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이 많은 관상인데 조상의 액이 보이네요.” 시내를 나가면 가끔 이런 말을 하며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이야기로 주위의 친구들과 말을 해보면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자주 만나다는 게 분명한 것 같다. 가족들은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내가 만만하고 어리석어 보여서라며 웃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반론을 제기했다.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의 대부분이 똑 떨어지는 인상에 말 붙이가 힘들다는 평가를 한다고. 그런데 친해지고 보면 첫인상과는 전혀 다르다는 말을 한다며 억울해했다.
작년연말, 7년 만에 초등학교 동창회를 갔다. 부산에 사는 친한 친구가 서로 바빠서 자주 못 만나니 겸사겸사 동창회에 꼭 나오라는 전갈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서 C를 만났다. C는 같은 동네에 살아서 추억이 많은 친구였다. 그날 우리는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아주 즐거웠다.
C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며칠 후였다. 점심이나 먹자는 이야기였다. 시간도 되고 해서 같이 점심을 먹으며 C가 누르뎅뎅 보험설계사라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지난이야기를 쭉 들려주며 나에 대해서도 몇 가지 질문을 하곤 했다. 그리고는 연말이라 마감이 급하다면 보험 이야기를 했다. 이미 들어가는 보험도 있고 더 넣을 여유가 없다는 말을 하며 곤란해 했다.
그러자 C는 적금을 부탁했다. 보험회사 적금은 최소한 12년이 되어야만 원금과 약간의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운이 없으면 주가에 따라 손해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며칠을 생각하다가 어린 시절 친구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적금을 들어주었다. 마지막 사인을 하자 친구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악수 한 번 하자, 미경아, 내가 동창회 나온 지 4년이 되었다. 처음엔 출세한 남자 애들부터 접근했는데 그런 아들일수록 얼마나 빤질한지 모르제. 니가 첫 번째 고객이다.
헐~~
첫댓글 미경선배 순수하게 보여요. 소금인형 적절한 비유?일까. 순수를 잃지않고 살아간다는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인지 모르세요. 나는 일부러 철들고 빤질되는 어른이 되고 싶지않아요.순수한 동심을 유지한다는것은 세상사에 덜 시달린 때문일 것입니다. 미경선배는 남편을 잘 만난것 같아요. 부러워요.
소금인형은 초등학교 카페의 닉네임임니다. 순수한 인간관계가 고객으로 등가되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어요.
며칠동안이나 우울했다는.
김정순 선배님, 미국생활이 좋아보입니다. 먼 곳에서도 이렇게 마음을 나눌 수 있어 지구는 둥글고 세상은 살 만 합니다. ^^
선배님의 씁쓸한 그 기분을 이해할 거 같아요.,,
얼굴은 하나도 안 닮았는데 내캉 닮았다는 생각이 들까? 나도 덩달아 씁쓸, 쓸쓸해지네. 그래도 새해인데 힘 내야지. 아자 아자 화이팅!! - 강여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