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크게 문제되는 것이 확실히 예견되는 악재가 아니다. 그것보다 더 어려운 상황은 불확실성이다.
몇몇 사례들을 되돌아볼 때, 몇몇 사건이 가져올 경제의 불확실성은 나중에 일어나는 최악의 상황보다 더 우울하게 사람들을 억눌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가들이 너무도 암울한 나머지 어떤 중요한 계획을 세우고 앞으로 나가기가 두려울 정도의 판결이었던 1904년의 대법원 결정이 이런 사례가 될 수 있다(반독점법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 - 역주). 하지만 이 결정에 대해 소위 큰손들은 대법원 결정이 어느 쪽으로 나든 충분히 어렵지 않게 대응할 수 있었다. 즉 그들은 결정이 나자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을 어렵게 만든 것은 바로 불확실성이었다. 따라서 대법원 결정과 상관없이 그 자체만으로 실질적으로 이미 앞서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그런데 1911년에 있었던 스탠더드 오일이나 아메리칸 타바코에 대한 대법원의 결정은 이것과 달랐다. 대법원 결장이 나오자 시장은 일시적으로 활기를 띠었다. 불확실성이 제거되었다는 사실이 굉장히 긍정적으로 작용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곧 충격적인 주가 하락이 시작되었다. 왜냐하면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그 기업 정확히 어떤 기업인지 알 수 없었기에 불확실성은 증폭되었다.
주가 하락은 정부가 US스틸을 법정에 세울 것이라는 발표가 나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당시 경제계에서 이후 유례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 이 엄청난 폭풍이 지나자 주가는 곧 오르기 시작했다. US스틸을 속죄양으로 삼아 주식 시장은 불확실성에서 벗어났던 것이다.
보다 일상적으로는, 어떤 사건의 추이가 불확실할 때 시장은 여러 가지 가능설들을 매우 정밀하게 계산한다. 그리고 모든 주식 중개인들은 자가만의 의견을 가지고 있고, 각자의 의견에 확신을 가지고 있으면 이들의 의견은 강력하다. 하지만 도무지 떨쳐 버릴 수 없는 의문들이 여전하다면, 이 의견은 유보적이다. 반대되는 의견들이 서로를 설득하지 못한 상태로 대치할 때 주가가 움직이지 않거나, 혹은 좁은 범위 안에서 빠르게 널을 뛰거나, 혹은 매입이나 매수 중 어느 한 쪽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무게를 실음으로 해서 상승하거나 하락한다.
물론 이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매입자나 매도자의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거래총액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고급 정보를 확보한 소수의 큰손들이 이들과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는 수천 명의 개이들보다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런 현상은 앞 장章에서도 설명했듯이 빈번히 나타난다.
개별 투자자의 투자 행위도 일반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개별 투자자가 어떤 종목의 주가가 낮으며 모든 조건들을 고려할 때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믿는다면, 가능한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 주식을 사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판단이 맞아떨어져서 주가가 상당한 정도로 오른 뒤 주가를 아래로 끌어당길지도 모르는 요인들이 발생했다고 판단하면, 비록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들인 주식을 팔아서 위험 부담을 줄이며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현명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주가가 ‘충분히 올랐다’고 느끼면 부담 없이 주식을 판다.
그런데 주가가 떨어지지는 않지만 어떤 위험 요인이 나타났다고 생각하면, 장차 닥칠 그 어떤 재앙에 대비하여 주식을 모두 팔아버린다. 그리고 만일 어떤 투기적인 힘이 현재 주가를 계속 밀어 올리는데 조만간 그 힘이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하면 주식을 매도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러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의견을 변용한 것이다. 어떤 거래자가 주식을 처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는 상황도, 다른 거래자는 주가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혹은 오히려 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 경우 이 거래자는 자신의 투자 전략을 고수하며 (다시 말해, 투자 포지션을 계속 유지하며) 나아가 더 많은 주식을 사들일 수도 있다. 전 세계의 다양한 생각과 개성 그리고 정보 등이 뒤섞인 가운데 투자 환경을 일러 주는 진정한 지수라고 할 수 있는 평균적인 주가 수준이 형성된다.
<주식 투자의 심리학> --- 조지 C. 셀든 지음 I 이경식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