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의 대화
서울가산초등학교장 고 정 춘
어린이들은 부모와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바른 아이로 성장해가며 남을 배려(配慮)할 줄도 알게 됩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자녀와 부모님들은 가끔 자녀와 대화를 잘 나누다가 순간 화를 내어 대화가 끊어지곤 합니다. 자녀와의 대화는 벽돌 한 장 한 장 쌓아 가는 진실된 마음으로 이루어 나아가야 합니다. 신뢰(信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듯이 부모-자녀와의 사랑스런 대화도 꾸준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부모님의 인내 즉 참을성이 시험당하는 것이 대화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부모님이 사랑스런 자녀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부모는 아이들이란 엄격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에 스타르타식의 규율과 통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에 아이들의 요구를 가능한 한 들어주고 해달라는 것을 모두 해주어야 한다는 허용적인 부모도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아이들이 자신과 현실의 관계를 바르게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는 지적 통제능력과 감정의 통제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교육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믿는 부모님도 있습니다.
어른이 되었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은 자기 할 소리를 다해도 되고 아이들이나 아랫사람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아야 된다는 의식이 널리 퍼져있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나서 ‘이제 네가 이야기할 차례’ 라는 식으로 말을 시키는 예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아이들이 하는 말 가운데에 부모님의 귀에 거슬리거나 잘못된 것들을 지적하게 되고 그 결과도 좋지 않게 끝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고 나서도 답답해서 더욱 죽을 지경이라고 말하는 경우를 간혹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편에서도 부모와 이야기하는 것보다 그대로 지내는 것이 더 좋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말을 하고 나면 더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어 오르니 차라리 말을 안하고 지내는 것이 더 속 편하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되는 중요한 이유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에 있습니다. 말하는 사람의 마음과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대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들의 생각이나 느끼고 있는 감정(感情)에서 틀린 것이나 잘못된 점을 찾아 지적하려 하기 전에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존중해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수시로 움직이는 아이들의 변화무쌍한 감정의 세계를 소홀하게 다루면 아이들과의 대화는 피상적인 수준에서 끝나게 됩니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고 합니다. 천성이라고 생각하는 개인의 생활습관도 변화되고 개선 될 수 있다고 교육심리학자들은 믿고 있습니다.
대화는 처음부터 꾸짖고 ‘네가 잘못’이라는 표현보다 ‘나’를 주어로 하는 표현 즉 ‘아빠(엄마)가 보기에’ 또는 ‘아빠(엄마)의 생각에는’ 등의 ‘나’를 주어로 사랑의 눈길과 칭찬과 격려, 위로 등을 보내 주어야 합니다.
끝으로 대화 도중 화나는 일이 있어도 부모님의 끝까지 참아주는 인내가 요구됩니다. 이것은 수도자가 구도의 길을 걷는 것처럼 마음으로 터득하셔야 합니다. 끝까지 참고 잘 들어주는 태도,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주면 저절로 해답이 나옵니다. 그리고 단점이 있으면 그대로 표현하여 주어 본인도 이해 할 수 있도록 해야 되겠습니다.
1. 선생님에 대한 어린이들의 생각
가. 선생님에 대해서 불평을 해요
“우리 선생님은 공부를 제대로 안 가르쳐요.”
“아니, 왜?”
“사회 시간에 5쪽을 그냥 건너 뛰었어요.”
“나중에 가르치시겠지.”
“아니예요. 다 가르친 거라고 하셨는데, 실제로는 배운 적도 없어요.”
“그것 참! 이상한 선생님이시구나.”
위의 이야기는 문제 정도가 미미한 사례입니다. 선생님이 누구를 편애한다는 말, 선생님이 나만 미워한다는 말, 선생님 성격이 괴팍하다는 말, 선생님이 아이들을 너무 많이 때린다는 말 등 선생님에 대한 불평은 수없이 많습니다.
나. 어린이 편에서 생각해봅니다.
어린이는 분명 감정이 흐트러져 있습니다. 선생님에 대하여 못마땅한 감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에 따라 다릅니다만, 학부모님께서 처음부터 선생님 편을 들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 어린이의 감정을 함께 느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말 화가 났겠구나.!”
라는 말을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잘못한 일을 긍정적으로 말해 주면 안 됩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라는 말은 위험하다는 의미입니다.
다. 어린이의 잘못을 지적합니다.
“그런데 말이야, 이 부분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겠다.” “다섯 번이나 타일렀는데도 규칙을 어겼단 말이지?” 문제가 되는 곳을 지적하되, 가능한 한 어린이 스스로 잘못을 깨닫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린이들이 말하는 도중에, 선생님에 대한 예절에 어긋난 것은 지적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 아까 선생님 이름을 함부로 부르더라.”
2. 부모와 자녀 이해의 세 가지
가. 자기 입장에서 이해
자녀의 감정이나 생각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부모로서의 자기 입장만을 내세우는 것으로 자녀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부모-자녀 관계가 멀어지는 수준의 이해입니다.
나. 표면적 이해
겉으로 나타난 자녀의 행동이나 말만 보고 이해하는 수준으로 일상적인 부모-자녀 관계가 어느 정도 형성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녀가 말하지 않거나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는 감정은 이해되지 못한 채 남아 자녀의 성장 의지를 북돋우어 주기는 어려운 수준의 이해입니다.
다. 공감적 이해
부모가 자녀의 말과 행동 밑에 깔려있는 내면의 마음까지 정확히 알아차려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표현해 주는 이해 수준으로 부모-자녀의 적극적인 상호 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이러한 관계에서 자녀는 자신이 가진 모든 가능성을 꽃피우기 위해 노력할 힘과 용기를 얻게 됩니다.
공감적 이해란 부모가 자녀의 입장이 되어 그들이 보고 느끼는 그대로 세계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마치 자녀의 안경을 쓰고 사물을 보는 것과 같이 자녀들의 생각과 느낌의 틀로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는 태도가 공감적 이해입니다.
즉, 부모가 자녀의 마음 속 깊숙이 귀를 기울여 그들의 말이나 행동의 뒤에 숨어 있는 ‘소리 없는 소리’ 또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자녀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을 때 부모는 좀더 여유있게 자녀를 도와줄 수 있게 되고, 자녀는 그 자신이 이해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어 부모를 깊이 믿고 의지하며 자신의 깊은 속마음을 나누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이 진행됨에 따라 부모 자녀의 관계는 돈독해지는 것입니다. |
3. 이기적인 어린이 지도
책임감은 강하지만 양보심이 없는 어린이입니다. 자기 일은 잘하지만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양보하는 태도, 봉사하고 희생하는 삶의 가치를 깨닫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가. 손해보는 일은 절대 안 해요
“제 일도 아닌데 왜 제가 해야 되죠?”
“이 쓰레기는 제 것이 아닌데요.”
우리 아이가 항상 하는 말입니다. 우리 아이는 책임감이 강하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편입니다. 똑똑하다는 소리도 듣습니다. 그런데 내 일과 네 일, 내 것과 네 것이 너무 분명합니다.
한 번은 학교에서 불우 이웃 돕기 성금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저는 3000원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2000원을 다시 가지고 왔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왜 2000원이 남았니?”
“다른 아이들이 다 1000원씩 내잖아.”
“그래도 너는 3000원 가져갔으니까 다 내야지.”
“엄마는 바보같이 왜 손해를 봐.”
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나. 평소에 몫을 나누는 것에만 치중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세요.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분을 분명하게 깨닫게 하고 책임을 맡기는 것은 책임감 형성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자칫하면 내 몫만 다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에 빠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상기시켜 주세요.
일주일에 한번 요일을 정하여 ‘내가 받은 도움’이라는 주제로 일기를 쓰도록 권해 보세요. 일기를 써 나가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위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라. 부모님이 양보하는 모습,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사실 아이들에게 희생정신이나 봉사정신이 부족한 것은 어른들의 탓이 큽니다. ‘너는 왜 손해만 보니!’라고 말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세요. 부모님도 평소에 봉사 활동에 참여하시고, 그런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세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봉사 활동이 있으면 더 좋겠죠.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4. 멋진 아버지의 교육법
* 따뜻한 마음과 냉정한 눈으로 대하라.
자녀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마음에 아이를 관찰하는 눈이 흐려지지 않도록 냉정해져야 한다. 아이의 장점이나 결점이 발견되면 우선은 장점은 칭찬하여 아이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결점은 우회적으로 주의를 주면서 감싸는 배려가 필요하다.
* 바람직하게 꾸짖어라.
꾸짖을 때 아이가 저항하는 것을 대비해 다양한 처방전을 준비하다. 예를 들면 입을 꾹 다물어 버리는 ‘무언형’ 아이에게는 평소와 다름없이 대하면서 아이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기다린다. ‘어리광형’의 아이는 엄하게 꾸짖어 반성하도록 한다. 적절한 시기에 이런 훈련을 받지 않으면 오히려 아이의 앞날에 시련이 닥칠 수도 있다. ‘도피형’ 아이는 인생에서는 어떤 일이든 도망가는 것이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납득시킨다.
* 감동하는 마음을 키워라.
밖에서 재미있는 것을 보고 들어와 말하는 아이한테 건성으로 반응을 보이거나 시끄럽다, 또는 피곤하다고 찬물을 끼얹는다면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아이가 느낀 놀람과 감동을 공유하려고 노력하면서 감성을 길러 주는 아버지가 되자.
5. 사례
♣ 다음의 예에서 철수의 느낌을 살펴보고, 철수 엄마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살펴봅시다.
철수(중 1)는 성적이 떨어져 실망이 크고, 엄마의 반응도 두려워
고개를 푹 숙인 채 성적표를 보여준다 |
가. 자기 입장에서 이해
엄마: 내가 못살아, 이것도 성적이라고. 엄마가 창피해서 못살겠다.
너 오늘부터 TV보지 말고 공부만 해.
나. 표면적 이해
엄마: 성적이 떨어지니까 기가 팍 죽었네. 그러기에 좀 열심히 하지.
철수: 이번에는 문제집도 풀고 열심히 했는데...
엄마: 이왕 끝난 걸 어떡하니? 다음엔 좀더 열심히 해야지.
다. 공감적 이해
엄마: 너도 시험 결과가 실망스러운 모양이구나?
철수: ... 지난번보다 성적이 더 떨어졌어요. 문제집도 세 번이나 풀어봤는데...
엄마: 이번에는 잘해보려고 열심히 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얼마나 속상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