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교육의 필요성
서강대 미디어&엔터테인먼트전공 1학년 여경민
2020년 11월 30일 한국철학사 과제물
2015년에 개정된 교육과정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에서 생명윤리, 환경윤리를 배울 때 한국의 고유한 사상은 거의 없었다. 동양사상은 대부분 중국의 것이었고 그마저도 서양사상 분량의 반도 안 되었다. 암기, 수능 위주의 한국교육 특성상 서구화된 교육에 대해 고등학생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서구화된 교육의 영향으로 학생들은 서구중심적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었으며 자신들의 사고방식이 서구중심적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도덕교육에서 한국사상을 적극적으로 가르쳐 학생들에게 균형잡힌 시각을 갖게 하고 우리의 사상에 대해 더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한국사상 중에서 동학의 생명사상을 주로 다루어 보고자 한다.
기존의 『생활과 윤리』 교육과정에서 생명윤리는 "인간중심주의, 동물중심주의, 생명중심주의, 생태중심주의"의 네가지로 나뉜다. 생명중심주의는 슈바이처와 테일러의 이론으로 나뉘고, 생태중심주의는 레오폴드가 주장한 '대지윤리'와 '심층생태주의'로 나뉜다. 우선. 생명중심주의를 살펴보자. 슈바이처는 모든 생명은 살고자 하는 의지를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그 자체로 신성하다는 ‘생명의 동등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생명의 자기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다른 생명을 해쳐야 할 경우가 발생하는데 여기서 ‘생명의 차등성’이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테일러는 모든 생물이 그 자신의 선을 지닌 목적론적 삶의 중심이라고 주장하지만 생태계에 대한 책임까지 나아가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닌다. 생태중심주의는 생태계 보호를 주장하지만 생태계에 치중한 나머지 개별 생명체의 이익을 등한시 한다는 한계점이 있다(『2020 수능특강』참조).
동학은 이러한 서구적 생명윤리 및 환경윤리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학문이다. 동학의 제2대 교주인 최시형은 서구적 세계관과는 정반대의 인물관을 제시한다. 그는 만물이 불안에 떨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편안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지금 식으로 말하면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로 지구와 만물이 불안에 떨고 있으니까 인간도 함께 불안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에게는 이러한 불안을 달래줘야 하는 ‘안물(安物)’이라는 도덕적 책임이 요구되는데, 그것을 최시형은 ‘경물(敬物)’ 개념으로 제시하였다. ‘경물’이란 “인간 이외의 만물을 공경하라”는 의미로, 최시형은 경인(敬人)을 넘어서 경물(敬物)의 단계에 이르러야 비로소 도덕이 완성된다고 보았다.
경물사상은 이후에 천도교에서 세 가지 사상으로 나누어진다. 이돈화의 『신인철학』(1931)에 의하면, 첫 번째인 자연의 혜택은 자연을 공경하라는 것이다. 자연은 사람의 본원이므로 사람에게 양부모와 같다. 자연을 공경하는 것은 인간성을 기르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동물학대 폐지이다. 천도교에서는 육식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보지만 동물을 학대하는 것은 인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본다. 이 점에서 자연 공경과도 상통한다. 세 번째로는 경제적인 이유에서 초목을 함부로 상하게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1]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동학의 생명관은 서구의 생명중심주의나 생태중심주의와는 다르게, 각각의 생명체와 생태계를 모두 존중하는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 교육에서 적극적으로 동학을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 조성환, 「(도덕으로 읽는 한국사상사2) 동학에서의 도덕의 확장」, 『문학‧사학‧철학』 61집, 2020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