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德經 王弼本 11. 三十輻共一穀(서른 개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으로 모이는데)

11. 三十輻共一穀(서른 개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으로 모이는데)

三十輻共一穀, 當其無, 有車之用,

埏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

鑿戶牖以爲室, 當其無, 有室之用,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

<reading>

三十輻共一穀/, 當其無/, 有車之用,

埏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

鑿戶牖/以爲室/, 當其無/, 有室之用,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

帛書校勘版 第五十五章 玄中（11）

卅輻同一轂 當其无 有車之用也

埴而爲器 當其无 有埴器之用也

鑿戶牖 當其无 有室之用也

故有之以爲利 无之以爲用

B:卅輻同一轂，當其無，有車之用也；挻殖器，當其無，有殖器之用也；鑿戶牖，當其無，有室之用也。故有之以為利，無之以為用。

殖（埴）.

M:卅□□□□□其無□□之用□然埴為器當其無有埴器□□□□□□當其無有□之用也故有之以為利無之以為用

m:卅楅同一轂當亓無有車之用也然埴而為器當亓無有埴器之用也戶牖當亓無有室之用也故有之以為利無之以為用∠

G: * * *

W:三十幅共一轂，當其無，有車之用。埏埴以為器，當其無，有器之用。鑿戶牖以為室，當其無，有室之用。故有之以為利，無之以為用。

H:三十輻共一轂，當其無，有車之用。埏埴以為器，當其無，有器之用。鑿戶牖以為室，當其無有室之用。故有之以為利，無之以為用。

F:三十輻共一轂。當其無，有車之用。埏埴以爲器，當其無，有器之用。鑿戸牅以爲室，當其無，有室之用。故有之以爲利，無之以爲用。

B : 北大 竹簡本 ~ -150, ~ -100 / 2009년 北京大 기증

M ; 馬王堆 帛書本 甲 (楚簡) < -206 / 1973년 발견, BC 168년 4월 4일 묘

m : 馬王堆 帛書本 乙 (楚簡)< -179 / 1973년 발견, BC 168년 4월 4일 묘

G : 郭店 竹簡本(楚簡)~ -300(BC4세기중반~BC 3세기초반) / 1993년 발견, 1998년 공개, BC 278년 이전 묘, 1,666

W : 王弼本 (226–249) < +250 / 위진 남북조(삼국시대), 현행본은 12세기 판본

H : 河上公本 > +100

F : 傅奕本 (554−639) +574 / < -202 / 당

--------------

三十輻共一轂(삼십폭공일곡) : 서른 개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으로 모이는데

當其無(당기무) : 그 안이 비어 있으므로

有車之用(유차지용) : 수레의 쓸모(用)가 있다.

• 輻 바퀴살 복, 바퀴살 부【俗】폭, 바퀴살 폭, 몰려들 부 1. 바퀴살 2. 모여들다 3. 바퀴통에서 바퀴를 향하여 방사선 모양으로 뻗은 나무 4. 바퀴살이 바퀴통으로 모여들듯이 많은 것이 한 곳으로 모임 5. 한 끝은 바퀴통에 박히고, 다른 한 끝은 아위(牙圍)에 박힘
• 共 함께 공, 공손할 공, 맞을 공, 한가지 공 1. 함께 2. 공손하다 3. 맞다 4. 모두 5. 맞아들임
• 轂 바퀴통 곡 1. 바퀴통 2. 수레 3. 밀다 4. 모으다 5. 바퀴의 한가운데에 있으며 바퀴살로 버팀
• 當 마땅할 당, 주관할 당, 마땅 당 1. 마땅하다 2. 주관하다 3. 의당 …여야 함 4. 대적(對敵)하다 5. 가슴에 대는 갑옷
• 其 그 기, 어조사 기 1. 그 2. 어조사 3. 사람이나 사물을 지시하는 대명사 4. 어세(語勢)를 고르는 조사로, 뜻은 없음 5. 감탄·강조의 조사
• 之 갈지 1. 가다 2. 변하여 가다 3. 이용하다 4. 끼치다 5. 걸어가다

埏埴以爲器(연식이위기) : 찰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데

當其無(당기무) : 그 안이 비어 있으므로

有器之用(유기지용) : 그릇의 쓸모(用)가 있다.

• 埏 땅끝 연, 이길 선, 땅 가장자리 연 1. 땅끝 2. 이기다 3. 흙을 이김 4. 무덤으로 통하는 길
• 埴 찰흙 식, 찰흙 치 / 埴土 식토 점토가 절반 이상 포함되어 있는 흙
• 以 써 이 1. 하다 2. 거느리다 3. 닮다 4. 생각하다 5. 됨

鑿戶牖以爲室(착호유이위실) :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드는데

當其無(당기무) : 그 안이 비어 있으므로

有室之用(유실지용) : 방의 쓸모(用)가 있다.

• 鑿 뚫을 착, 쌀 쓿을 착, 새길 족, 구멍 조, 새길 촉 1. 뚫다 2. 쌀을 쓿다 3. 새기다 4. 구멍 5. 팜
• 戶 지게 호, 집 호 1. 지게 2. 출입구 3. 집 4. 구멍 5. 사람
• 牖 바라지 유, 들창 유 1. 바라지 2. 햇빛을 받기 위하여 벽에 낸 자그마한 창

故有之以爲利(고유지이위리) : 고로 유(有)가 이로움(利)을 낳는 것은

無之以爲用(무지이위용) : 무(無)가 쓸모(用)를 낳기때문이리라.

--------------------

서른 개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으로 모이는데,

그 안이 비어 있으므로

수레의 쓸모(用)가 있다.

찰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데,

그 안이 비어 있으므로

그릇의 쓸모(用)가 있다.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드는데,

그 안이 비어 있으므로

방의 쓸모(用)가 있다.

고로 유(有)가 이로움(利)을 낳는 것은 무(無)가 쓸모(用)를 낳기때문이리라.

--------------------

<오 강남 역>

혼백을 하나로 감싸안고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할 수 있겠습니까?

기기에 전심하여 더없이 부드러워지므로

갓난아이 같은상태를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마음의 거울을 깨끗이 닦아

티가 없게 할 수 있겠습니까?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다스림에

'무지'를 실천할 수 있겠습니까?

하늘 문을 열고 닫음에

여인과 같을 수 있겠습니까?

밝은 깨달음 사방으로 비춰 나가

무위無爲의 경지를 이룰 수 있겠습니까?

낳고 기르십시오.

낳았으되 가지려 하지 마십시오.

모든 것 이루나 거기 기대려 하지 마십시오.

지도자가 되어도 지배하려 하지 마십시오.

이를 얼컬어 그윽한 덕玄德이라 합니다.​

<노바당 역>

서른 개 바퀴살이 한 군데로 모여 바퀴통을 만드는데

그 가운데 아무것도 없음 때문에

수레의 쓸모가 생겨납니다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데

그 가운데 아무것도 없음 때문에

그릇의 쓸모가 생겨납니다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드는데

그 가운데 아무것도 없음 때문에

방의 쓸모가 생겨납니다

그러므로 있음은 이로움을 위한 것이지만

없음은 쓸모가 생겨나게 하는 것이다

<임채우 역>

11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하나로 모여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으로 모여 있으되,

그 중심에 빈 구멍이 있음으로써

수레로 쓰여진다.

찰흙을 이겨 그릇을 만듦에

그 가운데에 빈 곳이 있음으로써

그릇으로 이용되며,

창문을 내어 집을 짓는데

그 속에 빈 공간이 있음으로써 집으로 사용된다.

그러므로 유(有)는 무(無)를 이용해야

이롭게 쓰인다. 

<James Legge 역>  

The thirty spokes unite in the one nave; but it is on the empty space (for the axle), that the use of the wheel depends. Clay is fashioned into vessels; but it is on their empty hollowness, that their use depends. The door and windows are cut out (from the walls) to form an apartment; but it is on the empty space (within), that its use depends. Therefore, what has a (positive) existence serves for profitable adaptation, and what has not that for (actual) usefulness.

<Lin Darek 역>

Thirty spokes join in one hub

In its emptiness, there is the function of a vehicle

Mix clay to create a container

In its emptiness, there is the function of a container

Cut open doors and windows to create a room

In its emptiness, there is the function of a room

Therefore, that which exists is used to create benefit

That which is empty is used to create functionality

<장 도연 역>

제11장 有와 無의 이치를 깨우쳐 주고 있다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한 바퀴통에 꽂혀 있으나

그 바퀴통에 빈공간이 있어야 수레의 쓰임이 있다.

진흙을 빚어서 그릇을 만들지만

그릇 안이 비어 있어야 그릇으로서 쓰임이 있다.

문과 창을 내어 방을 짓지만

방의 내부가 비어 있어야 방으로서 쓸모가 있다.

그러므로 有의 이로움은

無로써 그 작용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왕필 노자주 / 임채우 역>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으로 모여 있으니, 그 중심에 무(無)가 있으므로 수레로서의 쓰임이 있다.

三十輻共一轂, 當其無, 有車之用.

바퀴통이 서른 개의 바퀴살을 거느릴 수 있는 까닭은 비었기(無) 때문이다. 무(無)로써 사물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적음으로써 많음을 통괄할 수 있다.

觳所以能統三十輻者, 無也. 以其無能受物之故, 故能以[寡]統衆也.

<주석>

이과통중(以寡統衆) 혹은 이간어번(以簡御繁)의 사상은 왕필의 『주역약례』(周易略例) 「명단」(明彖)편에 잘 나타나 있다. 졸역 『주역 왕필주』, 619~622쪽 참조.

찰흙을 이겨 그릇을 만듦에 그 무(無)가 있으므로 그릇으로서의 쓰임이 있다. 창문을 뚫어 집을 만듦에 그 무(無)가 있으므로 집으로서의 쓰임이 있다. 그러므로 유(有)가 이로운 것은 무(無)가 용(用)이 되기(즉 쓰이기) 때문이다.

埏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 鑿戶牖以爲室, 當其無, 有室之用.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

나무와 찰흙, 벽의 세 가지가 된 까닭은 이들이 모두 무(無)로 쓰임을 삼기 때문이다. 무란 유(有)가 이롭게 되는 소이(즉 까닭, 근거)이니, 모두 무에 의지해서 쓰인다는 말이다.

木埴壁所以成三者, 而皆以無爲用也. 言無者, 有之所以爲利, 皆賴無以爲用也.

<Stefan Stenudd 역>

Thirty spokes are joined in the wheel’s hub.

The hole in the middle makes it useful.

Mold clay into a bowl.

The empty space makes it useful.

Cut out doors and windows for the house.

The holes make it useful.

Therefore, the value comes from what is there,

But the use comes from what is not there.

The Necessity of Emptiness

This chapter, with its focus on the essential role of emptiness, could just as well be a Zen saying. Surely, Lao Tzu made this observation with a smile on his face. The paradox of emptiness making so many things useful is amusing.

In Zen, emptiness is taken much more seriously. If there is a purpose to be pointed out in Zen meditation, it’s to strip oneself of any unnecessary thought to reach the state of an empty mind. This mental emptiness is regarded as the foremost clarity, a wisdom liberated from knowledge. It’s not far from the ideal of the Tao Te Ching .

Lao Tzu returns to the subject from several different angles. He propagates the superiority of doing nothing, of keeping people ignorant, of presupposing nothing, and so on. This brings his ideas close to those of Zen. But he has other reasons. To him, this is the conclusion one reaches from studying the order and workings of the universe.

Emptiness is not something by which the human mind advances, but finds its roots. When we realize the significance of emptiness in nature, we return to it and become again in harmony with it. Because nature operates by emptiness, so should mankind.

When Lao Tzu states that the value comes from what is there, but the use from what is not, he strongly advocates the latter. The value of what is visible and palpable is an illusion. It has no use without that which is absent. What is of no use has no value.

Bringing Order to Chaos

The use, the function, is closer to Tao, because Tao is present through how it works and how it makes the world work. One could say that it’s much more a verb than a substantive. Therefore, an object without a function is as meaningless as the chaos that existed prior to the order introduced to the universe by Tao.

Although Lao Tzu seems to have cared very little for decorations, his statement does not exclude them completely from what can be valued in this world. Beauty is a function, and indeed there is a lot of necessary emptiness in the arts. Music is played on the silence between the tones, as well as on the tones. Great novels intrigue us with what is not spelled out. Paintings fascinate us by what they omit. Dance enchants by moments of stillness.

Nothingness is present everywhere. Without it, chaos would return. So, in the universe of the Tao Te Ching , order was accomplished by introducing emptiness into the full, balancing something with nothing. Emptiness is a blessing, without which it would all be too much.

We need to remind ourselves of this simple fact. Music soothes the soul, but not if we listen to it constantly. Colors delight our eyes, but more so when they are handled with some restrain. Dance invigorates, but excess fatigues us. Everything should be enjoyed moderately, and we should make sure to have generous portions of tranquil emptiness in our lives.

Maybe the best symbol of this is a work of calligraphy, where the black ink forms an intriguing character – but only because so much of the paper is left white, untouched by the brush.

<사봉 역>

三十幅共一轂(삼십폭공일곡)

서른 개의 수레바퀴살도 살 꽂을 곳에 모여야 하니

當其無( 당기무)

그곳이 비어있어야

有車之用(유차지용)

수레를 타고 다닐 수 있다.

埴以爲器(식이위기)

찰흙으로 그릇을 만들 때도

當其無( 당기무)

빈 공간이 있어야

有器之用(유기지용)

그릇으로서 쓰임새가 있다.

鑿戶爽以爲室(착호상이위실)

문과 창을 내어 방을 만들어도

當其無( 당위무)

빈 공간이 있어야

有室之用(유실지용)

방으로서 쓸모가 있다.

故有之以爲利(고위지이위리)

그러므로 유(有)는 이로운 것이고

無之以爲用(무지이위용)

--------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으로 모이니
바퀴통 속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수레의 쓸모가 있다.
진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드니
그릇 속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그릇의 쓸모가 있다
방을 만들 때는 방문과 창문을 뚫으니
방문과 창문 안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방의 쓸모가 있다
그러므로 있음이 이로운 것은
없음이 쓰임이 되기 때문이다.

輻同一轂, 當其无, 有車之用也. 埏埴爲器, 當其无, 有埴器之用也. 鑿戶牖, 當其无, 有室之用也. 故有之以爲利, 无之以爲用.

[輻同一轂] (노자(삶의 기술, 늙은이의 노래), 2003. 6. 30., 김홍경)

----------------------------------------------------------------------------------------------------------------------

沖(虛) 도덕경 비교

(3장) 虛其心, 實其腹, 弱其志, 强其骨

(4장) 道, 沖而用之, 或不盈

(5장) 天地之間, 其猶橐龠乎, 虛而不屈, 動而愈出

(11장) 三十輻共一轂, 當其無, 有車之用(유차지용)

(16장) 致虛極, 守靜篤

(22장) 豈虛言哉, 誠全而歸之

(42장) 萬物負陰而抱陽, 沖氣以爲和

(45장) 大盈若沖, 其用不窮

(53장) 朝甚除, 田甚蕪, 倉甚虛,

用 도덕경 비교

(4장) 道沖而用之 或不盈

(6장) 用之不勤

(11장)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

(28장) 樸散則爲器 聖人用之 則爲官長 故大制不割

(35장) 視之不足見, 聽之不足聞, 用之不足旣

(40장) 反者道之動 弱者道之用

(45장) 大成若缺 其用不弊 大盈若沖 其用不窮

(68장) 善用人者爲之下 是謂用人之力

一 도덕경 비교

(10장) 載營魄抱一, 能無離乎

(11장) 三十輻共一穀, 當其無, 有車之用

(14장) 故混而爲一, 其上不교, 其下不昧

(22장) 曲則全, 枉則直, 窪則盈, 幣則新, 少則得, 多則惑, 是以聖人抱一爲天下式

(39장) 昔之得一者, 天得一以淸, 地得一以寧, 神得一以靈, 谷得一以盈, 萬物得一以生, 侯王得一以爲天下貞, 其致之

(42장)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萬物負陰而抱陽, 沖氣以爲和

----------------------------------------------------------------------------------------------------------------------

<인용> 이명권 http://cafe.daum.net/koreanashram/8IoM/18

제 11장 무(無)의 쓰임새와 비움의 영성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으로 모이는데, 그 바퀴통의 텅 빔(無)으로 인하여 수레로서의 쓰임새가 있다.>

三十輻共一轂, 當其無, 有車之用

수레의 바퀴통을 둘러싼 서른 개의 바퀴살(輻)이 바퀴통(轂)을 향하여 하나로 모일 수 있는 까닭은 바퀴통이 텅 비어(無) 있기 때문에 수레바퀴로서의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퀴통의 비어있음이 수레의 존재를 가능하게 했다는 논리다. 바퀴통이 무언가 가득 차 있으면 바퀴살이 꽂힐 수 없다. 비움만이 채움을 가능하게 한다. 텅 빈 바퀴통이 바퀴살을 지탱하여 수레를 만들 듯이, 무(無)가 유(有)를 가능하게 하는 유사한 예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다음도 그와 같은 경우다.

< 찰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데, 그 그릇의 텅 빔(無)으로 인하여 그릇으로서의 쓰임새가 있다. 창문을 뚫어 집을 만드는데, 그 텅 빔(無)으로 인하여 집으로서의 쓰임새가 있다. 그러므로 있음(有)이 이로운 까닭은 없음(無)이 쓰임이 되기 때문이다.>

埏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 鑿戶牖以爲室, 當其無, 有室之用.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
그릇이 그릇으로 쓰일 수 있는 까닭은 그릇의 가운데가 텅 비어 있고, 집이 집으로 구실 할 수 있는 까닭도 창문이 있고 방이 텅 비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모두가 비움으로써 채움을 가능하게 한다. 무(無)가 유(有)를 낳게 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존재의 세계가 눈에 보이는 존재의 현상 세계를 가능하게 한다.

수레, 그릇, 집 등과 같은 존재의 세계는 분명 이로움을 주는 세계다. 그러나 그러한 물질적 존재의 세계를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보이지 않는 텅 빈 무(無)의 세계라는 것이다. 그래서 ‘무의 쓰임새’라고 말하게 된다. 도(道)의 세계는 이처럼 보이는 가시적 세계 보다는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 무의 세계에 더 주목하게 된다. 대개 인간은 이미 존재하는 유(有)의 세계에 익숙해 있고, 그런 나머지 유의 세계에 집착하게 되고 집착하다보니 거기에 빠지고 만다.

반드시 무(無)가 유(有)보다 낫거나 훌륭하다는 것은 아니다. 무와 유는 그만큼 상보적인 관계에 있음에도 유에만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마치 인간이 매일 공기를 마시면서도 공기의 고마움을 잊고 살 때가 많듯이 말이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어머니가 곁에 있을 때는 그 고마움을 잘 실감하지 못하다가도 서로가 이별해 있을 때면 더욱 그리워지는 관계와도 같다. ‘무의 가치’를 더욱 절감하는 계기는 이 밖에도 많다.

‘무의 쓰임새’를 성서에서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마리아의 순종’(누가복음 1:38)이 그렇고, 그리스도의 겸손(빌립보서 2:6-8)이 그러하다. 살든지 죽든지 자기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되기를 바라는 바울의 겸손(빌립보서 1:20)도 같은 맥락이며, 한 알의 밀알이 썩어져 많은 열매를 맺는 경우(요한복음 12:24)도 마찬가지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 물로 주려 한 것(마태복음 20:28)”것이나, 겟세마네 동산에서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태복음 26: 39)”라고 기도 했던 것도 자신을 비움으로써 하늘의 뜻을 따랐던 비움의 영성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그런 점에서 성육신과 십자가는 영원한 비움(虛)의 표상이 된다.

< 도덕경> 본문에서 비유하고 있는 수레와 집과 그릇은 인간이 살아가기에 꼭 필요한 필수품들이다. 문명의 이기를 압축한 내용물들로서 우주의 축소판과도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보이는 문명세계 이면에 자리한 보이지 않는 세계에 눈을 돌려보자. 보이는 세계는 가변적이어서 고정불변의 세계가 아니다. 변하는 세계와 변하지 않는 세계,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중에 무엇이 오래 가는가? 흔히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도 있고,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말한다.

“보이는 소망이 소망이 아니니 보는 것을 누가 바라리요(로마서 8:24)”라고 말한 것이나,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고린도후서 4:18)”고 말한 바울의 신앙고백도 맥락은 동일하다.

변화무쌍한 현상 세계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영원한 세계의 그림자를 우리는 허(虛)와 무(無)라는 공식에서 찾을 수 있다. 불교식으로 표현하자면 세상의 모든 존재(有)는 공(空)의 논리를 따라, 무(無)를 바탕으로 가립(假立)된다. 그러므로 존재하는 유(有)의 세계를 가유(假有)라고 한다. 눈에 보이는 가유는 환상(幻像)일 뿐이다. 그렇지만 현상자체를 아주 부정하지는 않기에 ‘진공묘유(眞空妙有)’라는 공식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모든 존재의 기반은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무(無)를 바탕으로 한다. ‘있음’(有)이 이로운 까닭은 ‘없음’(無)이 쓰임이 되기 때문이다. 

<출처> 이 명권 http://cafe.daum.net/koreanashram/8IoM/8

노자의 도는 無이다. 무에 대하여는 아무것도 알 수 없고 말할 수도 없다. 이를 두고 편의상 ‘도는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성인은 무욕, 무위, 무지의 덕으로 무에 투신(投身)함으로써 무를 닮고, 이를 통하여 무를 안다. 도(=무)는 성인을 통하여 세상에 드러나지만 도 자체는 계속 미지의 존재로 남아있다. 이런 이유로 도를 무라고 하는 것이다. 도는 말로 설명하기에는 벅찬 존재이지만 도를 알기 시작하고 나면 그처럼 쉽고 편한 존재가 없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무라는 단어의 의미는 대체로 ‘없다’, ‘...가 아니다’, ‘...하지 않다’라는 정도일 것이다. 여기에서는 가장 쉽게 생각하여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라는 평범한 의미를 취한다. 이러한 무는 사람이 지각할 수 있으므로 노자의 도를 가리키는 무와는 전혀 다르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어느 정도 비슷한 면도 있다. 노자는 이를 이용하여 독자에게 보이지 않는 도를 납득시키려고 한다. 이미 알려진 사물을 통하여 미지의 대상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이런 수법을 유추(類推 analogy)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 대상을 알아보려면 직접 가서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다.

三十輻共一轂 當其無 有車之用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으로 모아지는데

그 없음으로 인하여 수레바퀴의 쓸모가 있다.

서른 개의 바퀴살(三十輻) : 만물(달은 30일 동안 생성 소멸하므로 만물의 영고성쇠를 상징)

바퀴통(轂) : 天

바퀴의 테두리 : 地

無 : 도

수레바퀴의 바퀴통이 비어 있기 때문에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처럼, 성인이 도와 교감하는 천지로서 만물을 다스리고 있으므로 만물은 그 쓸모가 있다.

旋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

흙 반죽을 돌려 그릇을 만드는데

그 없음으로 인하여 그릇의 쓸모가 있다.

흙 반죽(埴) : 천하

그릇(器) : 성인

도공 : 도

無 : 성인들의 공동체(國) 

도공의 의도에 따라 그릇의 모양이 정해지듯이, 성인은 도의 뜻에 따라 천하를 반죽하여 성인들의 공동체(國)를 건설하고 있다. 천하는 그 안에 성인들의 공동체가 있음으로써 비로소 그 쓸모가 있다.

鑿戶爽以爲室 當其無 有室之用

문과 창을 뚫어 집을 만드는데

그 없음으로 인하여 집의 쓸모가 있다.

지게문(戶) : 무욕-妙

창문(爽) : 무위-徼

집(室) : 실존적 자아

無: 玄

玄은 무가 낳은 무이다. 사람은 도를 실천함으로써 비로소 그 인생의 쓸모가 있다.

상상력을 동원하여 곰곰이 따져보시기 바란다. 더 이상 설명하면 맛이 떨어질 것 같다. 노자는 수레바퀴(車), 도기 그릇(器), 집(室)이라는 사물들을 이용하여 성인이 실천하는 天地, 愛民治國, 玄의 운동을 유추한다. 이 세 가지 활동은 각각 도-성인-만물, 도-성인-천하, 도-성인-현의 관계를 내포한다. 도는 보이지 않지만 성인은 볼 수 있다. 따라서 성인이 만물, 천하, 자기 자신을 어떻게 다스리는지를 잘 살펴보면 도가 어떤 존재인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빠른 길은 직접 도를 실천하여 스스로 玄의 운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노자는 독자들에게 바로 이것을 권하고 있다. 

<인용> 이 명권 http://cafe.daum.net/koreanashram/8IoM/9

나와 천하와 만물은 ‘있다.’ 그런데 나와 천하와 만물이 참으로 쓸모 있게 되는 것은 무와 교감하는 내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나와 천하와 만물이 이렇게 존재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무를 향하는 의지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만일 내가 없다면 어떤 일을 하려는 의지가 있을 수 없으며, 천하와 만물이 없다면 무를 향하려는 의지가 생길 수 없다. 나는 ‘감각과 이성의 힘(智)’으로 천하와 만물의 존재 의미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무를 향하는 것이다. 이러한 ‘나’를 노자는 성인이라고 부른다.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

그러므로 있음으로써 (나에게) 이롭고, 없음으로써 (나에게) 쓸모가 있다.

有는 감각과 이성의 힘으로 알 수 있는 나와 천하와 만물을 가리킨다. ‘有之’는 有의 동사적 표현으로서 ‘有로서 존재하는 事態’를 의미한다.

無는 감각과 이성의 힘으로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를 가리킨다. ‘無之’는 無의 동사적 표현으로서 ‘無로서 존재하는 事態’를 의미한다. 사실 ‘존재(存在)’라는 단어는 시공의 차원을 지시하므로 무를 표현하기에는 부적절하다. 무는 무의 방식대로 활동하기 때문에 ‘無之’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성인은 무와 결합하여 무의 활동을 겪으면서도 끝끝내 무를 알 수가 없다.

성인을 둘러싼 유의 세계가 이렇게 존재하는 것은 성인이 도를 실천하도록 돕는다. 그런데 성인에게 쓸모가 있는 것은 무이다. 성인과 천하와 만물은 무로 말미암아 비로소 쓸모 있게 되기 때문이다. 유는 성인이 도를 실천하도록 촉구하고, 무는 성인과 천하와 만물을 쓸모 있게 한다. ‘利’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움이 된다는 뜻이며, ‘用’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뜻이다.

위 문장에서 괄호 안에 있는 ‘나에게’ 또는 ‘성인에게’라는 문구가 생략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략법. 성인이 아니라면 무를 모르고 따라서 유의 존재의미도 모른다. 

------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으로 모이니 바퀴통 속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수레의 쓸모가 있다
輻同一轂, 當其无, 有車之用也

『옥편』에 따르면 '삽(卅)'은 음이 '삽'이고, 서른의 뜻이다. 대부분의 판본에는 '삼십(三十)'으로 되어 있고, 백서 갑·을본과『상이』 등은 '삽'이다. 요종이는 『상이』가 바로 태평교 집단에 의해 만들어진 『오천문』이라고 주장했는데, 『오천문』은 실제로는 4,999자였다고 한다. 『오천문』에서도 '삼십'을 '삽'으로 썼기 때문에 한 글자가 줄었다는 것이다. '동(同)'은 대부분 '공(共)'으로 되어 있다. 뜻은 같다.

하상공은 "옛날에 수레의 바퀴살이 서른 개였던 것은 한 달의 날수를 본뜬 것이다"라고 하였다. 『주례』 「고공기」에서도 "차상(車箱)이 네모난 것은 땅을 본뜬 것이고, 덮개가 둥그런 것은 하늘을 본뜬 것이고, 수레의 바퀴살이 서른 개인 것은 해와 달을 본뜬 것이다"라고 하였다. 고환본에서도 엄준·고환을 인용하면서 "달은 하늘에 걸려 쉬지 않고 움직이며, 수레는 땅을 구르면서 쉬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옛날 수레는 달을 본떴다"고 하였다. 모든 설이 일치한다.

"바퀴통 속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수레의 쓸모가 있다"는 구절은 이렇게 단구하지 않고 다음 글자 '유(有)'자 뒤에서 단구하여 "바퀴통 속의 텅 빔〔無〕과 바퀴통〔有〕 때문에 수레의 쓸모가 있다"고 해석하는 독법도 있다.

이런 독법은 고주에서는 보이지 않고, 필원이 처음 제안했다. 필원은 "바퀴통은 바퀴가 굴러가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라는 「고공기」 문장을 정현이 해설하면서 "바퀴가 굴러가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은 무유(無有)로 쓰임을 삼는다는 것"이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2) 지금 『노자』의 문장을 '유'자 뒤에서 단구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원 이후 도방기, 마서륜, 고건 등이 이 설을 지지하였고, 현재는 많은 연구자가 이런 독법을 따른다.

이 차이는 한마디로 귀무론이냐 유무상생론이냐의 차이다. 만약 본문처럼 해석한다면 '무(바퀴통 속의 텅 빈 공간)'가 수레의 쓰임을 낳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필원처럼 해석한다면 '무'와 '유(바퀴통 자체)'가 서로 의존하여 수레의 쓰임을 낳는다. 『노자』를 귀무론으로 해석하기보다 유무상생의 변증법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은 필원의 독법을 지지하게 된다.

이런 문제와 관련된 내 의견을 정리해본다면 이렇다. 『노자』에 변증법적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뒤집어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므로 인생이 그렇듯이 세계·자연은 항상 운동하며 변화한다. 물론 변증법적 요소가 있다는 것이지 변증법과 일치한다는 것은 아니다. 변화에 대한 통찰에 기초하여 『노자』는 '유' 또는 '유' 계열의 가치를 강조하는 세상의 안목과 달리 '무' 또는 '무' 계열의 가치를 강조했다. 이론적으로는 서로 대립하는 듯한 이 두 계열이 끊임없이 상호 전화한다. "뒤집어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론적인 조망일 뿐이고, 실제로는 '무' 또는 '무' 계열의 가치가 '뒤집어져서' 다시 '유' 또는 '유' 계열의 가치로 전화되는 것과 관련된 교훈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노자』는 항상 '무' 또는 '무' 계열의 가치만을 강조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유' 또는 '유' 계열의 가치만을 존중하는 현실이 전제된다. 『노자』는 그런 현실을 전제로 삶의 교훈을 주고자 했지 자기 세계관에 이론적 통일성을 부여하려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현실을 전제로 한 교훈까지만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노자』에서 삶과 죽음까지도 동일시하는 『장자』적 상대주의를 발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노자』의 교훈에는 분명한 지향성이 있다. 현실의 완강한 편견이 분명한 모습을 띠고 앉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노자』는 실상 '유' 또는 '유' 계열의 가치를 완전히 도외시하지는 않는다. 무시하려고 해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상식적·세속적 세계다. 『노자』는 출발부터 상식과 세속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는 책이다. 나라를 잘 다스려야 한다는 목표 또는 환란에서 벗어난 안락한 삶을 누리자는 장생구시의 목표만큼 상식적이고 세속적인 것이 어디 있는가. 상식과 세속을 완전히 무시했다면 『노자』는 중국의 고전이 아니다. 따라서 『노자』가 '무' 또는 '무' 계열의 가치를 강조한 데에는 이미 '무'와 '유'를 조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다. 사람들이 '유'만 추종하기 때문에 『노자』는 표면적으로는 '무'만 이야기한 것이다.

본문도 이러한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 곧 지금 『노자』는 '무'를 강조하는 것이지 유무상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무'를 강조하여 유·무의 균형을 잡으려는 것이 『노자』다. 구태여 새로운 독법으로 해석하지 않아도 그 독법이 주장하려는 내용을 담을 수 있다.

이 문장은 『장자』의 다음 문장과 비교될 수 있다. "방안에 빈 공간이 없으면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서로 싸우게 되고, 마음이 자연에서 노닐지 않으면 여섯 개의 구멍이 서로 싸우게 된다(「외물」)" 또는 "돌쩌귀〔樞〕는 그 고리 가운데의 텅 빈 곳이 있어야 그 반응이 무궁하다(「제물론」)"라는 말과 비교될 수도 있고, "코가 숨을 쉴 수 있고 귀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마침내 그 쓸모없는 것(구멍)이 쓰임이 되기 때문이다(「설산훈」)"라는 『회남자』의 글과도 비교될 수 있다.

진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드니 그릇 속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그릇의 쓸모가 있다. 방을 만들 때는 방문과 창문을 뚫으니 방문과 창문 안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방의 쓸모가 있다
埏埴爲器, 當其无, 有埴器之用也. 鑿戶牖, 當其无, 有室之用也

'埏'은 발음이 '선'이고(육덕명·범응원·초굉) 섞는다 또는 이긴다〔和〕는 뜻이다. '埴'은 발음이 '식'이고(육덕명·초굉), 점토·진흙이라는 뜻이다. 「고공기」에 그 뜻이 모두 나와 있다(초굉). '선'은 백서에 '연(然: 갑본)' '연(土에然: 을본)'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연(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허항생). 그렇다면 본문은 "진흙을 구워서 그릇을 만드니……"로 옮길 수 있다. 이 견해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갑·을본의 글자는 고음으로 보아 '선'과 통한다. 또 고환본에 인용된 『절해』에 따르면 옛날에 그릇을 만들 때는 불로 굽지 않았다고 한다. 『순자』 「성악」에도 "도공은 진흙을 이겨서〔埏埴〕 그릇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옛날의 상용구임을 알 수 있다. 『음의』와 범응원본을 제외한 모든 통행본이 '선'으로 하였으므로 일단 그에 따른다. 『음의』 등의 '연(挻)'은 '선'과 통한다(마서륜). '식기(埴器)'는 모든 통행본에 '식'이 없지만 뜻은 같다.

여기에서 '호(戶)'는 방문을, '유(牖)'는 창문을 가리킨다. 오징에 따르면 방을 만들 때는 동쪽에 방문을 내고, 서쪽에 창문을 냈다고 한다. 이 두 문장의 뜻은 모두 앞문장과 같고, 본문처럼 읽는 독법과 '유' 위에서 단구하는 독법이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있음이 이로운 것은 없음이 쓰임이 되기 때문이다
故有之以爲利, 无之以爲用

여기에서 '있음(유)'이란 수레·그릇·방 자체를 가리키고, '없음(무)'이란 바퀴통·그릇·방의 공간을 가리킨다. 이 문장은 이렇게 읽는 독법이 있고, "그러므로 있음은 이로움이 되고, 없음은 쓰임이 된다"고 읽는 독법이 있다. 왕필·하상공·임희일·범응원 등은 본문과 같이 해석했고, 성현영·왕진·육희성·동사정 등은 후자처럼 읽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무'를 강조하는 데 이 문장의 뜻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전자를 택한다.

고환은 이 문장을 해설하면서 "도가 만약 완전히 무라고만 한다면 사물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했는데 정확한 지적이다. 도가 완전히 무일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됐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강조하는 것은 여전히 무다. 설혜는 "이 문장들이 유·무를 모두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근본적 의미를 살펴보면 실상은 '유'에 빗대어서 '무'가 얼마나 귀한지 밝히는 것이다. 대개 '유'가 이로운 것은 사람들이 모두 알지만 '무'가 쓰임이 된다는 것은 모두들 지나쳐버리고 생각하지 않으므로 노자가 몇 가지 경우를 빌려서 밝힌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말이 좋다.

방안에 빈 공간이 없으면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서로 싸우게 되고
마음이 자연에서 노닐지 않으면
여섯 개의 구멍이 서로 싸우게 된다

―『장자』 「외물」

[輻同一轂] (노자(삶의 기술, 늙은이의 노래), 2003. 6. 30., 김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