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애가 2022 월드컵 거리 응원하고 싶다고 ㅋㅋ 엊그제 우루과이전 응원은 우리집에서 했는데 그 때 서울 광화문 광장 붉은악마 응원하는거 텔레비전에서 보고 자기도 길거리 응원 꼭 체험해보고 싶다고 졸랐어요. 그래서 28일 열리는 가나전은 기차타고 서울까지 올라가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고심 고심 ㅜㅜ 근데 문제는 다음날 화요일 아이 학교를 보내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하지 걱정하다가 혹시 대전은 길거리 응원 않하나 싶어서 찾아보니 충남대 체육관에서 응원전이 있다는걸 봤어요. 이미 우루과이전을 거기서 했더라구요. 그래서 아까 충남대에서 언니 오빠들이 하니까 거기로 가자고 아이하고 얘기했어요. 아이가 정말 기뻐하더라구요. 근데 이게 밤늦은 시간이라 미리 응원전 하는 장소 근처에 주차장이 가까운지 찾아 보려고 충남대 홈페이지 들어가서 응원전 관련 공지사항 찾아보다가 깜짝 놀라서 글 올려요.
이게 총학생회 쪽에서 찾은건데 미리 신청자를 받아서 하는 그런건가 생각을 했어요.
뭐 이게 안전 관련해서 그런건가보다 하는 생각이 언뜻 들기는 했는데 아래 쪽에 있는 공지 보고 정말 놀랐어요.
학우분들과의 백열네번째 이음새
학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충남대학교 제53대 이음 총학생회입니다.
카타르 월드컵 단체관람의 신청자 확정을 안내해드립니다!
- 명단 확인 방법 : 엑셀 파일 참고
- 유의사항
1. 당일 신분증 혹은 학생증 확인 및 명단과 대조 후 입장 가능합니다.
2. 현장에서 취식 가능하나 퇴장 시 깔끔하게 정리 부탁드립니다.
3. 양도는 절대 불가능하오니 반드시 신청자 본인께서 오시기 바랍니다.
참가비 변동사항은 카드뉴스를 확인해주기 바랍니다.
또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니 자세한 사항은 카드뉴스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라며, 궁금한 점은 DM이나 카카오 플러스 친구를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작일(11.22) 이음 총학생회와 경찰서 간 협의를
통해 2022 카타르 월드컵 단체응원 인원을 600명에서 400명으로의 감축을 결정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현재 확정 명단은 약 400명으로 공지된 바 있습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또한, 과도한 음주가 아니면 허용하려고 했으나 금일 경찰서, 학생과와 협의 후 음주 자체를 금하도록 권고받았습니다. 이에 실내 체육관 내 음주는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혼란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음주 취소로 인해 당일 관람을 비희망하시는 학우분들께는 추후 문자 메시지를 통해 본인 명의 계좌로 환불해드릴 예정입니다.
또한, 참가비를 입금하셨으나 당일 미참석하시는 분들께도 추후 문자 메시지를 통해 본인 명의 계좌로 환불해드릴 예정입니다.
*참석하시는 분들께는 현장 반환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이게 응원전이 아니고 단체 관람이라는 것이고
심지어 참가비도 있다고 하네요. ㅡ_ㅡ 근데 참가비는 학교 측의 지원으로 무료 전환되었다고 하네요.
근데 정작 제일 큰 문제는 월드컵 거리 응원이 아니고 단체 관람이라는 점이네요. 즉 신청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고, 그리고 신분증 또는 학생증을 검사한다는 것인데 이건 재학생이 아니면 사실상 참여를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돼요. 물론 총학생회가 주관하여 대학교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니 무슨 안전 대책 때문에 그런가 싶기도 한데 내용을 보면 그런거 같지도 않아요. 어쩌다 대학교가 이 지경까지 갔는지 참 놀랍기만 하네요.
첫째 월드컵 거리 응원은 전국민의 자산이예요.
월드컵 길거리 응원은 2002년부터 시작되었고 전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모든 국민이 자유롭고 안전하고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축제입니다. 그런데 충남대는 이걸 단체 관람이라는 형식으로 바꾸고 (물론 텍스트 공지에서는 단체 응원이라는 단어가 한번 등장함) 처음에 유료관람으로 심지어 인원수까지 제한해 신청을 받았네요? 제가 알기로는 충남대학교는 사립대가 아닌 국립대로 대전 시민들과 국민 전체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22 현재 충남대 이진숙 총장이 어떻게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총학생회라는 학생자치기구가 이런 식으로 월드컵을 대하는 것은 몹시 유감스럽네요. 만약 충남대 측에서 이건 영화관처럼 사전에 티켓을 신청 예매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축구장 경기 단체 관람처럼 입장권이 있는 사람만 입장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지난 20년 동안 모든 국민들이 그리고 대전 시민들이 유성 월드컵 경기장, 서대전 시민공원, 으능정이 문화의거리 등에서 아무런 댓가없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신명나게 응원하던 그 길거리 응원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네요.
둘째 외부적인 간섭들이 너무 많은거 같아요.
이건 제가 할말은 아닌거 같지만 딱해서 드리는 말씀이예요. 무슨 그런 외부 간섭들이 많은지요. 처음에 단체 관람 인원을 600명 정도로 정했는데 11월 22일 경찰서와 협의해서 인원을 400명으로 줄였다고 하셨어요. 경찰이 그렇게 주장한 이유와 기준이 뭘까요? 그리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단체 관람하는데 왜 경찰서랑 협의를 한다는건지 그거 자체가 이해 되지 않네요. 학외 행사라면 예를 들어 충남대가 학내가 아닌 대전 월드컵 경기장을 빌려 단체관람을 한다면 그 때는 안전 문제 때문이라도 경찰 및 소방과 협의를 할수도 있다고 봐요.
그리고 대학본부 학생과에서 음주 자체를 금하도록 권고했다고 하는대요. 맥락으로 볼 때 자제를 권고하는게 아니고 금지라는 단어를 썼다면 거의 통보 수준인데 충남대 학생과 측은 생각없는 사람들이 있는 곳인가요? 지금 검색해 보니 스포츠 과학과 윤대현 교수가 학생처장이고 의학과 최철희 교수, 기계 재료 공학교육과 이창훈 교수가 부처장을 맡고 있고 김창주가 학생과장(강장미 팀장 송민화 임동묵 윤민석 석경영)인데 이 분들 중에서 누가 저렇게 내용과 형식이 적절하지 않은 권고를 했다는걸까요? 공식적인 학교 부서인 학생과의 언행을 보니 충남대학교가 언제부터 이렇게 수준이 낮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안타깝고 속이 상하네요.
저는 충남대 졸업생입니다.
그래도 나름 모교라고 생각하고 내심 뿌듯하게 충남대를 생각해 왔는데 오늘 실망이 너무 크네요.
그리고 28일 가나전에서 충남대 응원전은 못갈거 같다고 얘기해 줘야 하는데 그거 듣고 아이가 얼마나 슬퍼하게 될지 짐작이 되지 않네요. 그리고 그 이유를 물어 보면 저는 뭐라고 대답해 줘야 하죠? 거기는 사실은 응원전이 아니고 단체 관람이어서 그렇단다라고 해야 할까요. 월드컵 응원전인데 신청을 해야만 된단다 이렇게 얘기해 줘야 하나요. 월드컵 응원전인데 경찰이 인원을 줄이면 못할수도 있단다라고 얘기해야 하나요. 그리고 학생증 검사를 한다고 하니 우리는 갈 수 없단다라고 초등학교 5학년 아이한테 얘기해야 할까요? 제가 충남대 체육관에 못가서 이런 얘기를 하는게 아니예요. 저 공지사항을 보고 처음에 놀란건 뭐 그럴 수 있는거지로 끝내면 그만이예요. 그런데 저 공지에서 드러난 각자의 입장과 태도, 그리고 관계와 맥락들을 살펴보면 2022년 현재 충남대학교의 상황 또는 수준을 짐작할 수 있어요. 그리고 특히 대학생들을 대하는 교수 또는 교육 및 경찰 공무원들의 태도를 짐작할 수 있고요. 이게 제가 실망한 이유예요.
제가 왜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 때문에 이러고 있는지 갑자기 저 스스로가 불쌍하고 안쓰럽네요.
첫댓글 안타까운 일이네요.
예전 정심화 회관 명칭 사건도 그렇고...
충남대는 1980년대만해도 지역사회에서 상당히 평판이 좋은 대학이었는데
그 뒤로는 그저 그런 대학인거 같아요. 겉으로는 규모가 상당히 커지기는 했는데 안으로는 글쎄요...
국립대라는 타이틀 외에 충남대가 연구 분야에서 지역사회 공헌 분야에서 뭘 잘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네요.
요즘 대학들은 너도나도 취업에 올인하는거 같아요.
지역 사회에서 대학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 시대를 사는거 같아 아쉽지만 현실인거 같아요
ㅋㅋ
이태원 참사 때는 경찰이 군중을 방치하더니
월드컵 응원 때는 경찰이 인원수까지 통제하려는 걸까요?
일관성이 참 없네요.
정말 안전이 중요해서 저런 조치를 한거라면 어느정도 이해는 하겠지만 왠지 씁쓸한 느낌이 드는건 저만 그런건가요?
충남대 학생들보다는 충남대 쪽과 경찰들이 잘못하는거 같아요. 학생들이 경찰 쪽에 협조 요청을 했는지 어땠는지 확인되지는 않지만 만약 그 쪽에서 먼저 나섰다면 괜한 오지랖인거죠. 세상이 어느 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