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수채화를 그려놓은 물 속의 화랑
납지리
글.사진 : 이학영 (두레생태기행 연구위원 /한국자생어종연구협회 회장)
국내 토종 민물고기 가운데 관상어로 개발 가능한 종류를 든다면 가장 먼저 납지리를 꼽을 수 있다.
몸 높이가 높고 전체적으로 납작해 납지리라 불리는 이 물고기는 우리 나라 서해와 남해로 흐르는 한강, 금강, 영산강과 낙동강 수계에 고루 서식하고 있는 잉어목 납자루아과의 어종이다. 하천의 중·하류, 큰 호수, 저수지의 물 흐름이 완만하고 수초가 우거진 곳을 좋아하며 식성은 잡식성이다. 물풀이나 돌에 붙은 조류를 뜯어먹거나 실지렁이, 수서곤충의 유충을 잡아 먹기도 한다.
납지리가 관상어로 적합한 이유는 여타 토종어류와 달리 번식기가 지난 뒤에도 대부분의 개체가 화려한 혼인색을 그대로 간직하기 때문이다. 수컷의 평상시 몸 색깔은 등쪽이 담청색, 몸통 부분은 은백색이며 배 밑 부분도 금속성의 은백색을 띠고 있다. 그러나 번식기가 되면 수컷의 몸 색깔은 더없이 화려해진다. 우선 눈, 아가미, 등지느러미, 뒷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 배 부분이 분홍색으로 물든다. 이와 동시에 머리 뒤편으로부터 등쪽에 걸쳐 있는 반점과 꼬리지느러미에서 몸 중앙으로 새겨진 가는 띠의 청록색은 더욱 선명해져 마치 오색 물감으로 수놓인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색상은 곱지만 쉽게 질리는 열대어와는 또다른 묘미를 주는 것이다.
평소에는 여러 마리가 무리지어 다니지만 말조개나 대칭이를 발견하면 언제 어울려 다녔냐는 듯 맹렬히 싸우고, 조개 주변을 서성이는 등 납지리가 보여주는 특이한 산란 행태도 관찰자를 즐겁게 해주는 요소다.
번식기가 되면 수컷은 산란 장소인 조개를 경쟁을 통해 차지한 후 암컷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그 후 암컷은 긴 산란관을 이용, 조개의 출수공에 알을 낳는다. 이런 산란 과정은 어항에서도 별 어려움없이 진행돼 인공적인 번식도 가능하다. 그런데 같은 납자루 종류인 줄납자루, 각시붕어, 칼납자루 등이 5 ~ 6월경에 산란하는 것과 달리 납지리는 유독 가을철인 9~10월에 산란하는 특성을 지녔다. 이는 봄 철, 다른 납자루 종류와의 조개 쟁탈전을 피하고 그들의 치어가 조개를 벗어난 시기를 기다려 안전하게 산란하려는 본능으로 추측된다.
납지리와 이름과 형태가 유사한 물고기로 납자루가 있다. 납자루는 납지리보다 체고가 낮고 수염도 길다. 수컷의 혼인색도 납지리와 달라 뒷지느러미 끝에 매우 선명한 붉은색 띠를 드리운다. 서식하는 곳도 하천의 하류보다는 중류 이상의 지역을 더 좋아한다.
오래 전에 이 물고기 이름을 딴 <납 자루떼>라는 영화가 만들어졌으나 스토리는 납자루와 관계가 없었다고 한다. 근래에도 영화배우 한석규가 주연한 <쉬리>라는 영화가 상영된 바 있다. 우리의 토종물고기 이름이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일반인에게 알려지는 것은 아주 기분 좋은 일이라 할 수 있다. 기왕 욕심을 더 내자면 물고기가 영화 속 한장면을 크게 차지해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는 바람이다.
■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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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한때는 많이 길러 보았으나 수초가 없으면 오래 기르기가 어렵더군요.
우리나라 물고기 역시 난처럼 기르기 어려워요.. 안 길러 보았지만 ... 그럴 것 같아요 수돗물과 정수기 물이 아무리 깨끗해도 산에서 내려오는 그 산물에 비할 수는 없겠지요 사람의 몸에서도 많은 균이나 바이러스등이 많은 것처럼 산의물에서도.. 특유의 균이 있겠지요 청정한 물에서만 자라는 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