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경유 스위스
2월 8일
22시 25분 발 우즈베키스탄비행기(HY257)를 탑승한다. 처음 타는 장거리 외국비행기다.
딸이 권하는 싼 외국 비행여행을 단행해본다.
인천공항에서 우즈베키스탄 행 비행기를 타려면, M카운터에서 지하3층을 내려가 비행장내에서 경전철을 타고 이동 후 탑승한다.
잠시 후 기내 여성의 안내 방송이 너무나 귀를 자극하는 굵고 무뚝뚝한 여성 목소리에 당혹감을 느끼며 출발을 기다린다. 이 나라 사정이 있겠지만 너무 승객을 무시하는 사무적인 서비스 정신으로 옛 공산주의에 익숙하던 습성 때문인가 하고 느껴진다. 그리고 기내의 음악방송도 역시 후진성 탓인지 잡음과 소음에 오히려 귀를 의심할 정도다. 출발 30분 후 기내서는 맥주는 없고 다만 와인과 음료만 준다. 회교국가인 탓이라 술은 주지 않은 것으로 믿어진다. 하지만 이것은 자국만이 승선하는 것이 안이라 여러 나라에서 탑승한 승객을 위한다면 좀 더 넓은 아랑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기내의 여승무원들은 거친 목소리와 공손치 못한 태도에 한 번 더 몸이 움츠러진다. 허리가 불편해서 등 베개를 승무원에게 달라고 몇 번씩이나 말을 해도 알았다고만 하지, 갖고 오질 않는다. 재차 남자 승무원에게 별도로 요구했으나 대답은 해놓고도 역시 소식이 없었다. 별 반응이 없는 그들의 근무태도에 또 한 번 놀람을 금치 못한다. 나중에야 안 것이지만 충분한 양의 베개가 없이 다만 형식적으로 선반에 몇 개만 준비한 모양이다.
목이 말라 백포도주를 시키니 자국생산인 BOCTOKA란 상표가 붙은 와인과 피너스(이것은 한국산이다) 한 봉씩을 준다. 24시에 석식이라고 장어 또는 닭고기를 함께 차린 밥을 선택으로 준다. 아내와 나는 각자 하나씩 선택해 시켰더니, 그제야 한국인 것을 알아보았는지(기내에 거의 중동인과 동양인들이 많았다), 더불어 고추장(한국산 벌꿀 표)한 캡슬를 준다. 식사는 타 항공사의 메뉴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좌석은 2. 3. 2석으로 배치된 좁은 기내 구조다. 적은 비행기라서 그런지 자주 기체가 요동치는 일이 발생한다. 약간은 두려움마저 든다. 그러나 우리는 한없이 마음편한 기분으로 색다른 항공사의 접대를 받으며, 이렇게 기내 가운데 나란히 앉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비행을 한다.
기내 승객들은 역시 중앙아시아로 가는 비행기 탓인지 중앙아세아 인들이 앞뒤좌석을 모두 에워싸 마치 그들에게 우리 부부가 가처있는 처지가 되었다.
출발 후 수도 타쉬켄트에 7시간 40분 만에 도착한다. 현지 시각은 2시 15분. 파리로 가는 비행기를 환승하기위해서 이곳에 내린다.
현지 항공사 직원이 공항을 약간 벗어난 외딴 백색 3층 건물로 인도한다. 형식적인 여권을 검사하고, 이곳 낯선 대합실에서 3시간 대기후 떠난다고 말한다. 우리는 2층 대합실에 들어가 본다. 을씨년스러운 실내 공기와 각국의 이색적인 색깔 인종이 앉아있는 모습에 어딜 가서 앉아야 하나 하고 망설일 정도로 우중충한 내부구조다. 1층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워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탁한 공기가 상층으로 올라와 가슴이 답답하고, 대합실내에는 많은 아프가니스탄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려고 가는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초라한 모습으로 맨 바닥에 누어 잠들고 있어 온통 통로가 혼잡해 지나갈 수 없을 정도다. 혼잡한 장내가 더욱더 말이 안될 정도로 복잡하다. 옛날 6.25전쟁 때 기차역 대합실 관경과도 흡사하다. 생수통에는 물이 이미 바닥났고, 컵도 없으며, 혹시 전에는 식수가 실제로 담겨 있었는지는 몰라도 현재 없기는 마찬가지다. 구내에 카페가 하나 있는데 이곳에는 간식 겸 간단한 음식과 커피를 팔고 있으나 식당의 사정은 아랑곳없이 손님들은 여기저기 걸터앉아 있거나 업드러 잠을 자며. 자리를 매우고 있다. 화장실에 가보니 역시 생각대로 완전 재래식으로 변기가 조잡하며. 더럽기조차 하다. 그리고 화장지도 누런 종이가 너무 투박해서 우리들이 사용하기에는 불편함 마저 준다. 실내에도 역시 스팀을 주지 않아서진지 냉기가 온 몸을 감싼다. 옛 소련의 연방이었던 잔재가 확연히 보이는 그런 으스스한 냉기가 가슴속을 몰아친다. 빈곤은 고통의 인내를 창조하나? 현지인들의 끈질긴 생활 속에 그들의 얼굴 표정으로 잘 나타나 보인다. 이런 상황과 현지의 모습에 더 한층 얼음 냉기가 가슴에 와 닿으며, 정치적인 국민의 고통을 이용한 결과적인 현실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6시 55분에 이곳을 출발하여 파리 공항에 9시40분에 도착한다.
유럽의 공항은 중앙아세아와 구분이 되어 좀 홀가분한 편이다.
2월 10일
파리공항에 도착 즉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그동안의 회포를 풀며, 친구 집으로 향한다.
반가운 대접과 앞으로의 일정에 안내를 받기로 약속을 해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일단 친구와 함께 이곳에서 2.3일 묻기로 작정하고 앞으로의 행선지를 고른다.
파리는 포강의 지류인 티치노 아다두 하천 사이의 비옥한 평야부에 자리한다.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로서 발달한 북 이탈리아 공업지대의 중심 도시었다.
나폴레옹 개선문, 슬픈 역사의 콩코드 광장. 아름다운가로수와 낭만을 대표하는 상제리제 거리.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세계 3대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등을 자세히 몇 년 전에 구경한 것이지만 친구와 같이 돌아보며 즐거운 동행을 한다. 호텔에서 9시 출발. 에펠탑구경. 너무나 추운 날씨에 장시간 줄을 서서 들어가는 좀 한심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부르봉 왕가의 최대 역작이자 바로크 최고 양식의 화려함의 극치인 베르사이유 궁전. 원래 루이 13세가 지은 사냥용 별장이었으나, 1662년 무렵 루이 14세의 명령으로 대 정원을 착공하고 건물 전체를 개축하여 외관을 가로축 부분이 앞으로 튀어나온 u,자형궁전으로 개축했다.
세계의 다른 나라 수도와 비교하여 몹시 좁은 편에 속하지만 둘레 36km의 환상도로(옛 성벽자취)에 둘러싸인 곳. 1860년 이래의 파리 시가지다. 그러나 프랑스 전체의 0.25%에 이르는 면적에 전 인구의 약 6분의1이 집중해 있는 대 파리는 해마다 10만~150만 명 씩 인구가 불어나고 있다. 재정지출이나 상업거래량도 전국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수도에 집중현상은 프랑스의 특징이며, 파리는 세계 4위의 인구 밀집지역이다.
대부분 유럽 공항의 청결함은 별로 산뜻하지 못하지만, 이곳 공항도 역시 좀 남루한 느낌이 든다. 오래된 건축물이지만, 내부가 허술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인천공항은 정말로 세계 제일의 공항답다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
2월 14일
스위스로 간다.
루체론 마을에 있는 알프스의 영봉으로 유명한 하이디 산을 등정하기 위해 이동하는데 3시간이 걸린다. 기차로 이동한다. 오랜만에 유럽의 기차를 이용하는 것도 신기롭다,
하이디 산(2.011m)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스위스 루체른의 쇤부엘 산이 동화 알프스소녀 하이디의 배경으로 등장해 일명 하이디 산으로 불리게 된 것이고, 원래의 이름과는 무관하다고 한다. schonbuel은 알프스의 여러 봉 중 하나로 루체른에서 밀라노로 가는 사이에 있는 lugern 마을에 있다. 이곳의 원 줄거리는 프랑스. 스위스, 이태리로 이어지는 알프스 산맥에 위치한다.
스위스의 중앙에 위치한 도시와 자연이 잘 어우린 루체른은 예나 지금이나 스위스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 중의 한 곳. 로이스 강의 양쪽 연안에 도시가 발달해 나갔으며 카펠 교를 중심으로 4개의 다리가 세워져 있다. 아름다운 호수와 그 너머에 이어진 알프스의 산, 중세의 건물들이 그려내는 그림 같은 풍경이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예전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 시가지를 걸어가면 근사한 벽화가 그려진 건물과 멋진 조각상 옆의 우물(식수장)등 여러 곳에서 중세의 면모를 느껴지게 한다.
이곳에서 표를 사서 케이블카로 올라가고 거기에서 다시 4인용 리프트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간다. 스키어들은 거기에서 다시 1인용 리프트로 정상까지 올라가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데 활강슬로프의 길이가 10km 가 넘는다고 한다.
눈이 많이 와서 집들이 모두 눈 속에 파묻혀 있다. 이렇게 폭설이 왔을 때는 사람이 살지 않는 다고 한다.
유럽은 정말로 물 사정이 엉망이다. 호수가에 담긴 아름다운 물은 정말 신비스럽기조차 한 옥빛 호수지만 보기와는 달리 석회성분이 많은 지저분한 물이라 반듯이 식수는 사먹어야 한다.
스키장을 방문하지만 정상은 눈사태로 중지하고 중간지점에 위치한 한 간이 식당에서 잠시 맥주 한잔 먹으니 기분이 한결 상쾌해진다. 점심은 이곳에서 유명한 소시지와 마카로니를 청해 먹는데 맛이 정말로 좋았다. 여러 곳에서 여행 온 많은 연인들은 온 산야가 흰 색으로 덥힌 포근한 눈 햇살에 마냥 즐거운 표정들로 사진을 찍느라 웃음꽃이 피어난다. 이렇게 젊은이들의 행동에 나 역시도 덩달아 옛 젊음으로 돌아 가 즐거움을 만끽한다.
다만 계획했던 스키를 타보지 못하고 이곳을 떠난다는 것이 아쉬움을 낳고 있지만
리프트를 타고 내려와 다시 버스로 이동한다. 시내 중심가를 돌아본다. 우재로 마을이다. 이 고장을 상징하는 “실신한 사자 상”을 보고, 유명한 로렉스 시계와 기타 유명상품들이 진열된 상가를 지나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150년 전에 순 나무로 만들어진 다리를 건너 중간쯤에 기념 상점이 있어 들어가 보니 여주인이 유독 우리들의 신분을 알려고 일본 사람이냐고 묻 길래 당연히 한국이라고 말을 하며, 간단한 몇 마디 인사말을 알려 주니 곧잘 응답하는 것을 보고 즐거웠으며, 물건들을 구경한 상점 여주인의 인상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마을 분위기는 차분한 조용한 분위기를 주는 그런 곳이다.
저녁 6시에 파리행 열차를 탄다. 기차는 보통 우리나라의 무궁화호 같은 수준의 열차다. 각국의 흑백 인종이 탑승한 인간 열차의 진귀한 현상, 옆자리에 아담한 약간은 동양적인 표정의 미소짖는 파리 여학생이 착석한다. 말이 없는 순박한 여학생이다. 이렇게 함께 파리여학생과 옆자리에 앉아보기도 처음이지만 말을 하려고 시도해도 못하는 나의 언어 실력에 독백을 한다.
2월 15일
오후 4시 45분에 파리 드골 공항으로 이동하여 20시 30분 타쉬켄트 향발 탑승. 파리에서 타쉬켄트까지는 약 6시간 35분이 걸린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쉬켄트에 도착한다.
중동 여자들의 미모는 정말 훌륭하다.
옛날 몽고의 침략으로 이곳 여인들에서 많은 혼혈이 생겨났고, 특히나 동양과 서양의 만나는 곳에서 태어난 이들은 서양의 그 조각 같은 얼굴 안에 동양의 깊은 정서가 드러나 알 수 없는 매력을 뿜어내는데, 그 위에 히잡이라는 요소가 신비로움을 감싸 안은 아담한 표정은 그들의 자태에 더한 층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우즈베키스탄의 조종사들도 역시 구소련의 영향에서인지 비행 조정사들의 솜씨는 훌륭하다.
서울행 비행기는 가운데 통로가 있고 양쪽 3인씩 자석배치로 된 작은 비행기다. 역시 올 때와 같이 이번 비행기 안에서의 승무원 행동은 같다. 분위기가 삭막하다고 느낄 정도다. 마찬가지로 여승무원들의 목소리와 그 둔한 몸집에서 나오는 퉁명한 태도는 오히려 우직해 보인다.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백색의 산천이 삐죽 삐죽 솟아올라 이곳의 험난한 지형을 알려주고 마치 그들의 국민성을 표현이나 하듯 굴곡이 심해 보인다.
승객들은 대부분 중앙 아세아 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 이곳에 올 때와는 반대로 너무나 조용히 앉아 별로 시끄럽지 않는 행동으로 비행하는 것을 보고, 역시 서울에 처음 오는 승객들이 집을 떠난 아이들 모양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 느낌이 들어 보인다.
이번 여행의 견문은 중앙아세아의 공항과 항공사의 현지사정을 익히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 유일한 보탬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