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솔로 카약킹에 대한 고찰]이란 제목으로 4부에 걸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결론은 '처지가 어쩔 수 없어서 혼자 탈 수 밖에 없거나 또는 그것이 좋아서 타겠다고 한다면 무슨 큰일 날 듯이 만류할 필요까진 없다'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솔로 카약킹만큼은 가급적 만류하고 싶은 유형의 카약킹도 있다는 지적도 했었죠.
솔로 카약킹을 만류하고 싶다라는 말은 곧 누군가와 함께 카약킹을 즐길 것을 권한다는 것과 같다고도 볼 수 있을텐데요.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은 단순한 동행(go with)의 의미도 있을 것이고,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접근 방식을 공유하고 일정 수준의 연대 책임도 지며 상호 보완적인 기술을 갖춘 소규모의 집합체를 이루어 행동한다는 그룹(Group) 또는 팀(Team) 단위로 활동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봅니다.
제가 카약킹에 관한 글을 쓰면서 종종 축구(soccer)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이는 축구가 인종, 국가, 종교, 연령, 성별, 사상을 불문하고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사람들이 즐기고, 가장 상업화되었으며, 전쟁으로까지 번질 정도로 강력한 마력(?)을 가진 스포츠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그 축구라는 행위의 근간이 되는 기술의 가짓수는 고작 몇 개 되지도 않는다는 점 때문입니다.
축구라는 스포츠는 20명이 조금 넘는 수의 선수(player)들과 그들이 최상의 기량을 발휘함으로써 최대한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휘하고 돕는 스태프(staff)들로 어떤 하나의 팀(클럽)을 꾸려서 하는 스포츠(Team Sport)입니다.
같은 국가나 지역 내에도 수준, 연령, 성별, 집단의 성격 등으로 구분되는 다수의 팀이 조직되고 운영되죠.
축구가 한 개의 공(ball)을 매개로 해서 일정한 규격의 공간(ground) 속에서 서로 상대 팀의 골대 안으로 공을 넣음으로써 승패를 결정짓는 어찌 보면 정말 단순한 것인데 반해, 카약킹은 정형화시킬 수 없는 공간 속에서 자의적으로 설정한 도착지점까지 각자의 보트를 타고 감으로써 스스로 만족하는 스포츠(물론 시합을 하는 경우에는 축구와 거의 비슷하지만 결국엔 각자의 보트를 타고 간다는 점은 차이가 있다)이기에 굳이 여럿이 모여 팀을 꾸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카약킹 역사가 오래 된 나라나 지역일수록 팀(클럽)이 많은 편인데, 각자 추구하는 목적이나 관심사가 거의 같을지라도 앞서 언급했듯 다양한 요인을 바탕으로 결성된 클럽들이 여럿 존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100년이 넘게 명맥을 이어가는 클럽도 있고, 반짝 떳다가 사라지는 클럽, 극소수로 마치 비밀조직처럼 운영되는 클럽도 있는 등 무어라 딱 정의할 수 없을만큼 다양한 형태와 성격의 클럽들이 있습니다.
카약킹 클럽들은 평소 각자의 길을 갑니다.
그 클럽에 소속된 구성원들(members)은 미시적으로 보면 서로의 필요와 관심사를 갖고 각자의 길을 가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그 클럽 구성원들이 자발적 자의적으로 만든 특정한 룰(rules) 속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논리의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와 함께 활동한다면' 카약 클럽(팀)도 축구 클럽(팀)과 별반 다르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다면 카약커 개인에게 카약 클럽(팀)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팀(team)의 정의가 그 의미를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고 봅니다.
카약커에게 클럽(팀)의 의미를 곱씹어 보다.
①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접근방식을 공유하다.
예를 들자면, 어떤 카약킹 목표에 대한 구상과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한 사람의 생각이나 계획보다 여럿이 제시하는생각이나 계획이 더 다양하고 치밀하며 쉬울 수 있습니다.
장비나 짐은 물론 준비나 실행까지도 분담할 수 있으니 정신·육체·경제·시간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부담을 확실히 덜 수 있습니다.
팀에서 얻게 되는 갖는 가장 큰 잇점은 바로 지금까지 자신이 몰랐거나, 할 수 없었던 것,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방해가 되는 한계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지적 보충이자 좋은 자산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렇게 축적된 정보나 경험들이 또다시 다른 멤버들에게 이전되는 순환의 장(place)도 될 수 있을 것이고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는 듯 보이지만 본래의 목표를 감추고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드러냄으로써 팀 분위기를 와해시키는 경우도 가끔 있기는 하지만...
② 상호 보완적인 기술을 갖추다.
거칠고 위험하게 보이는 환경에서 카약을 타는 카약커라고 해서 모두가 다 기술이 뛰어나고 훌륭한 판단을 내린다거나 남다른 용기를 갖고 있다고 단언할 순 없겠죠.
하지만 여럿이 팀을 꾸려 도전한다면 팀원들 저마다의 침착성, 기술력, 파워, 의지, 인내, 용기 등과 같은 독특한 정신적·육체적 존재감은 분명 팀 전체에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진정효과와 스트레스도 줄이며 성과까지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은 훨씬 크다고 봅니다.
특히 위험이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팀은 개인보다 그것을 해결하고 보완할 수 있는 여력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이는데, 예를 들어 동행하던 카약커가 급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거나 표류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팀이 협력하여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서 재빨리 수습함으로써 마치 아무 일이 없었던 것 처럼 움직일 수만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동료가 처한 어려움이나 위급 상황을 목전에 두고도 그 어떤 도움이나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순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봅니다.
솔로 카약킹을 고집하는 분들이 이런 점 만큼은 정말 고민될 지도 모릅니다.
③ 일정 수준의 연대 책임을 지다.
카약커는 카약을 탄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처음 만난 이와도 쉽게 친해지고 서로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특히 같은 클럽(팀)에 속해 있다면 그 정도는 더 크고 깊어집니다.
공동체 의식이 생기는 것이죠.
누군가 전에는 할 수 없었거나 조금 부족했던 것을 해 내는 순간 마치 자신이 해낸 듯 환호하고 박수를 치게 됩니다.
그렇게 격려하고 응원함으로써 계속해서 자신과 함께 카약을 타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동료를 만들고 싶어합니다.
물론 각자가 개인적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까지 다 해결해주지는 못 하더라도 말입니다.
한편 클럽(팀)은 구성원들이 각자 갖고 있는 목표를 최대한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 집합체를 일정기간 운영하는 스태프(staff)를 선출하고, 일정 수준의 룰(rule)을 만들어 멤버 모두가 준수할 것을 요구하게 됩니다.
이것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하고, 운영을 잘못한 경우에도 책임을 지며, 공식적으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겨진 행위가 잘못된 경우에는 모두가 함께 연대 책임을 지기도 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러한 연대 책임까지 지지 않으려는 멤버도 가끔은 있습니다.
왜 자신이 그러한 연대 책임을 져야하는지 전혀 이해하고 수긍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첫댓글 무언가를 즐기다 관심이 식는 보편적인 기간이 최장 10년인듯 한데요...예전에 35710이라고 하셨던 이야기 요새 자주 생각합니다. 수십년을 짱짱하게 활동하는 명문클럽들의 진짜 노하우는 뭘까요?? 지구력 쎈 사람일까요 배타기 편한 환경 때문일까요.......... 끊임없는 새물의 유입때문일까요..진리는 단순함속에 있다고들 하던데...요샌 구체적이고 단순한 진짜 이유가 정말 진지하게 궁금합니다..
미국이나 일본의 오래된 카약클럽 멤버들과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서 느낀 점인데요.
상승님 말씀마따나 단순 그 자체예요.
마치 그냥 생활의 일부처럼 받아들여서 즐긴다?
어떤 직업이나 전공분야에 들어가서 평생을 그것만 하고 사는 것처럼.
그런데 카약킹이란 것만 봐도 굉장히 다양한데도 어지간해선 곁눈질도 잘 안한다는 느낌이랄까?
그러다보니 한가지 유형의 카약킹에도 엄청난 능력자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뭐 평생을 딱 그것만 했으니 오죽하겠어요?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 욕심이 많다고나 할까요? 하나만 즐기다 가기엔 너무 억울해한다는? ㅋㅋㅋ
짧지만 제 경험으로는...
첫째, 나의 카약스타일과 맞는 주변환경(계획없이 조깅하듯 짬짬이 시간날때 즐길수 있게)
둘째, 기술에 대한 과도한 욕심을 버리는것(실력은 않되고 욕심만 많을때는 좌절감과 자괴감이..^^)
셋째, 함께하는 동료(혼자는 심심~~~)
인것 같습니다...
@쥬-신 ? 말씀하신 세가지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귀한 말씀 잘 읽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는 말씀입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