섬처녀가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선생님~
이 대목에 이르니 코등이 시리며 눈물이 찔끔 납니다.
열아홉에 카메라 구해 갓 스물에 시작한 사진예술.
오십년 세월이 덧없습니다.
그시절 젊은 혈기는 비바람에 날아가고
흰 머리 늙은 거사가 흐린 눈을 멍하니 비구름에 얹습니다.
영비 작 "꽃이 용을 품다"
통영으로 나오는 뱃길엔 장맛비가 쉼 없이 바다를 때립니다. .
부득이 이순신 장군 공원의 수국은 건너뛰고 곧장 올라가는 것으로 결정합니다.
한사영은 사진 돟호회라 어디를 가든 좋은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럼에도 6월의 연화도는 사진 아니어도 가볼 만한 섬입니다.
‘내년에 다시 오리라’
작디작은 바람을 찌푸린 하늘에 띄우면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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