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충동(汗牛充棟)
소가 땀을 흘리고 천장까지 가득 차다, 책이 많다.
이 성어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한글로만 보고 한우가 충동을 일으켰다고
잘못 알 수 있겠지만 소는 소라도 땀 흘리는 소이고,
충동은 방 안 가득히 충분히 찼다는 뜻이다.
책이 많다는 이야기다.
책을 수레에 실어 옮기게 하면 소가 땀을 흘릴 정도(汗牛) 이고 집에 쌓으면
대들보를 고정시키는 마룻대까지 가득 차는 정도(充棟)이니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오늘날에야 웬만한 집의 서가가 천장에 닿고 도서관마다 책이 가득하다.
그렇더라도 책이 귀하던 唐(당)나라 때의 비유이고 그것도 한 책의 주석서만 말한 것이니
참으로 많은 책이라 아니 할 수 없다.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당의 문장가 柳宗元(유종원, 773~819) 이 당대의 학자
陸贄(육지, 贄는 폐백 지)를 추모하는 글에서 나왔다.
육지는 재주가 남달라 오랫동안 春秋 (춘추) 를 연구하고 강학하여 ‘春秋集注(춘추집주)’ 등의
저작을 남겼다.
또 민정을 몸소 살폈고, 성품이 강직하여 황제에게 직언을 잘했는데 자는 敬輿 (경여)이지만
유종원이 학자적 공적을 숭앙하여 文通先生(문통선생)으로 불렀다.
육지가 죽은 뒤 그의 무덤을 찾아가 기록한 글이 ‘陸文通先生墓表 (육문통선생묘표)’이고
그 첫머리에 이 성어가 실렸다.
孔子(공자)의 춘추가 나온 지 1500년이 지나 춘추전을 지은 사람이 다섯 있는데 그 중 셋을 쓰고,
온갖 주석을 쓴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고 하면서 ‘그들이 지은 책들을 집에 두면 집이 가득 차고
밖으로 실어내려면 소와 말들이 땀을 흘릴 정도였다
(其爲書 處則充棟宇 出則汗牛馬/ 기위서 처즉충동우출즉한우마)’고 했다.
이 말을 줄여 汗牛充棟이 됐다.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