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의 광복과 오늘
1974년 4월 2일. 군에 입대한지도 4개월이 지났다. 수용연대에서 부사관 학교까지 구보로 입소하며 두 달여 동안 기초 군사훈련을 마친 나는 황산벌(부사관 학교)에서 진흙에 범벅을 하며 교육의 추억을 뒤로 물린 체 제2차 후반기 교육을 받기 위해 대전병참학교로 가게 되었다. 후반기 교육은 4개월. 때는 태양이 작열하는 뙤약볕에 8월도 중순에 접어들었다. 후반기 교육은 군수품을 보급하는 전반적인 보급행정교육이라 그야말로 땅강아지처럼 박박 기는 교육은 아니었다. 교관들도 전방 철책선 에서 임무를 마친 중위 대위로 편성된 젊은 장교들. 팔팔한 우수교관들이었으며 후반기 교육답게 한 페이지 추억이 될 젊은 날들은 쌓여만 갔다. 교육 내용은 주로 행정이었고 특히 한 여름이라 학과 출장도 상의는 메리야스도 입지 않았고, 하의는 영내에서만 하는 맨발로 학과교실을 찾아 교실로 이동하는 방법이었다. 오전 학과 4시간이 끝나면 점심시간이고 이어 오후 두 시 까지는 오침시간이다. 그리고 두 시간만 강의 들으면 저녁시간이다. 이런 낙원도 없었다. 기초교육 받으면서 시커맸던 얼굴은 뽀얗게 행복이 충만한 표장이었다. 당시 받은 행정교육은 사회에서도 배울 수도 없었고 가르치는 곳도 없었던 그 시대. 이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양으로 음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그 해 15일도 어김없이 찾아온 광복절. 아침부터 강렬한 햇살은 광복에 아침을 밝혔다. 예나 지금이나 국경일이라 관공서와 같이 군대도 휴일이라 교육도 없다. 후반기 교육을 대전에서 한다는 일부 부모들은 아들에 보기위해 면회를 왔으며, 그렇지 못한 후보생들은 PX에서 가벼운 후보생들 자신의 가벼운 주머니를 털어 과자를 먹어가며 흑백TV앞에서 후보생들끼리 잡담하며 즐거운 휴일을 보내고 있었다. 광복절 기념식을 보면서. 이때 갑자기 TV화면이 흔들리며 총소리가 났다.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8.15기념식장에서 총에 맞는 장면이 생생하게 중계되었다. 이내 기념식장인 국립극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캠퍼스처럼 평화롭고 자유로웠던 병참학교 영내는 사이렌이 울리며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모든 기간병과 피교육생들은 내무반으로 집합하여 하달 될 명령에 귀를 기울이며 대기에 들어갔다. 그 후 40년 전에 일이니 더 이상 자세한 기억은 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후방도시 한 복판에 있는 지역이라 전방에 사정은 알 수 없었고 교육받는 보문산 아래 병참학교 영내도 대전 중심가에 있어 별다른 동정은 느낄 수 없었다.
다른 8월 15일. 서울에서는 역사적인 지하철 준공행사가 있었다. 청량리 역에서 서울역 까지 이어지는 8Km의 지하철 1호선 준공식이었다. 처음으로 전동차가 땅속으로 다니는 교통시설이 생긴 것이다. 수년 전 동대문, 마포 서대문 등 시내 한복판을 거미줄처럼 쳐져 있던 전선을 지붕위에 달고 다녔던 전차는 없어졌고 지하철이 생긴 것이다. 서울도 서울이었지만 본격적으로 국가 전체가 산업사회에 들어가 있던 단계였기 때문에 많은 교통시설과 산업인프라를 구축하는 첫 시기였다. 그 후 전철은 수원을 비롯해 인천까지 계속 연결됐으며 이어 고속도로는 많은 군인들과 건설회사의 공사로 전국이 건설공사 현장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하면 된다. 는 통치자에 굳은 신념만 있을 때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만 가야 하는 시대였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우리 모두 일어나 새 마을을 가꾸세 살기 좋은 새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국민가요 새 마을 노래다. 지하철의 역사도 40년이 지난 지금 거미줄처럼 연결된 전철은 서울도심은 물론 수도권을 벗어나 충청지방까지 전 국민들의 반 이상이 이용하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한다고 하겠다. 새벽을 깨워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카페 같은 전동차 안에서 미래를 향해 오늘도 나는 강산이 여섯 번 변했지만 또 한 주간의 첫 날을 연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올해의 광복절은 선진국으로 향하는 새로운 국력을 일으켜야 할 매우 중요한 때라는 소시민의 생각이라. 국민의 마음을 합해야 할 어제. 평화통일 기도회가 열렸던 오늘 아침에 시청 앞 광장은 더욱 푸르다.
첫댓글 그렇게 덥던 폭염도 입추라는 검문소에 걸렸어요.
한 주간도 승리하시기 바랍니다.
역사공부를 새로 하고 있는 듯 했어요. 답글이 늦었읍니다
미쳐 읽지를 못했거든요.지금 너무잘 읽었고 지난 국가적인 큰 사고와 일들이
새삼스럽군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