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조지의 유고 The Science of Political Economy 축약본을 번역하여 <경세제민학>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하였습니다. 원저의 제목을 그대로 번역하면 ‘정치경제학’입니다. 그러나 요즘 정치경제학이라는 용어는 마르크스 경제학을 지칭하기도 하고 정치 현상에 관한 경제학이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제목을 ‘정치경제학’이라고 하면 헨리 조지의 경제사상에 대해 오해가 생길까 우려하여 ‘경세제민학’(經世濟民學)이라고 하였습니다.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한다는 뜻인 경세제민은 헨리 조지의 사상과 잘 어울리는 표현입니다. 경제학도 실은 경세제민학의 줄인 말입니다.
이 책에 담긴 헨리 조지의 경제사상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정치경제학은 개별 경제주체가 아닌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부의 생산과 분배에 관한 자연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자연법에 따르면 인간이 생산하지 않은 토지와 토지가치는 사적 소유 대상이 아니며, 이 자연법을 어기면 부당한 빈부격차가 발생하고 문명이 쇠퇴한다.
본문의 일부를 인용해봅니다.
1. 정치경제학은 강력한 기득권과 관련된 학문이다.
정치경제학은 강력한 기득권과 관련된 학문이다. 지대, 임금, 이자를 다루고 세금과 관세를 다루고 특권, 독점권, 보조금을 다루고 화폐, 토지 소유, 정부 부채를 다루고 노동조합의 이론적 근거와 자본의 결합을 옹호하는 논거를 다루는 학문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정치경제학을 그저 부지런히 연구만 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정치경제학은 강력하고 집요한 이해관계의 영향을 받아 쉽게 억압받고 왜곡되므로, 연구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경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총론]
2. 부유층의 견해와 기대가 대학을 지배하고 있다.
불의(不義)의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현재 대학은 자신의 존재 법칙 때문에 이런 불의를 찾아서 드러낼 형편이 못 된다. 불의는 최소한 상대적으로라도 부유층에게 유리한데, 부유층의 견해와 기대가 대학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노예제도가 번성했던 시절에 남부지역의 대학에 기대를 걸 수 없었음은 물론이고 북부지역의 대학에서조차 노예제도가 불의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처럼, 현 상황에서 대학이 정치경제학을 진실하게 연구하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대학에서 정치경제학 교수직을 맡으려면, 자신에게 맡겨진 진정한 본분을 제대로 추구하지 않겠다고 암묵적으로 약속해야만 가능하다. [총론]
3. 정치경제학은 인간법이 아닌 자연법을 탐구한다.
정치경제학이 학문이라면, 그리고 진지한 사람이 무시해도 좋은 학문이 아니라면, 반드시 학문의 규칙을 따라야 하고 현상의 원인을 자연법에서 찾아야 한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인간법은, 예시를 위한 경우나 그 자체로 연구 대상인 경우가 아니라면, 정치경제학과 아무 관련이 없다. 정치경제학은 일시적이 아닌 영구적인 것을 탐구하며 인간법이 아닌 자연법을 탐구한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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