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로 엮는 옆 집 이야기]
* 봄을 맞아 네트워크 소식지도 산뜻한 새 옷을 입었다. 겉옷만 바꿔 입은 게 아니라 속 내용물까지 두루두루 업그레이드를 했다. 지금 선보일(?) 신설 코너 ‘활기로 엮는 옆 집 이야기’는 그 업그레이드의 결과물이다.
*‘활기’ 가 뭐냐고?
‘청소년활동가 활동기반 조성모임‘ 이 올 초 본격적으로 꾸려졌다. 활기는 좁게 보면 (청소년활동가) ’활동기반‘의 약자고, 넓게는 이 활동기반 조성을 위해 뭉친 여러 단체와 개인들의 네트워크를 지칭한다. 운영팀, 기금조성팀, 교육체계팀의 세 팀으로 나뉘어 돌아가고 있다. 정체가 뭐냐는 내외부의 지적질 속에서 처음 해보는 일(누군들 이런 걸 해본 적이 있어야지유)의 어려움을 팍팍 느끼며 불안·신선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필자는 활기라는 옆 집에서 ‘노책임 활동가’ 라는 이름으로 상시 거주하고 있다. 본 글은 활기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생생히 전달해드리고픈 욕망에서 살짝 길게 쓰여졌다. (히히) 다음 연재의 필자로는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인권교육센터 ‘들’, 교육공동체 ‘나다’, 진보교육연구소, 문화연대,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KSCRC) ..까지 활기에 연대하고 있는 다양한 분덜이 좌르륵 대기하고 있다! (고 믿고있는 바이다.)
눈물 없이도 들을 수 있는 활기 탄생사
‘청소년활동가‘입니다.
‘학생은 인간이 아니다’ 는 잔인한 현실명제를 굳이 주워섬기지 않더라도, 교육, 정치, 노동, 문화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유령 취급을 받고 있는 청소년들은 약자고 소수자다. 근데 이거, 나도 처음엔 몰랐다. 청소년인권활동을 시작하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듣게 되고 나서야 ‘아, 그렇구나’ 했었다. 근데 이 생각을 올해 들어 주어를 달리 해서 새삼 다시 하게 됐다. 그 주어라 함은 바로 ‘청소년활동가’. 활동을 하면서도 잘 몰랐다. 청소년활동가들 또한 약자였다는 걸.
청소년 ‘활동’을 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지금 돌아보면 내 자신이 참 신기하다. 고 삼때 아수나로 활동을 하게 되면서, 남양주(학교)와 홍대(빌린 회의장소!)를 매일 같이 오고갔다. 짠순이 엄마가 이런 거에 돈을 줄 리 만무했기 때문에 학교 오가는 차비로 받은 돈을 쪼개고 쪼개며 모아서 서울에 회의하러 갈 차비를 만들었다. 그렇게 모이는 게 천원 정도였는데, 교통카드 쓰면 환승이 돼서 그 돈으로도 그럭저럭 다닐만 했다. 처음엔 회의 하면서 집회니 연명이니 연대회의니 도무지 알아먹을 수 없는 이야기들 때문에 꿀 먹은 벙어리 노릇을 한 두달쯤 했었다. 새로 온 사람에 대한 배려 문제를 신경 쓰기엔, 그런 체계가 너무 없는 데 반해 일은 너무 많았다. 하필 그 해 2008년은 명박님이 도래하신 해였다. (두둥) 활동 하면서 밤 12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당연히 엄마랑 엄청 싸웠다. 온갖 언어폭력과 약간의 신체폭력의 시기를 거쳐서 엄마를 포기하게 만들고나니 그제야 해방. 알고 보니 청소년 활동하는 청소년들의 나름 공통과정이었다. 학교를 원래 싫어하기도 했지만 학생 인권에 예민해지고나서는 학교에서의 일상 자체를 못 견디게 됐다고 해야하나. 저항정신은 충만한데, 그걸 드러내면 현실이 너무 피폐해진다. 학주가 내 귀에 귀걸이를 딱 발견했을 때, 교칙이 이상해염 문제제기 했다가 학생부실로 소환 당한다던 지. 게다가 어째 자신이 교실 안에서 자꾸만 온니 입시에 쩔어가는 다른 애들이랑 이질적인 존재가 되어가는 기분. 이거이거 쫌 외롭다 외로워. 그래서인 지, 청소년 활동가 중엔 탈학교 청소년이 많다. 다니다가도 본인이 자퇴를 하거나 혹은 학교에서 짤리거나 하는 식으로 그만 두는 케이스들이 꽤 있다. 초졸, 중졸.. 고졸(친구들이 수능 보러 간 날 나는 교육부 앞에서 수능거부 기자회견을 했다-_-;) 극한으로 치닫는 학벌사회에서 참으로 겁대가리 없는 학벌들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다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려고. 비루한 루저의 삶을 본인들이 ‘선택’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감당해야 할 것들은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을텐데.
정말, 이렇게 하는 게 당연한겁니까?
웃기는 어투로 썼지만, 이 모든 게 나는 그다지 우습지 않다. 이건 블랙코미디다. 내가 아는 블랙코미디는 풍자를 통한 비판을 목적으로 한다. 차비 같은 기본적인 경비는 내가 알아서 하기, 비단 새로 온 사람들을 위한 것 뿐만 아니라 활동에 필요한 정보, 우리가 얘기는 ‘인권’이나 ‘권력’ 같은 것들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 볼 겨를도 없는 현재 활동 방식, 청소년이라는 위치로 인해 받게 되는 가정과 학교에서의 억압이 활동을 통해 해결되는 게 아니라 활동 때문에 오히려 가중되는 아이러니한 현실, 또한 탈학교나 비대학을 택한 활동가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의 삶에 닥쳐온 현실적인 생계 보장 문제까지.
이 모든 걸 그냥 감내하면서 활동하는 게, 당연한 건가? 그러라고 요구하는 거(침묵 하는 것), 너무하지 않나? 단순하게 말한다면, 그게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청소년활동가 활동기반 조성 모임 ’활기‘ ’가 만들어졌다. 그건 지금 청소년활동가들의 현실이 확실히 ‘너무하다’는 걸 동감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이었고, 흔히들 ‘그들이(개인이) 알아서 해야 할 것’으로 치부하며 무시해왔던 것들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제기이자 의제화였다.
청소년 당사자 운동은 물질적으로나 체계적으로나 기반 자체가 워낙 없다. 우스갯소리로 다른 애들이랑 하던 소리인데, 뽀대나는 사무공간도 있고 재정규모도 어느 정도 되는 운동 단체들이 중산층 정도 되면, 공간은 있는데 가난한 단체들은 달동네 주민들이고, 우리로 치면 그냥 이도 저도 없이 길바닥에서 떠도는 애들이라고..
하여 우리는 활동 기반을 만들고! 싶! 습니다!
활동 기반이라는 건, 일차적으로는 공간이나 사업비처럼 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또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기본적인 물질적 기반들을 갖추자는 걸 말한다. 그를 통해 활동을 하고 있거나 하고자 하는 청소년들에게, 청소년이라는 사회적 약자로써의 약자성을 충분히 배려한 물질적 교육적 지원들을 가능하게 만들자는 거다. 청소년활동가들이 활동에 대한 고민을 보다 더 진지하고 풍부하게 가져갈 수 있는 체계들을 만들자는 부분도 전체 활기 프로젝트 내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활동기반조성‘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 때문에 쉽사리 시도 되지는 못 했던, 그러나 계속해서 꼭 필요했고 절실했던 부분에 대한 또 하나의 활동이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역시나 앞이 쬐끔 막막하다. 돈은 어디서 모아올 것이며, 공간은 어디서 구할 것이며, “청소년 활동을 지원하라!” 는 걸 어떻게 말해야 하는 할 지 그 설득의 어려움까지.. 게다가 ’활동기반조성‘ 이라는 모호한 이름만큼이나, 하면 할수록 풀어내야 할 이야기도 많고 이래저래 부딪치는 부분들도 생기고 도통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할 수 있다! 아마도!
(별 수 있냐. 그냥 그냥 그렇게 믿고 가야지..-_-;)
활기 파이팅! 아자! 그러니 여러분! 많은 관심과 더불어 든든한 지지! 부탁드립니다! 아자!
(힘들어서 급 마무리 하는 거 아니다.... 아니다.....흑....)